삼성전자가 기존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와는 구조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 1971년 처음 개발돼 지난 35년간 원조 반도체 기술로 굳혀져 온 인텔의 낸드플래시 제조기법은 역사의 뒤안으로 밀려나고 삼성이 주도하는 '반도체 제3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11일 전기를 도체가 아닌 부도체에도 저장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CTF(Charge Trap Flash)'라는 반도체 제조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이 기술을 앞세워 그동안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져 왔던 50나노 미만의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 이날 40나노 제조공정을 이용한 32기가비트급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은 "CTF 기술이 없다면 세계의 어떤 업체도 50나노 미만의 공정기술을 적용해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며 "특히 이 기술은 앞으로 20나노 공정에 128기가 플래시메모리를 개발하는 데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 낸드플래시의 대용량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TF 기술은 1971년 비휘발성 메모리를 처음 개발한 이후 35년간 적용돼온 이른바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혁신적인 기술이다.

통상 전기가 흐를 수 있는 도체에 정보를 저장하는 반도체와 달리 삼성이 자체 개발한 부도체 신물질인 '타노스'에 전기를 저장토록 해 반도체 소자의 크기와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50나노 16기가 낸드플래시 개발에 이어 올해 CTF 기술로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를 개발함으로써 "반도체 집적도는 1년6개월 만에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깨고 황 사장이 발표한 '메모리 신성장론'을 7년 연속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조일훈·유창재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jih@hankyung.com

-1970년대 초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때만 해도 안팎에선 무모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기업이 됐죠. 오늘날 한국 경제가 이만큼 성장하기까진 바로 이 같은 기업가정신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이런 기업가정신에 큰 갈채를 보내고 더 열심히 뛰게 만드는 환경이 필수입니다. 무엇이 기업으로 하여금 새롭게 도전하게 만드는지 생각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