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일본 왕실에서 41년 만에 남아가 태어났다.

아키히토 일본 국왕의 둘째 며느리인 기코 왕자비가 아들을 출산해 일본 전역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런데 이 아기는 자연분만이 아니라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났다고 한다.

제왕절개(帝王切開)란 모체의 배를 가르고 인공적으로 태아를 꺼내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관심은 무슨 연유로 이 수술에 '제왕'이란 단어가 붙었을까이다.

제왕절개 수술은 영어로는 'Caesarean operation'이다.

이 말은 독일어 카이저슈니트(Kaiserschnitt)에서 넘어온 것인데,'카이저'는 황제를 뜻하고 '슈니트'는 수술을 의미한다.

이 카이저슈니트를 일본에서 직역한 말이 '데이오셋카이(帝王切開)'이고 이를 그대로 들여와 우리말로 옮긴 것이 '제왕절개'다.

속설에는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 케사르가 이 수술로 태어나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독일어 '카이저슈니트'는 원래 라틴어 섹티오 카이사레아(sectio caesare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카이사레아(caesarea)는 '자르다,베다'라는 뜻의 말.그런데 이 말이 카에사르(케사르,영어식 발음은 시저)와 발음이 비슷해 'Caesarean'이라 하면 제왕이란 뜻과 절개란 두 가지 의미를 담은 중의어(重意語)가 된 것이다.

북한에서는 제왕절개술과 함께 순화어로 '애기집가르기'란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남쪽에선 '아기'가 표준어인데 '아기집'이란 말은 남에서도 '자궁'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많이 쓰인다.

이처럼 어원이 엉뚱하게 잘못 알려진 말 중에 '총각김치,총각무'가 있다.

'총각'은 어원의식이 약해져 우리 고유어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한자로 '總角'이다.

총(總)은 지금은 주로 '모두,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본래 '꿰매다,상투 틀다'라는 뜻도 갖고 있다.

각(角)은 물론 '뿔 각'이다.

'총각'이란 장가가기 전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맨 머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조선시대 때 혼인을 하지 않아 상투를 틀지 못하는 남자들이 하던 풍습으로,머리를 가운데서 두 갈래로 나누어 양쪽에 뿔처럼 맨 것을 가리켰다.

여기서 파생된 게 '총각김치'다.

손가락 굵기이거나 그보다 조금 큰 무를 무청째로 양념에 버무려 담은 김치인 총각김치는 재료로 쓰는 무의 모습이 마치 '총각'과 같다고 해서 생긴 말이라는 게 정설이다.

꼭지미역을 총각미역이라고 하는 데서도 '총각'의 비슷한 쓰임새를 찾을 수 있다.

'총각무'란 말은 속설에 총각의 '거시기' 모습과 비슷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 김치 버무리던 아낙네의 얼굴을 괜스레 붉어지게 했다는 우스갯말도 있지만 이는 근거 없는 것이다.

이를 예전엔 '알타리무,알타리김치'라고도 했는데 지금은 '총각무'로 통일됐다.

1988년 개정 표준어 규정에서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생명력을 읽고 그에 대응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