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적 환경주의자'는 1067쪽이나 되는 방대한 책이다.

각주 290쪽(2930여개)에 참고문헌이 1800여개에 달한다.

책 두께만 봐도 질릴 만한 이 책의 통계적 증거와 주장을 생글생글 지면에 전부 전달할 수는 없다.

핵심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인간은 행복해지고 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경제성장(개발)으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거꾸로 인류의 삶은 나아지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간의 평균 수명은 지난 100년간 두 배 이상으로 길어졌다.

지난 몇 백만년의 대부분 기간 중 인간의 기대수명이 20∼30세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평균 수명 67세는 놀라운 수치다.

선진국 영아사망률은 1950년 6%에서 2000년 1%로 떨어졌다.

개발도상국 영아사망률도 1950년 18%에서 1995년에는 6%로 급락했다.

인구 폭발로 인류가 식량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기아 상태에 있는 사람의 비율은1970년대 초 35%에서 현재 18%로 낮아졌다.

2000년의 식량가격은 1957년 가격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환경을 희생하지도 않았다.

대기 수질 등 환경의 질은 과거보다 더 좋아졌다.

◆에너지 자원은 부족하지 않다

1914년 미국 광산국은 남아 있는 석유 매장량이 겨우 10년 동안 쓸 수 있는 양밖에 안 된다고 추정했다.

1939년에는 미국 국무부가 13년 후에는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고 예언했고 1955년에도 다시 석유가 13년 뒤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예언은 모두 빗나갔다.

석유는 과거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예언이 틀린 첫번째 이유는 유전이 끊임없이 새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인류가 석유를 사용한 이래 새로 발견되는 유전의 규모가 석유 사용 증가량을 앞서고 있다.

같은 규모의 유전에서 채굴하는 양도 초기에는 매장량의 20% 정도였지만 지금은 절반까지 많아졌다.

기술 발전으로 적은 양의 석유로 훨씬 높은 효율을 얻는 것도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1973년 이후 미국 자동차의 평균 연비는 60% 이상 높아졌다.

석기시대가 종말을 맞은 것은 지구상의 돌이 모두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돌보다 훨씬 우수한 청동과 철을 사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언젠가 석유시대도 종말을 맞겠지만 그것은 석유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더 값 싼 에너지가 발견됐기 때문일 것이다.

인류는 석유 외에도 적어도 60년 동안 쓸 수 있는 가스,23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석탄,1만4000년간 쓸 수 있는 우라늄을 확보하고 있다.

◆물 부족도 과장됐다

'지구환경전망 2000'이라는 보고서는 "지구의 물 순환 시스템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발생할 물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듯하며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은 이미 세계 여러 지역의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환경보호론자들의 주장대로 국가와 민족 간 분쟁으로 이어질 만큼 물이 부족할까.

인류가 실질적으로 이용 가능한 빗물의 총량은 1만2500입방킬로미터다.

이 정도 물이라면 전 세계 인류는 매일 1인당 약 5700ℓ씩 쓸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 시민들은 매일 평균 566ℓ 정도의 물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96% 이상의 국가들이 충분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물 부족 문제를 겪는 나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물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물 관리'의 문제다.

수자원이 너무나 형편없이 관리되고 있어서 물 부족 문제가 일어난다.

해수의 담수화,곡물 수입 등을 통해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으나 돈이 없어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문제는 경제력이라는 것이다.

◆대기는 더 깨끗해졌다

대기오염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등장해 점점 개선되고 있는 현상이다.

1257년 노팅엄을 방문한 영국 여왕은 석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연기의 악취를 참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그곳을 떠났다는 기록이 있다.

도시가 오염된 것은 13세기 초부터 숯과 값 비싼 나무 대신 황을 많이 함유한 싸구려 석탄을 산업용 연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17세기 초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석탄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후 100년 동안 석탄 소비량은 20배나 증가했다.

결국 1952년 런던에서 4000여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했다.

매연으로 인한 오염은 1585년부터 300년간 급격히 증가해 19세기 말 최고치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대기오염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감소해 1980∼1990년대에는 대기오염도가 16세기 말보다 낮아졌다.

이는 선진국들이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을 줄여왔기 때문이다.

물론 개발도상국들의 대기 수준은 나쁘지만 이들 나라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점차 나아지고 있다.

◆경제가 성장해야 환경 보호도 가능하다

세계은행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특정 국가의 오염도는 극단적인 빈곤에서 중간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단계까지는 증가한다.

그러나 그 후에는 오염도가 줄어 궁극적으로 경제 개발을 시작하기 이전 수준까지 감소한다.

이는 모두 지속적인 기술 발전 덕분이다.

기술의 발전은 환경에 부담을 덜 주면서 똑같은 양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은 더 빨리 환경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으로부터 저렴하고 공해가 적은 기술을 도입할 수 있어서다.

조성근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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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투자 우선 순위가 중요하다"

환경보호론자들의 과장된 논리에 속아 투자 우선 순위를 잘못 선정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환경보호론자들은 농약이 암을 유발하므로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농약 사용을 포기하면 농산물 생산이 크게 줄어든다.

결국 농산물 가격이 치솟아 가난한 사람들은 과일과 채소 섭취 부족으로 더 많이 암에 걸린다.

적절한 농약을 쓰지 않으면 농작물 경작을 위해 더 많은 땅이 파헤쳐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 방지에 투자하는 것보다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식수와 위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교토의정서를 수행하는 데 드는 1년 비용을 개도국에 투자하면 200만명의 목숨을 살리고 5억명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는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고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막대한 돈을 투자해도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

투자 우선 순위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인간이 최우선이라는 점이다.

만약 산림에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면 숲에 사는 동물에게는 큰 이점이 되겠지만 인간은 목재를 가꾸고 식량을 재배할 기회를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