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8월23일자 A2면

정부는 22일 경기도 서북부 지역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한탄강 유역에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댐 건설에 반대하는 철원·포천·연천군 등 인근 지역 주민 및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임진강유역홍수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한명숙 총리) 5차 회의를 열고 7년째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한탄강댐 건설을 재추진하되,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다목적댐 대신 홍수조절용 댐과 천변저류지(홍수시 물을 담아둘 수 있는 공간)를 함께 건설키로 했다.

박종구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은 "환경파괴를 이유로 주민들이 댐 건설에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다목적댐 대신 규모가 작고 친환경적인 댐을 건설해 홍수조절용 목적으로만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댐 건설에 반대해 온 이철우 전 국회의원(열린우리당,경기 포천·연천)과 정호조 철원군수,이병욱 포천시의원,김혜정 환경운동 사무처장 등 주민과 환경단체회원들은 이날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탄강댐 백지화'를 외치며 농성을 벌였다.

정지영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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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탄강에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지난 8년 동안 논란을 벌여온 댐 건설문제가 일단락됐다.

그동안 연천·문산·파주 등 경기 북부지역은 해마다 물난리로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었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쳐 댐 건설 계획이 표류해왔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철원·포천·연천지역 주민들은 댐건설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강원지역 언론들도 지난해 감사원이 '조작·과장된 사업으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한탄강댐 건설사업을 정부가 다시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중앙의 일부 언론 등은 "경기 북부지역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홍수를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라며 정부쪽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토에 자연호가 없다는 점에서 댐 건설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관개농업과 산업 고도화,수질관리 강화,인구밀도 증가에다 환경친화적 에너지 개발 등으로 인해 물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댐 건설은 수몰에 따른 지역주민 이전을 비롯 육상 생태계 수장,안개 발생, 수질 악화 등 여러 가지 경제적·사회적 피해와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물은 많으나 이를 담을 그릇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딜레마다.

○반대론 "국민적 합의와 동의 없이 댐건설 강행"

한탄강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정부와 여당 책임자의 댐 건설 백지화 또는 재검토 발언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탄강댐을 지으면 임진강 홍수로 인한 피해를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지만,댐 건설에 따른 피해 또한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댐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따져보고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면밀한 검토 없이 댐을 짓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홍수조절용 댐과 천변저류지를 만든다는 것도 2004년 11월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결정 내용과 사실상 같은 것이고 보면 지난번에 무산된 안을 '친환경적 홍수조절댐'이라며 포장을 씌워 다시 끄집어낸 데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탄강댐 사업은 지난해 5월 감사원으로부터 댐의 홍수조절 능력과 경제적 편익성이 부풀려졌다며 '문제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댐 건설에 집착하고 이를 강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임진강 하류 홍수는 저지대 도심에 대한 재정비,배수시설 확충,제방 개·보수,주변 지천 정비 등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찬성론 "인적·물적 피해 줄이려면 댐 건설 불가피"

이에 대해 댐 건설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기후변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예측 곤란한 집중호우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댐 건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강 하류 수도권지역은 소양강댐 등에 힘입어 집중 호우에도 무사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사례를 통해 한탄강댐 건설의 타당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탄강댐을 다목적 댐 대신 홍수조절용으로 건설함으로써 댐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기후 변화 등의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홍수조절용 댐은 항상 담수돼 있는 다목적 댐과는 달리 호우 때만 물을 가둠으로써 환경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환경단체에서도 요구했던 사안인 천변저류지 조성을 통해 홍수시 물 흐름을 조절함으로써 댐 규모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댐 건설을 반대만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댐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수해위험에 처한 국민의 고통을 방치하는 것에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댐 건설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 서둘러야

환경문제로 인해 수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다목적 댐이 아닌 홍수방지용 댐을 건설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지난 수년간 100여명에 이르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을 감안한다면 환경단체의 대안 없는 반대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댐 건설로 인한 환경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임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환경단체와 지자체,주민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한탄강댐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탄강댐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하며 추가 댐 건설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치수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 임무인 만큼 정부 당국은 물로 인한 재해 방지에 앞장서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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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다목적 댐(multipurpose dam)=하천의 흐름을 막아 생활·공업·농업용수 공급과 함께 홍수 조절 및 발전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댐으로,농업용수 확보나 수력발전을 위한 단일목적 댐과는 대조적인 개념이다.

1960년대 소양강댐을 시작으로 충주댐 안동댐 남강댐 합천댐 밀양댐 대청댐 주암댐 등이 잇따라 건설됐다.

◆홍수조절용 댐=평소에는 댐의 수문을 열어 하천처럼 유지하다 홍수가 날 때만 물을 가두는 형태.수몰지역이라 하더라도 1년에 며칠 정도만 물에 잠기게 되며 서울의 한강 둔치와 비슷하다.

댐이기는 하지만 물 공급 효과는 없으며 일시적으로만 물을 가두기 때문에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한탄강댐 건설사업=옛 연천댐 상류 2㎞ 지점인 한탄강 고문리지역에 길이 705m, 높이 85m,총저수량 3억1500만t 규모의 다목적댐을 2008년 완공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한탄강 일대의 홍수조절용으로 2000년부터 건설을 추진했지만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착공이 지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