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만명 눈앞
지난 8월22일 저녁 태국 방콕. 탈북자 175명이 숨어있던 한 2층 주택에 현지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경찰이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께,탈북자들이 모두 집 밖으로 끌려나온 것은 9시가 넘어서였다. 북한으로 강제 압송될 것으로 생각한 탈북자들은 경찰들과 대치해 3시간 동안 격렬하게 저항했다.

'탈북자 1만명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1990년대 초 만 해도 연간 10여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누적으로 9000명에 육박할 만큼 그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작년보다 50%나 많은 1054명이 들어왔으며,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1만명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

태국에서 최근 발생한 탈북자 연행 사건은 점점 더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위해 태국을 중간 기착지로 선택하면서 생긴 일이다. 태국 이민국에는 175명이 단체로 연행돼오기 전에 이미 130여명의 탈북자가 수용돼 있었고, 최근에는 "중국을 떠돌고 있는 10만명의 탈북자가 태국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마저 떠돌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지역의 탈북자까지 합치면 훨씬 더 늘어난다. 북한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되고 말았나.

탈북자의 정착을 위한 적응 훈련과 재정 지원은 1999년 문을 연 정부기관 하나원이 도맡아 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현재 하나원의 연간 예산은 478억원. 정착금으로 431억원을 나눠주고 40억원 정도가 교육훈련비로 나간다. 탈북자 수가 급증하면 정부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거나,민간에서 짐을 나눠져야 한다.

예산을 늘리는 것은 더 많은 세금 투입을 뜻한다. 민간 단체가 나서는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국민 하나하나가 탈북자들을 위해 자기 몫을 얼마나 떼어줄 준비가 되어있느냐의 문제다. 넓게 보면 통일에 대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라는 질문과 통한다.

통일은 구매력을 고려한 환율(PPP) 기준으로 1인당 총생산(GDP)이 2만달러인 우리가 1800달러에 불과한 북한 인민들과 서로 경제력이 비슷해질 때까지 생활의 어려움을 참아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과연 북한 동포들과 나누어 가질 준비가 되어있는가. 탈북자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정지영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