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이 식물원에는 예쁜 꽃이 하나도 없네. 식물원이 화사하지도 않고."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한택식물원을 방문한 어느 관람객의 말이다. 관람객의 말대로 한택식물원에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미나 튤립과 같은 화려한 꽃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식물원과 달리 이 곳에서는 우리나라의 작은 야생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원' 하면 예쁘고 신기한 식물들이 가득 들어찬 온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식물원'과 '가든'의 개념을 혼동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식물원'은 영어로 'botanical garden'이라고 표기하며, 엄연히 작은 정원의 개념인 'garden'과는 구별된다. 식물원은 식물들의 특성에 맞는 환경을 갖추어서 식물을 보호하고, 식물에 대한 연구도 하는 곳이다. 때문에 보여주기만을 위해 식물을 전시하는 서울의 식물원은 진정한 식물원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식물원은 많지 않다. 그 수를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 인구 1000만명이 살고 있는 서울에는 식물원이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식물원이 경기도에 위치한 한택식물원이다.

선진국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식물원에 대한 관심과 정책은 초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식물원을 공공재처럼 정부에서 지원해 줍니다. 그래서 식물원의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질도 우수하지요. 식물에 대한 교육도 매우 활발합니다." 강남 서초 환경운동연합 이재석 의장의 말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현재 각 도에 식물원을 하나씩 건설하기 위한 운동을 추진 중이다. 환경운동연합의 청소년 단체인 푸른소리는 식물원 추진 사업과 관련하여 방학 중 한택식물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푸른소리 13기 회장 이시연 학생(서울 풍문여고)은 "식물에 대해 우리나라가 지켜내지 못한 것이 많아서 안타까웠어요. 사람들의 무관심한 태도가 오늘의 현실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했다.

우리나라 국민과 정부의 이러한 무관심은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우리 고유의 식물 중에는 나카이 나케노신같이 일본인 식물학자에 의해 발견된 것들이 많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식물들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고조되는 이 시점에 우리 식물에 대한 보호와 연구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조경 수준의 가든이나 수목원보다는 하루빨리 진정한 식물원이 세워져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푸르나 생글기자(상명대부여고 2년) kprnmin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