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상장 주식은 여러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첫째 어느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느냐에 따라 유가증권기업과 코스닥기업으로 나뉜다.

또 기업이 속한 업종에 따라 음식료 전기·전자 유통 통신 은행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는 18개,코스닥시장에는 29개의 업종이 있다.

주식은 또 회사 크기에 따라서도 분류가 된다.

회사 규모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시가총액(주가×발행주식수)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대형주,중형주,소형주로도 구분된다.

대형주는 시가총액이 100위 안에 드는 큰 종목이고,중형주는 101~200위(코스닥시장은 101~300위),소형주는 그 이하인 종목들이다.

그런데 최근 증시에서는 이 같은 시가총액 규모와 업종 등에 따라 주가가 심하게 차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를 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지,그 방법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대형주만 오른 증시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지난 5월11일 1464.70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를 고점으로 국내 증시는 약 한 달간 급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는 6월13일 1203.86까지 17.8% 급락하면서 저점을 형성했다.

그러나 그 이후 코스피지수는 다시 반등에 나서 지난 8월29일 현재 1344.61로 전저점 대비 11.6% 상승했다.

하지만 모든 종목이 비슷하게 반등한 것은 아니다.

지난 6월13일부터 8월2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종목 중 시가총액이 큰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대형주는 평균 12.3% 급등했다.

반면 중형주는 평균 8.8% 오르는 데 그쳤다.

소형주 상승률은 중형주보다 못한 4.6%에 머물렀다.

최근 한 증권사가 종목별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도 대형주만 오르고 중형주와 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고 있는 요즘 증시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8월18일 현재 시가총액이 3000억원 미만인 1416개 종목(일반적으로 중형주 또는 소형주로 분류됨) 중 최근 1년 새 주가가 가장 높았던 시점보다 50% 넘게 주가가 떨어져 있는 종목은 459개로 32%에 달했다.

반면 시가총액이 3000억원 이상인 197개 종목(일반적으로 대형주로 분류됨) 중 주가가 50% 넘게 떨어져 있는 종목은 8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중형주와 소형주가 최근 몇 달 동안 주가가 많이 떨어졌고 아직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종 간에도 주가가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수 전저점인 지난 6월13일부터 8월2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19.9%) 증권(17.5%) 은행(11.2%) 운수장비(13.4%) 등의 업종은 오름폭이 컸지만, 운수·창고(-3.5%) 통신(-4.0%) 등은 약세를 보였다.

불확실한 증시 전망이 원인

이처럼 대형주와 중형·소형주 간에,그리고 업종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된 이유는 뭘까.

증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경기 둔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미국은 2004년 6월부터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다 8월 들어서야 인상행진을 중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주택시장을 필두로 미국 경기가 침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중국은 최근 경기가 과열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금리 인상 등의 방법으로 경기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 들어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중국의 경기과열 진정 노력은 이들 두 나라에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실적에 향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처럼 증시 불확실성이 커져 있을 때 주식 투자자들은 대형주를 선호하는 게 일반적이다.

우선 실적 측면에서 대형주가 유리하다.

우려대로 경기가 나빠져도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 악화폭이 덜하기 때문이다.

또 상황이 나빠져 주식을 팔려고 할 때,대형주는 쉽게 팔 수 있지만 중형주와 소형주는 거래가 잘 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가 요즘 중형주와 소형주를 팔고 대형주를 사는 움직임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거의 대다수가 중·소형주인 코스닥종목이 주식형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10%를 넘었지만 지금은 5%대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기관의 매매 동향은 대형주 주가만 오르고,중·소형주 주가는 소외시키는 현상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엇갈리는 투자 전략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많은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연말까지는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은 업종별로도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전자 자동차(운수장비) 조선 증권업종 등에 국한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형주와 소형주의 반등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두 달 새 상승장에서 별로 오른 게 없다 보니 중·소형주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낮고,대형주와의 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요즘 들어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대형 전기전자주가 반등한 이후 와이브로(휴대인터넷) 관련주,셋톱박스업체,전기전자 부품주 등 일부 중·소형주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눈에 띈다.

이와 관련,대우증권은 최근 화성산업 한일이화 세종공업 코오롱유화 베이직하우스 영원무역 동양기전 유성기업 금호전기 인지컨트롤스 한미반도체 등을 주목해야 할 중·소형주로 선정했다.

이상열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