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록 원장의 파워 논술특강] 61.고전 논술 이렇게 접근해야
논제와 연관지어 창의적으로 읽어라


최근 논술에서 자주 다뤄지는 고전 논술을 접근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해 하는 경우가 많다.

고전은 인류의 삶의 지혜가 담긴 글로, 그 속에는 여러 가지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고전을 올바르게 읽는다는 것은 내용을 피상적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논제와 연관지어 창의적으로 읽는 것이며, 자신의 관점을 분명히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출 문제를 토대로 하여 문제 접근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논제>

다음 제시문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 이야기이다.

현대인의 삶에 비추어 볼 때 피그말리온 신화는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 신화가 현대 사회에서 시사하는 바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시오.

(1998학년도 연세대)


<제시문 요약>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은 여자의 결점을 너무나도 많이 본 나머지 마침내 여성을 혐오하게 되어 평생 결혼하지 않고 지내기로 작정했다.

그는 어느 날, 빼어난 솜씨로 상아 조각상을 만들었는데 그 작품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살아 있는 어떤 여자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조각상은 부끄러워서 움직이지 않을 뿐이지 정말 살아있다고 여겨질 만큼 완벽한 처녀의 모습이었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작품에 감탄하여 자연의 창조물 같은 이 조각상과 사랑에 빠졌다.

그는 조각상에 옷을 입히고 손가락에는 보석을 끼우고 목에는 목걸이를 걸어주었으며, 귀에는 귀고리를 달아 주고 가슴에는 진주타래를 늘어뜨려 주었다.

옷은 조각상에 참 잘 어울렸으며, 옷을 입은 맵시는 옷을 입지 않았을 때나 매한가지로 매력이 있었다.

그는 그녀를 자기의 아내라 부르며 사랑스러워 했다.

마침내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의 제전 때 제단 앞에서 자신의 상아 처녀를 인간으로 만들어 아내로 삼게 해 달라고 빌었다.

피그말리온이 집으로 돌아가서 보니 그리하여 조각상은 정말 살아있었다.

아프로디테 신이 그의 소원을 들어 준 것이다.

피그말리온은 여신에게 감사의 말을 드리고, 살아 있는 처녀의 입술에 입 맞추었다.

입맞춤을 받자 처녀는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수줍은 듯이 눈을 뜨고는 사랑하는 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프로디테는 자신이 맺어 준 이 한 쌍에게 축복을 내려 주었다.

이들로부터 아들 파포스가 태어났는데,아프로디테에게 바쳐진 도시 파포스의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이 문제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를 제시문으로 주고 이 신화가 현대 사회에서 시사하는 바를 스스로 분석해 보도록 하고 있다.

전형적으로 고전 제시문을 토대로 하여 현대 사회의 문제를 생각해 보도록 한 논제이며, 논의를 할 때 어떤 제한을 주지 않고 완전히 개방된 형태로서 현대 사회에 대한 나름의 문제의식에 따라 신화의 내용을 자유롭게 해석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고전 텍스트, 특히 신화는 여러 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 열린 텍스트이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 대해 어떤 문제 의식을 지니고 있는가가 신화를 해석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관점을 투영하여 비판적으로 글을 읽으면서도 자의적인 해석에 빠지지 않고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자신의 문제의식을 창의적으로 살려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고전 논술에서는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다음에는 역시 그에 대응하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명료하게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의 쟁점 중 어떤 쟁점과 연결시킬 지가 과제로 주어지는 경우들이 많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 역시 수험생의 창의적인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신화의 의미를 현대 기술·산업사회에서 파생되는 인간 관계의 문제와 기술 문명의 문제에 적용하여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은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처럼 상징성이 강한 열린 제시문의 경우에는 과연 이 신화를 어떻게 해석해서 현대 사회의 어떤 문제와 연결시킬지가 더 관건이 된다.

실제로 이 신화는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 및 그로 인한 고립감과 애정 결핍 문제, 인간과 사물에 대한 사랑과 애정의 부족, 종교적 믿음의 상실, 컴퓨터에 대한 몰입으로 인한 개인의 고립화 현상, 사이버 공간을 마치 현실 세계라고 여기는 경향,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을 만들고 그것에 탐닉하는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적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전의 내용을 적용할 문제를 명료하게 규정하지 않은 채, 학생의 문제의식 자체를 평가 대상으로 삼는 논제들은 채점에 있어서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논술의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자주 출제된다.

답안의 앞부분만 읽어도 학생이 평소에 나름의 문제의식이 있는 학생인지 아닌지가 드러나기 때문에, 특히 이런 문제는 답안의 앞부분에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얼마나 명료하고 첨예하게 드러내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석록 원장 stonelee@megastud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