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07년 세금제도 개편안'이 지난 21일 발표됐다.

이번 세제 개편안에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근거가 되는 소득세법,법인세법,상속·증여세법 등 각종 세법 중에서 경제상황의 변화나 정책적인 목적 때문에 수정·보완이 필요한 것들이 담겨 있다.

세금은 기본적으로 정부 수입의 원천이지만,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성향을 이용해 특정한 행위를 장려하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그리고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려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제는 납세자뿐 아니라 경제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성장동력 창출을 지원

정부는 먼저 세제 개편의 큰 방향 가운데 하나로 '경기회복세와 성장잠재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시설이나 연구 및 인력개발 등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또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각종 재료를 수입할 때 붙는 관세율도 낮추기로 했다.

이 같은 방침은 최근 수년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한 나라의 생산 요소를 최대한 이용해서 물가불안 등 큰 부작용 없이 달성 가능한 성장률)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만성적인 불황에 시달리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방안도 다수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업종을 바꾸는 중소기업에 대해 3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50% 감면해 주는 제도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부문에서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에 기반을 둔 것이다.

◆출산장려 및 빈곤층 지원 확대

개인 세제와 관련해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내용이 많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상황이 지속되면 사회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자녀가 적은 사람일수록 소득세를 적게 내도록 돼 있던 제도(소수공제자 추가공제)를 자녀가 많은 사람일수록 소득세를 적게 내는 제도(다자녀 추가공제)로 바꿨다.

맞벌이 무자녀 부부나 독신자의 세금은 늘어나는 반면 3자녀 이상 근로자의 세금은 크게 줄어든다.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로 떠올랐는데 자녀가 적은 사람에게 유리한 기존 세금제도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학 전 아동을 수영장,태권도장 등에 보낼 때 드는 비용만큼 소득세를 깎아 주는 제도를 도입한 것도 출산 장려정책의 일환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줄면 그만큼 자녀를 더 낳을 유인책이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근로장려세제는 외환위기 이후 갈수록 늘고 있는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근로장려세제란 연간 총소득이 1700만원(최저생계비의 1.2배) 미만이고,18세 미만 자녀를 둘 이상 둔 근로자 가구에 연간 최대 80만원의 지원금을 정부가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일정 시점까지는 일을 해서 소득이 늘수록 지원금도 늘기 때문에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어 '복지 의존증'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소득 자영업자 탈세 방지

얼마 전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따르면 탈세 혐의가 있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연간 평균 8억7000만원을 벌어 5억원은 신고하지 않고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봉급생활자들로서는 꼬박꼬박 세금 내는 게 억울할 법도 하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도입했다.

우선 사람들이 성형수술이나 미용목적의 치아를 교정할 때 드는 비용만큼 소득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사람들이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 치료비 관련 영수증을 꼼꼼히 챙겨서 제출하면 성형외과나 치과의사 등의 소득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란 복안이다.

또 변호사들에 대해서는 자신이 변호한 사건의 건수와 보수 자료를 국세청에 제출토록 했다.

이 밖에 연 매출 2400만원 이상 자영업자와 모든 전문직 사업자에 대해서는 현금영수증 가맹점 가입과 발급을 의무화했다.


< '증세 vs 감세' 논쟁 >

세제개편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논쟁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증세(增稅) 대 감세(減稅) 논쟁'이다.

요지는 우리 경제가 보다 잘 돌아가기 위해서 세금을 깎아주는 게 바람직하냐(감세),아니면 세금을 더 거두는 게 적절하냐(증세)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다.

감세론자들은 세금을 깎아주면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해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도 높아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또 세금이 줄면 개인들이 쓸 수 있는 돈(가처분소득)이 늘어 '소비 증가→기업 수익 증가→투자 증가→가계의 소득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세론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증세론자들은 상당수의 서민은 소득이 많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으므로 감세 혜택이 주로 부유층에 집중된다고 반박한다.

또 세금은 한번 깎아주면 되돌리기 힘들어 결과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세금을 깎아주는 것보다는 세금을 더 거둬서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는 게 오히려 경제활성화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논쟁은 단순히 세금에 대한 견해 차를 넘어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감세론자들은 시장경제가 기본적으로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정부 개입은 최소화할수록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 증세론자들은 시장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분명히 존재하며,이런 것들은 정부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지론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