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의 전시장 … 명품 열기
'가짜 명품' 사건들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지난 9일 원가 30만원도 안 되는 시계를 1억원에 판매한 '빈센트 시계' 사기극이 발각된 데 이어 180년 전통이라던 'G시계'의 역사가 불과 수년으로 드러나는 등 국내 명품 시장의 혼탁한 거래 질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이에 이택순 경찰청장은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을 갖고 "최근 유명 브랜드를 본뜬 '짝퉁'과 '가짜 명품'이 국내에 팔리면서 무분별한 소비 풍조를 부추기고 있다"며 "전면 수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간헐적 단속으로는 증가하는 '짝퉁' 수입을 막을 수 없다며 수사 확대 의지를 선언한 것이다.

실제 관세청이 올 들어 2~4월 가짜 상품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363건,정품 시가 기준 4895억원의 가짜 상품을 적발했다.

이는 지난해 95건에 비해 4배가량 증가한 규모이다.

'빈센트 시계' 사건 이후 가짜 명품으로 피해를 보았다는 제보도 경찰과 언론에 쏟아지고 있다.

박기륜 경찰청 외사국장은 "가구 장신구 등의 품목에서 과장 광고가 많다는 정보가 잇달아 들어오고 있다"며 "본청 지방청 일선 경찰서 등에 지시해 내사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가짜 명품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그 만큼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들이 갖지 않은 브랜드를 소유해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욕심은 인간의 기본 심리여서 명품 소비 자체를 부정해서는 곤란하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빈센트 시계'는 워낙 사기성이 짙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지만 진짜 명품과 구별하기 힘들 만큼 품질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도 꽤 된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역시 명품 수출 국가로 등장한 지 40여년 밖에 안된다며 한국 명품 만들기 장기 계획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의료,교육,법률,영화 등 서비스 시장을 과감히 개방,글로벌 수준에 맞는 역량을 키우자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의 하나다.

박동휘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