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경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한국경제신문 8월7일자 A34면
역대 국방장관들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시작전권이 환수되면 한·미연합사의 기능은 유명무실해지고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명분(名分)은 없어진다.
게다가 미 공군의 사격 연습장마저 쉬이 제공되지 않으면 공군은 괌이나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될 것이고 공군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상군은 주둔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미 제2사단마저 철수할 것으로 전망돼 결국은 '미군철수'라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없이 대북 전쟁억지력이 있는가? 군사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숱하게 들어온 북한의 위협은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 같은 대량살상 무기의 위협,그리고 휴전선에 배치된 700여문의 장거리 대포가 서울 이남까지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대처는 한국군의 전력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휴전선의 장거리포에 화학무기를 실어 발사하면 수백만명을 한꺼번에 몰살시킬 수 있는 상황인데 성급한 작전통제권 환수는 무엇을 믿고 서두르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군의 군사력 내용을 낱낱이 알고 있고 북한의 위협이 어느 정도인지,그리고 주변국의 안보환경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재임시절 충분한 정보를 접했던 역대 국방장관들의 주장이기에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현 정부는 2012년 정도면 작전통제권을 인수(引受) 받아도 될 만큼 전력 증강이 이루어진다는 말인데,그렇다면 역대 국방장관들은 한국군의 전력 내용을 잘 모르고 시기상조(時機尙早)라고 주장하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할 때 한국의 안보 상황은 북한만을 우려할 때가 아니다.
일본이 '신방위계획대강'에 중국위협론을 공식적으로 명시하며 이른바 중·일 간 세력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동북아에서,한국을 지켜줄 군사동맹이 미국 이외에 어느 나라가 있는가? 냉정하게 생각할 일이다.
전시 작전 통제권을 환수하는 일이 국가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정작 한국의 안보에 필수불가결한 동맹을 잃고 나라를 불안하게 만든다면 종국에는 국민을 불행의 길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어느 나라고 남의 나라의 군대가 주둔하며 눈에 어른어른하는 것은 심기불편한 일이다.
한국보다 군사력이 훨씬 우세한 일본도 자국의 영토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이런저런 간섭과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다.
미 해군 기지가 있는 요코스카나 미 육군 기지인 자마 영내를 들어가 보면 토끼장처럼 좁은 공간에서 사는 일본인들과는 달리 넓디넓은 공간에서 앞마당 잔디 밟으며 그림처럼 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참고 있다.
다 국익을 위해서다.
일본 혼자서 자주국방(自主國防)을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야 하니 미국을 끼고 안전보장과 평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을 비교해 보아도 한국은 상당한 열세에 놓여 있다.
2010년은 되어야 40기를 들여오게 될 F-15 전투기를 일본은 이미 1970년대부터 준비해 200기나 넘게 보유하고 있다.
잠수함 전력은 한국에 수십년 앞서 있다.
그런 일본도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오산에 있는 미 공군기지에 가면 U-2기가 있다.
10시간 가까이 북한 상공을 비행하며 정밀한 정보 수집을 하는데 한 번 비행에 100만달러가 든다.
미군이 떠나게 되면 우리 스스로 해야 하는데 그런 경제력이 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보수집의 독자능력과 전자전 능력도 태부족이고 한·미동맹이 없으면 충당해야 할 국방예산은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이다.
지난달 6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했을 때 처음 발사 탐지를 한 것은 미국의 정찰위성들이다.
미국의 정보가 없으면 상대방의 움직임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일 정보수집의 독자적 능력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여타의 부족한 전력을 증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설령 일본 정도의 전력증강을 했다 하더라도 미국은 군사적 균형자(Military Balancer),즉 전쟁 억지력의 실체로서 한국의 안보에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작전 통제권 환수 문제는 중단되어야 한다.
< 실력도 없이 큰소리만 치면 어떡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때 군사작전을 펴는 권한을 현재 한미연합사령부에서 한국군으로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작전통제권 환수는 표면적으론 명분이 뚜렷한 일이지만 논란의 핵심은 한국의 방위력이 한반도에서 충분히 전쟁을 예방할 수준에 와 있는지,또 경제 면에선 자주국방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역대 국방장관들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걱정하고 있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시론에서 작전통제권 환수가 중단돼야 할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우선 한국군 전력만으로 대북 전쟁억지력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인 데다,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이 세력 경쟁을 벌이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100여년 전 조선 땅이 열강들의 각축장이 됐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중국 일본과 영원히 평화롭게 지낼 것이란 보장이 없다.
현실적으로 유사시 미국 외에는 우리의 안보를 도와줄 동맹국가가 없다.
또 전자·정보전시대에 미군을 대신해 독자적으로 이를 감당할 경제력이나 기술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남의 나라 군대가 들어와 주둔해 있는 상황을 반길 리 없다.
하지만 요즘처럼 "자주국방을 하자는데 반대하면 반민족적,외세의존 세력"이라고 질타한다면 깊이 있는 토론이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명분이 옳다면 결과도 옳다'는 교조적 접근으론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과거 우리 역사에서 명분만 따지다 국민들을 도탄에 빠트린 사례(임진왜란,병자호란 등)가 수두룩했던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국가가 군대를 보유하는 것은 국민들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전쟁을 막기 위해서다.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고 부국강병에 노력하는 것은 국가가 반드시 맡아야 할 일이다.
경제력이나 주변 정세를 충분히 검토·분석하지 않고 명분만 쫓을 경우 초래될 비용과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란 점에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8월7일자 A34면
역대 국방장관들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시작전권이 환수되면 한·미연합사의 기능은 유명무실해지고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명분(名分)은 없어진다.
게다가 미 공군의 사격 연습장마저 쉬이 제공되지 않으면 공군은 괌이나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될 것이고 공군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상군은 주둔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미 제2사단마저 철수할 것으로 전망돼 결국은 '미군철수'라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없이 대북 전쟁억지력이 있는가? 군사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숱하게 들어온 북한의 위협은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 같은 대량살상 무기의 위협,그리고 휴전선에 배치된 700여문의 장거리 대포가 서울 이남까지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대처는 한국군의 전력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휴전선의 장거리포에 화학무기를 실어 발사하면 수백만명을 한꺼번에 몰살시킬 수 있는 상황인데 성급한 작전통제권 환수는 무엇을 믿고 서두르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군의 군사력 내용을 낱낱이 알고 있고 북한의 위협이 어느 정도인지,그리고 주변국의 안보환경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재임시절 충분한 정보를 접했던 역대 국방장관들의 주장이기에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현 정부는 2012년 정도면 작전통제권을 인수(引受) 받아도 될 만큼 전력 증강이 이루어진다는 말인데,그렇다면 역대 국방장관들은 한국군의 전력 내용을 잘 모르고 시기상조(時機尙早)라고 주장하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할 때 한국의 안보 상황은 북한만을 우려할 때가 아니다.
일본이 '신방위계획대강'에 중국위협론을 공식적으로 명시하며 이른바 중·일 간 세력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동북아에서,한국을 지켜줄 군사동맹이 미국 이외에 어느 나라가 있는가? 냉정하게 생각할 일이다.
전시 작전 통제권을 환수하는 일이 국가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정작 한국의 안보에 필수불가결한 동맹을 잃고 나라를 불안하게 만든다면 종국에는 국민을 불행의 길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어느 나라고 남의 나라의 군대가 주둔하며 눈에 어른어른하는 것은 심기불편한 일이다.
한국보다 군사력이 훨씬 우세한 일본도 자국의 영토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이런저런 간섭과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다.
미 해군 기지가 있는 요코스카나 미 육군 기지인 자마 영내를 들어가 보면 토끼장처럼 좁은 공간에서 사는 일본인들과는 달리 넓디넓은 공간에서 앞마당 잔디 밟으며 그림처럼 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참고 있다.
다 국익을 위해서다.
일본 혼자서 자주국방(自主國防)을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야 하니 미국을 끼고 안전보장과 평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을 비교해 보아도 한국은 상당한 열세에 놓여 있다.
2010년은 되어야 40기를 들여오게 될 F-15 전투기를 일본은 이미 1970년대부터 준비해 200기나 넘게 보유하고 있다.
잠수함 전력은 한국에 수십년 앞서 있다.
그런 일본도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오산에 있는 미 공군기지에 가면 U-2기가 있다.
10시간 가까이 북한 상공을 비행하며 정밀한 정보 수집을 하는데 한 번 비행에 100만달러가 든다.
미군이 떠나게 되면 우리 스스로 해야 하는데 그런 경제력이 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보수집의 독자능력과 전자전 능력도 태부족이고 한·미동맹이 없으면 충당해야 할 국방예산은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이다.
지난달 6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했을 때 처음 발사 탐지를 한 것은 미국의 정찰위성들이다.
미국의 정보가 없으면 상대방의 움직임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일 정보수집의 독자적 능력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여타의 부족한 전력을 증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설령 일본 정도의 전력증강을 했다 하더라도 미국은 군사적 균형자(Military Balancer),즉 전쟁 억지력의 실체로서 한국의 안보에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작전 통제권 환수 문제는 중단되어야 한다.
< 실력도 없이 큰소리만 치면 어떡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때 군사작전을 펴는 권한을 현재 한미연합사령부에서 한국군으로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작전통제권 환수는 표면적으론 명분이 뚜렷한 일이지만 논란의 핵심은 한국의 방위력이 한반도에서 충분히 전쟁을 예방할 수준에 와 있는지,또 경제 면에선 자주국방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역대 국방장관들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걱정하고 있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시론에서 작전통제권 환수가 중단돼야 할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우선 한국군 전력만으로 대북 전쟁억지력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인 데다,동북아에서 중국과 일본이 세력 경쟁을 벌이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100여년 전 조선 땅이 열강들의 각축장이 됐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중국 일본과 영원히 평화롭게 지낼 것이란 보장이 없다.
현실적으로 유사시 미국 외에는 우리의 안보를 도와줄 동맹국가가 없다.
또 전자·정보전시대에 미군을 대신해 독자적으로 이를 감당할 경제력이나 기술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남의 나라 군대가 들어와 주둔해 있는 상황을 반길 리 없다.
하지만 요즘처럼 "자주국방을 하자는데 반대하면 반민족적,외세의존 세력"이라고 질타한다면 깊이 있는 토론이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명분이 옳다면 결과도 옳다'는 교조적 접근으론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과거 우리 역사에서 명분만 따지다 국민들을 도탄에 빠트린 사례(임진왜란,병자호란 등)가 수두룩했던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국가가 군대를 보유하는 것은 국민들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전쟁을 막기 위해서다.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고 부국강병에 노력하는 것은 국가가 반드시 맡아야 할 일이다.
경제력이나 주변 정세를 충분히 검토·분석하지 않고 명분만 쫓을 경우 초래될 비용과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란 점에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