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청·비·총.' 10여년 전 한 신문에 제목으로 나온 말이다.

신문을 글쓰기의 교재로 삼는 사람들은 먼저 신문에서 쓰는 약어(略語,준말)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 한다.

'청·비·총'은 공무원 사회에서 통하던 말로 '청와대와 장관 비서실,부처 총무과 출신'을 머리글자만 따서 만든 은어다.

이들이 인사 때 배후에서 봐주는 '유력자'의 지원을 타고 남들보다 더 빨리,손쉽게 승진한다는 것을 '낙하산'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요즘은 융합과 복합의 시대다.

말에서도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언어 특성상 축약화,간략화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긴 말은 그 자체로서 경쟁력을 상실한다.

신문에선 특성상 간결한 말을 특히 선호하기 때문에 더더욱 약어를 많이 쓴다.

약어의 사전적 풀이는 '어떤 말의 머리글자만 따서 부호처럼 간편하게 쓰는 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줄여서 전경련,후천성면역결핍증을 에이즈,선거관리위원회를 선관위로 부르는 것 등이 그런 사례다.

한은(한국은행) 농활(농촌활동) 유엔(UN,국제연합) 연준리(聯準理,연방준비제도이사회) 산학협동(산업계와 학계가 협동하는 일) 따위도 모두 단어로 굳어져 사전에 오른 말이다.

이들은 원래 말보다 글자 수를 절반 이하로 줄여 쓸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경쟁력을 갖는다.

영어에서는 원래 약어가 발달해 세계적으로 영어 약어가 그 위력을 급속히 확장해 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언어 체계 안에서도 과거 국제연합 또는 유엔으로 적던 것을 로마자 UN으로 표기하는가 하면 연준리보다 FRB(Federal Reserve Board)로 적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그만큼 영어에 더 익숙해져 있다는 의미며 동시에 우리말의 입지가 좁아져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글쓰기에서 약어의 효과 이면에는 부작용도 많기 때문에 주의해 써야 한다.

우선 공인된 단어를 써야 하며 임의로 말을 줄여서는 안 된다.

가령 전원주택을 '전주'라 하고,고속철도를 '고철'이라 한다든지,유선방송을 '유방'이라 하는 식으로 줄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입·출금'은 '입금+출금'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제는 어엿하게 '입출금'으로 사전에 오른 말이다.

'개수+보수'가 준 '개·보수'도 '개보수'로 한 단어가 됐다.

하지만 '유출·유입'이 준 말을 '유·출입'이라 한다면 이는 오류다.

굳이 중점을 넣을 경우엔 '유출·입'으로 해야 한다.

두음법칙과 관련한 표기의 변화에도 주의해야 한다.

가령 '섬유산업연합회'를 줄여 쓸 때는 '섬산연'이 아니라 '섬산련'으로 적게 된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각각 연준리,전경련으로 줄어드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