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하고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하라

수험생들의 답안지를 채점해 보면 논의되는 주요한 쟁점에 대한 철학적,사회과학적인 식견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시문을 단순하게 반복한다든지,주장을 순환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답안은 제시된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하고 문제를 바라보는 논리적인 관점의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어 채점시 감점 요인이 된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논술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나의 주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옳다는 식의 논리 전개는 채점자에게 논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요소는 어떻게 보완,극복할 수 있을까?

논술의 핵심적 요소 중의 하나는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설득적으로 전달할까 하는 점이다.

논술에서 자신의 주장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상대 주장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옳다는 설명만으로 일관하는 것보다는 상대 주장이 지니고 있는 취약점에 어느 정도 지면을 할애하는 것이 시각의 다양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자신의 주장이 지니고 있는 설득력을 강화해 준다.

민주주의 사회는 독재 사회처럼 사회적 갈등을 물리적 억압을 통해 미봉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현대 사회가 가질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의 다양성과 갈등,대립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줄 아는 사회다.

즉,힘의 논리가 아닌 논리의 힘을 믿는 사회가 바로 민주주의 사회다.

그러므로 이러한 민주주의 사회가 올바르게 존재하기 위해 논리적인 논쟁 과정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문제와 관련해 상대의 주장을 타당하게 비판,논쟁을 벌이는 태도는 바람직한 주장 전개의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논술에서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상대방의 주장을 비판할까? 어떤 쟁점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때,자신의 주장이 지닌 정당성을 제시할 때는 우선 주장을 분명히 하고 그에 대한 타당하면서도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해 분명한 주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점은 물론이고 상대 주장이 지니고 있는 잘못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글 속에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다.

상대 주장에 대한 비판은 소홀히 한 채 자신의 입장의 정당성만 옹호하는 글을 전개한다면 글 전체가 한 쪽 방향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 주장이 왜 잘못인가를 비판하는 것도 자신의 주장의 논리를 보다 강화해 주는 하나의 전략임에 틀림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역비판하는 것도 설득력 있는 논술을 전개하는 주요한 수단이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즉,자신이 어떤 주장을 하면 그 주장이 야기할 수 있는 약점을 적절하게 방어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주장이 지니고 있는 취약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도 논지 전개의 중요한 하나의 방식이 될 수도 있지만,동시에 상대방의 비판을 역비판하는 방식은 자신의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일방적으로 한 쪽의 장점만을 강조한다든지,또는 다른 쪽의 결점만을 서술하는 것은 제대로 된 논술이라고 하기 어렵다.

일방적 옹호나 반박이 감정적 표현과 함께 이뤄지는 것은 논술이 아니라 억지 주장이거나 지시문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경쟁의 원리는 사회적 희소 가치를 얻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과 능력을 발휘한 사람에게 일정한 규칙에 따라 분배하는 원리다.

그런데 이러한 경쟁의 원리는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 분야에 주로 도입됐다.

물론 이 경쟁의 원리에도 문제는 있다.

경쟁이 지나치게 되면 경쟁 당사자들은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경쟁에서 이기려 하게 된다.

이는 사회 정의를 파괴하고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경쟁의 승자와 패자 사이에 불평등과 격차가 심화되는 현상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경쟁의 원리가 지닌 장점인 효율성을 저하시키게 되므로 합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사회에서 경쟁의 원리가 타당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어떤 주장이 절대적으로 옳다고만 할 수 없는 경우에 자신의 입장을 지나치게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대 주장이 지니고 있는 긍정적 측면에 대한 적절한 배려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는 예다.

어떤 주장이든 지나치게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반론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논지를 전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적,내용적 근거가 부족한 가운데 자신의 주장이 지니고 있는 정당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논리적 타당성보다 주관적 의도가 압도하게 된다.

이럴 경우 억지 주장이나 강변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점을 피하기 위해 '틀림없이,언제나,항상,필연적으로' 등과 같이 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일반화,보편화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물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주장의 타당성을 얻는 데 별다른 문제점은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표현은 합리적인 비판을 전개하는 데 저해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논술을 쓰면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점은 단정적인 어투를 사용해 역비판을 받을 가능성을 가지기보다는 분명한 표현을 제시하되 비판의 근거를 명확히 해 논지를 전개할 때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는 점이다.

논술 구상을 할 때 자신의 주장은 어떤 점에서 공격을 당할 수 있을 것인지 염두에 두고,그 점을 방어하기 위한 보편 타당한 근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석록 원장 stonelee@megastud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