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의 주요 거래 주체는 개인과 기관,외국인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들은 2000년대 들어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한 사실상 가장 강력한 매수세력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이 외국인들이 지난달 이후 '팔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이동 혹은 출국을 뜻하는 '엑소더스(Exodus)'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요 투자회사의 지분을 줄이는 등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 축소 여부가 증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상황이 외국인이 떠날 만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는 조만간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

7월에만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1조7000억원대에 달했다.

지난 한 달 중 사흘만 제외하고 순매도세(매수액보다 매도액이 많은 상태)를 지속한 것이다.

휴가철을 맞아 거래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꾸준히 순매도세를 보임에 따라 외국인의 거래 행태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5월의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 국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11일 주가 고점 이후 증권시장에서 8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도했다.

지난 4월25일 이후 외국인 매도 규모는 10조원에 이른다.

이는 외국인 엑소더스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만큼 큰 규모다.

실제로 2004년 이후 외국인 누적 순매수를 단순 합산해 그려보면 그간 샀던 물량을 거의 다 털어버린 것으로 드러난다.

또 외국인들이 매도한 주요 종목들이 업종 대표주 및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대형주여서 이 같은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업종 대표주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우량주여서 그동안 외국인들이 보유 비중을 꾸준히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외국인이 대거 매도에 나서고 있지만 코스피지수는 1250∼1300의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다.

◆왜 매도하나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분석하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에 대한 방어적 성격의 매도라는 게 그 중 하나다.

지난 5월 외국인 매도가 상품가격 급락으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이탈하면서 이뤄진 '급매물' 성격이라면 7월 이후 나타난 외국인 매도는 '경기둔화에 대한 방어적 성격의 매도'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등 IT(정보기술)기업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데다 경기 지표들도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를 먼저 예상한 외국인들이 단기적으로 보유 지분을 처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까지 세계증시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 들어 이 같은 강세가 꺾이고 있는 추세다.

경제를 둘러싼 변수들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일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도 금리를 올려 증시 주변의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고 국내의 경우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보다는 부동산 등 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투자처를 옮기려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미증유의 1400선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보인 뒤 조정을 맞아 차익 실현하려는 욕구가 커진 것도 외국인이 매도에 나서는 배경으로 꼽힌다.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단기적으로 일부 이익을 확보해두자는 차원이다.

◆엑소더스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한국증시와 결별하는 '바이 코리아(Bye Korea)'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외국인 매도는 지난 5월과 달리 경기둔화에 대응한 자연스러운 비중 축소 과정이어서 시장에 큰 위협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향후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에 대한 리스크가 완화되면 점차 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주식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다른 쪽으로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외국인 매도에 대한 우려를 줄여준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일부 안전자산 쪽으로 투자하기도 하지만 이도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최근 매도세는 단기적인 비중 축소 정도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외국인 매도세가 아직 우려할 상황까지 간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수급 상황에 부담요인이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외국인 매도세를 기관과 개인이 받아줘야 하나 이들 두 거래주체가 실제로 그럴 만한 여력이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향후 시장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남아 있어 외국인들은 저평가된 종목 위주로 재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진수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true@hankyung.com


외국인, 대형 우량주 많이 팔아

외국인들이 최근 보유지분을 줄인 종목들은 하나같이 '블루칩'으로 불리는 대형 우량주들이다.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 지속 여부가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여온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 공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7월3일 외국인 지분율이 51.36%였으나 28일 지분율은 50.79%로 0.57%포인트 감소했다.

외국인은 이 기간 중 사흘만 순매수했고 나머지는 매도세가 우위를 보였다.

포스코의 경우 7월 초 63.24%였던 외국인 비중이 28일 62.24%로 줄었다.

이 기간 중 주가는 8.3% 하락했다.

시가총액 5위권인 신한지주도 같은 기간 외국인 지분율이 61.59%로 0.96%포인트 낮아졌다.

우리금융의 경우 7월3일 9.61%였던 지분율이 8.56%로 떨어졌다.

이 밖에 현대차 하이닉스 등도 외국인 비중이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NHN이 같은 기간 외국인 지분율이 2.72%포인트 감소한 46.72%로 줄었다.

아시아나항공 하나투어 메가스터디 등도 외국인들이 지분을 일부 처분했다.

대부분의 국내 우량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웃돌 정도로 높다.

이런 외국인이 비중 1%만 줄여도 해당 종목의 주가는 출렁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