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논술고사에서는 시각적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림이나 만화,도표 자료를 활용해 그 속에 담긴 문제의식을 도출하고 논제와 관련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끌어내도록 하는 문제들은 통합 논술이 지향하고 있는 범교과적 소재와 연관지어 볼 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면 이러한 자료가 제시되었을 때 핵심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출제된 문제들을 살펴보면 2001년 경북대 정시의 케터 콜비츠의 그림 '빵을!',2003년 연세대 정시 마그리트의 그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2004년 성균관대 수시 1학기의 사진 '10개의 계량기',2005년 연세대 정시 티치아노의 그림 '인간의 세 시기' 등이 있다. 2006년 중앙대 수시의 거짓말탐지기 도표,2006년 한양대 수시의 국민소득과 행복 지수의 관계 도표 등이 출제되었다.

제시문이 한 편의 글로 제시될 때보다 시각적 자료가 제시될 때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연하게 느끼거나 과연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지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은데,실제로 자료를 왜곡하여 해석하게 되면 논의의 방향이 달라지고 채점에서 당연히 불이익을 당하게 되기 때문에 자료 해석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각적 이미지와 관련된 문제가 출제됐을 경우에 시각적 자료에 대한 해석의 여지는 매우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측면에서 보면 모자를 그린 그림인데도 방향을 달리해서 보면 뱀이 코끼리를 삼킨 그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림을 해석하는 데 해석의 기준점은 논제다.

시각 자료를 볼 때 논제가 제한해 주는 범위와 연관지어 해석해야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시각 자료를 제시하는 목적은 시각 자료가 주는 이미지를 얼마나 논리적으로 언어화하는가를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창의적 사고력과 더불어 평가하려는 것이다. 즉,시각 자료를 얼마든지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그 해석은 시각 자료의 전체적인 맥락과 논의의 방향을 고려해서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 자료가 출제되었을 때 핵심은 자신의 창의적인 관점에서 자료를 논리적인 언어로 얼마나 잘 풀어낼 수 있는가에 놓여 있다.


그러면 실제 작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2005년 연세대 기출 문제를 통해 살펴보자.

그림 <왼쪽 아래>을 볼 때 제목은 작품을 해석하는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세 시기'라고 했기 때문에 그림에서 그 부분을 먼저 찾아내야 한다. 어린 유아기,사랑에 빠진 젊음,노인이 해골을 응시하는 모습 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논제에서 제시문에 담긴 '세월의 흘러감'에 대한 생각을 '욕망'과 연관지어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술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 그림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해석해 나가야 한다.

먼저 인물의 배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아기→젊은이→노인'에 이르는 과정을 시계 방향으로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인간 삶의 순환 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림의 가장 앞에 크게 제시하고 있고,노인의 모습은 뒤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을 논제와 연관지어 해석해 보면 인간이 시기별로 욕망의 성격과 크기가 다르다는 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즉,아기는 가장 본능적인 기초적 욕망만 있는 반면에 젊은이는 여러 가지 대상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지니고 있고,노인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삶과 연관된 단순한 욕망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추리할 수 있다.

또한 인물들의 시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기는 평온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있고 젊은이들은 서로 상대방을 열렬한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며,노인은 해골을 응시하고 있다. 이 모습을 확장시켜 해석하면 아기는 아직 세속적 욕망에 눈을 뜨지 않았고 젊은이는 욕망의 대상을 획득할 수 있으리라는 듯이 강렬하게 바라보고 있고,죽음을 앞둔 노인은 슬프게 해골을 응시하면서 다가오는 죽음을 의식한 채 삶에 대한 욕망을 갖는다는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그림에서 버릴 수 없는 부분이 배경적 요소다. 인물들의 뒤에 숨어 있는 수풀이 우거진 나무와 앙상한 고목을 각 시기의 욕망의 성격을 암시하는 은유로 해석할 수 있다. 젊은이들 뒤에는 욕망의 무성함을 암시하는 수풀이 우거져 있고,노인의 뒤에는 잎이 다 떨어진 고목을 엿볼 수 있다.

결국 이 그림에서 노인이 세월의 흐름을 탄식하는 모습,젊은이와 노인의 차이점,젊은이를 바라보는 노인의 탄식 등을 다양하게 이끌어낼 수 있다. 물론 다른 글과 함께 제시가 된 그림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과 논제와 연관지어 일맥상통한 논제를 이끌어내는 것은 논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시각적 자료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해석하고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됨을 알 수 있다.

stonelee@megastudy.net

[ 그림은 생글생글 7월 17일자 17면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