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景氣浮揚)이란 말 그대로 경기를 띄워 올리는 것이다.

침체된 경기를 부추겨 다시 되살린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개인들의 소비나 기업의 투자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게 경기부양이다.

경기부양엔 전통적으로 두 가지 수단이 동원된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수입과 지출을 조절하는 방법이고,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시중의 돈줄을 풀었다 조였다 하는 것이다.

재정정책이든,통화정책이든 경기를 살리는 데 핵심은 역시 시중에 돈을 푸는 데 있다.

시중에 돈이 넉넉히 돌아다니게 해야 개인들이 소비도 활발히 하고,기업들도 투자를 늘린다.

그래야 경제가 활기 있게 돌아가고 경기가 일어난다.

그렇다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어떻게 시중에 돈이 풀리고,그것이 경기를 살아나게 만드는 것일까.

그 파급경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재정확대 정책

경기를 부양하는 재정정책에도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지출은 소비 투자 순수출과 함께 경제의 총수요를 구성하는 4가지 요소 중 하나다.

총수요(總需要·aggregate demand)란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가 구입하려는 상품과 서비스 총량,즉 경제 전체의 수요로 그 크기는 경제성장과 직결돼 있다.

따라서 정부지출을 늘리면 곧바로 총수요가 증가하고,그것이 곧 경기를 살리는 방법이 된다.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예가 대공황 시절인 1930년대 미국이 시행한 '뉴딜정책'이다.

착 가라앉은 소비와 투자를 되살리기 위해 미국 정부는 당시 주도적으로 후버댐이나 고속도로와 같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여 돈을 썼다.

이 돈은 미국의 기업과 가계로 흘러들어 민간의 투자와 소비를 되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또 다른 재정정책은 세금인하다.

세금을 내리면 가계 입장에선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세금을 덜 내니까 그만큼 여윳돈(가처분소득)이 많이 생겨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기업들도 똑같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수익에서 떼는 세금이 줄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대수익이 높아지면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게 마련이다.

결국 세금인하는 가계소비와 기업투자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경기침체기에 감세(減稅)를 통한 경기부양 주장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지출 확대가 경제의 총수요를 늘리는 직접적 방법이라면,세금인하는 가계 및 기업의 소비와 투자여력을 높여 총수요를 확대시키는 간접적인 방법이다.

◆통화완화 정책

재정정책이 정부가 나서는 경기부양책이라면 통화완화 정책은 중앙은행이 나서는 방법이다.

정부 대신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셈이다.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방법은 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금리를 내리면 여러 경로를 통해 시중 돈이 늘어나고,그에 따라 총수요가 증가해 경기가 되살아나게 된다.

우선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들은 은행 돈을 빌려 투자했을 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개인들도 금리인하로 시중에 돈이 여유로워지면 소비를 늘린다.

기업의 투자확대와 개인의 소비증대는 모두 총수요 증가로 이어져 경기를 회복시킨다.

또 주식시장을 통한 소비·투자 진작 효과도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수익률이 낮아져 채권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돈을 빼내 주식을 사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면 주가는 오르게 된다.

주가 상승은 가계의 부(富) 증가로 나타나 소비를 확대시킨다.

주식시장의 활황은 기업들의 투자도 증가시킨다.

이 밖에 환율을 통한 파급도 무시할 수 없다.

금리가 인하되면 원화 채권수익률이 하락한다는 뜻이고,이는 상대적으로 달러 채권 수요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사람들이 달러 채권을 사려고 원화를 달러로 바꾸다 보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한다.

환율 상승은 국내 기업의 수출을 늘리는 계기가 되고,이것이 곧 경기를 활성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중앙은행이 경기가 침체됐을 때 금리를 내리고,경기가 과열됐을 땐 금리를 올려 경기를 조절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금리의 경기 파급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 '필립스 곡선' 물가-실업 반대로 움직이죠 ]

경기부양으로 인해 경기가 과열되면 생기는 일반적 부작용 중 하나가 물가불안(인플레이션)이다.

시중에 돈이 넘쳐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면 시장에서 물건 값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기가 침체되면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실업증가다.

경기가 가라앉아 기업들이 투자와 생산활동을 줄이면 일자리가 줄어들고,실업자가 늘어나게 된다.

어쨌든 물가불안이나 실업증가는 모두 국민들에게 고통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물가와 실업을 동시에 잡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가와 실업은 서로 상충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재정확대와 통화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면 실업자는 줄어들지만 총수요가 증가해 물가가 오르게 된다.

반대로 재정 및 통화긴축을 통해 돈 줄을 조이면 총수요가 줄어 물가는 떨어지지만 경기가 침체돼 실업자는 늘어나게 된다.

물가와 실업의 이 같은 역(逆)의 관계를 보여주는 게 '필립스 곡선'이다.

바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충관계를 처음 발견한 1958년 뉴질랜드 출생 영국 경제학자 필립스(A W Phillips)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필립스는 1861년부터 1957년까지의 영국 경제통계를 이용해 실업률이 낮은 해엔 물가가 높고,실업률이 높은 해에는 물가가 낮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필립스 곡선은 2년 후인 1960년 미국에서도 확인됐다. 1970년과 1987년 각각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과 로버트 솔로(Robert Solow)는 미국에서도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엔 역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결국 실업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