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부활했다?' 세계적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7월10일자) G8 정상회담(선진 7개국+러시아) 특집기사에서 회담 개최국인 러시아가 '우리가 돌아왔다'(Russia is back)며 잔뜩 목에 힘을 주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보도했다.

타임은 "크레뮬린이 고유가시대에 편승해 세계를 향해 다시 힘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방의 시각을 대표하는 보도이긴 하지만 15~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구 각국의 우려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990년대 초 동구 사회주의와 소비에트 연방이 허물어진 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 했던 '북극곰' 러시아가 G7(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지도자들을 데려다 놓고 어떤 시위를 할지 주목된다.

○러시아의 부활을 견제

문제는 러시아의 부활이 서방세계에는 '불안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strategic partnership)인 줄 알았더니 최근의 러시아 행보는 갈수록 서방세계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내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공기업 비중이 전체 경제의 40%에 육박할 정도로 정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주변국에 가스 공급을 차단한 것도 이런 걱정을 더해 준다. 한마디로 러시아가 서방과 협력하기보다 독자 노선을 주창하며 '신(新) 냉전시대'를 조성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의 싱크탱크인 외교정책센터(FPC)는 "이런 푸틴의 모습은 자유시장과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G8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러다 보니 "러시아가 과연 G7과 함께 세계경제와 세계적 관심 사안을 논의할 자격이 있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G8 회원국은 세계 경제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 자리다.

민주주의 또한 모범적으로 실시되고 있어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푸틴은 초대받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란 얘기다.

'초대'가 아닌 1년에 한 번 열리는 G8 정상회담을 러시아에서 개최하는 데도 서구 세계의 반감이 크다.

타임지는 "회원사들이 4년 전 러시아의 G8 정상회담 개최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대두되는 G8 확대론

한편에선 G8의 정체성을 시비 거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4위인 러시아가 G8에 들어있는데 세계 4위인 중국은 고작 옵서버(참관국가)로 참석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다.

러시아가 국제정치 구도상 G8에 들어간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 참에 G8을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AP통신은 1975년 선진국 클럽(당시엔 G5)이 결성된 이후 3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아시아와 남미에서 신흥경제국들이 급성장했는데 선진국 클럽에선 이를 전혀 반영치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G8이 세계경제의 주요 이슈를 조율하는 사명을 감당하려면 확대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GDP 규모로 보면 스페인(8위) 브라질(10위) 한국(11위) 인도(12위)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하네스 린과 콜린 브랫포드 연구위원은 G8이 한국 중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등을 포괄,19~20개 회원국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물론 여기에는 부활하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G8 확대를 통해 일종의 '물타기'를 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반론

물론 러시아도 할 말은 있다.

러시아 대통령 자문역인 이고르 슈발로프는 러시아가 현재의 경제규모로는 선진 7개국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뛰어난 인재와 잘 교육받은 노동력,석유와 가스가 있다"며 "주요 G8 국가로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도 러시아는 몇몇 G8 국가들보다 경제적으로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1999년 이후 연평균 6%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제규모가 99년에 비해 65% 확대된 것이 이런 자신감의 배경이다.

주러 영국대사를 지낸 로더릭 린은 "러시아 경제는 석유 외에 통신 IT 소매 금융업에서 훌륭한 기업인들이 나오면서 성장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 세계 에너지 안보 문제 중점 논의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에너지 안보 문제다.

고유가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공동 노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세계 2위 석유수출국이자 최대 가스 공급국인 러시아가 이번 회담을 개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G7 국가들과 에너지 수출국 러시아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합의 도출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G7 국가들은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를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는 에너지 파워를 앞세워 국제사회에서 위상 강화를 노리고 있다.

영국 BBC는 유럽 국가들이 중앙아시아의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에 송유관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유럽 에너지의 25%를 공급하는 러시아는 에너지 시장 지배력이 떨어질까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문제에선 미국도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다.

지난 5월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로 주변국을 협박한다면 어떤 합법적 이익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승인하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경제단체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러시아가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미국 농산물 수출을 가로막는 무역장벽을 철폐할 때까지 WTO 가입 승인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회담에선 북한 미사일과 이란 핵문제,빈곤 국가 전염병 예방 백신 지원방안 등도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