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참 이기적이구나."
자,어느날 옆자리 친구한테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분이 어떨까? 사회통념상 '이기적'이라는 단어는 매우 고약한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라면 마음 상할 이유가 없다.
경제학은 인간의 본성을 '이기적'이라고 가정한다.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이자 인간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바로 이 때문에 시장경제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인간은 이기적이 아니라 이타적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소위 '죄수의 딜레마'는 이기심의 한계나 맹점을 지적하는 이론으로 애용되곤 한다.
이기적인 행위는 서로 공멸하자는 것일 뿐 상호 간 협력적 행동만이 전체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타주의야말로 이기심의 진화한 형태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시 보는 '죄수의 딜레마'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는 여러 가지 게임이론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모형이다.
중죄를 저지른 공범 두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의 고민은 이들이 범인이라는 심증은 확실하나 물증이 없다는 데 있다.
물증을 찾지 못하면 이들은 신통찮은 죄목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날 가능성이 크다.
말하자면 범인들의 자백만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경찰은 묘안을 짜낸다.
범인 A와 범인 B를 각각 다른 방에 집어넣고 심문하는 것이다.
그리곤 제안한다.
"네가 입을 다물고 있는데 옆 방에서 자백을 하면 그 놈은 무죄로 풀려나고 너만 중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네가 먼저 자백하면 너는 풀려나.
물론 저놈은 죄값을 받게돼."
경찰이 노리는 것은 두 사람을 이간질해 양쪽 모두에게서 자백을 이끌어 낸 후 무거운 벌을 내리는 것이다.
이제 A와 B는 각각 선택의 기로에 선다.
두 사람이 택할 수 있는 것은 '자백'과 '침묵'이다.
둘 다 입을 다물 경우 범인들은 둘 다 가벼운 처벌만 받는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상대방이 먼저 입을 연다면? 물론 '독박'을 쓰게 된다.
결국 범인들은 자신이 입을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한 중간길',즉 입을 여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A와 B가 상대방을 배려하면 서로에게 유리한 결과가 돌아오는 데도 불구하고 이기적 행동을 해서 결국 모두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리라는 예측에서 죄수의 딜레마는 '이기심'의 폐해를 보여주는 증거처럼 내세워져 왔다.
이기심은 공동선이 아닌 공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기심이 사회를 좋게 만든다'는 시장이론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예측은 어디까지나 '1회성'에 한한다.
같은 게임을 현실에서와 같이 반복해 실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이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를 내놓았다.
액설로드는 62명의 게임이론 전문가들에게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반복하는 게임전략을 제출하도록 했다.
또 모든 참여자가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참여자와 반복게임을 다섯번씩 치르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신만 하고 게임 상대방은 협조만 한다면 배신한 사람이 최고의 점수를 얻겠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모든 참여자는 이기적인 동시에 나름대로 합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배신을 적게 당하고 협조를 많이 얻어내는 전략을 꾸며야 한다.
실전 결과 최후의 승리자는 'Tit-for-tat(눈에는 눈)' 전략으로 밝혀졌다.
즉 처음에는 협조하고 다음 게임부터는 상대방이 선택한 전략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1차시기에 상대방이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면 2차시기에 나도 상대방을 배신하지 않는다.
만일 1차에 상대방이 배신을 했다면 2차시기에는 나도 배신한다.
양측 모두 '눈에는 눈' 전략을 쓸 때 가장 바람직한 결과가 얻어진다는 것이다.
'눈에는 눈' 전략을 진화론으로 비교하면 '적자(適者)'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힘이 센 자도,가장 비열한 자도 아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이기적) 남들과 가장 잘 협조하는(이타적) 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김정동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논문에서 "진실로 이기적인 자는 적절히 이타적인 자이며 이타적 행동은 주어진 상황 하에서 이기심을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 행위"라고 풀이한다.
◆이기심은 이타심을 낳는다
상호 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이기적 개인'이 자발적으로 남들과 협조하게 된다는 게 반복게임 모형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이다.
즉 이기심은 현실에서의 적용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이타적 외형으로 진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1회성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이기심이 공멸적 결과를 낳은 것은 상호 정보가 차단되어 있었고 더구나 완전경쟁시장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었다.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게임을 반복하게 되면 상대방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게 돼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고 시장마찰적 갈등이 해소될 수 있으며,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조금 정리해보자.무분별하게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며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남들은 자기방어를 위해 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인간은 자기에게 궁극적으로 이익이 된다면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협조를 할 경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에서 협조하는 것,즉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이기적인 사람에겐 당연한 일이다.
다시 말해 이타심이란 이기심의 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혜수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dearsoo@hankyung.com
자,어느날 옆자리 친구한테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분이 어떨까? 사회통념상 '이기적'이라는 단어는 매우 고약한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라면 마음 상할 이유가 없다.
경제학은 인간의 본성을 '이기적'이라고 가정한다.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이자 인간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바로 이 때문에 시장경제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인간은 이기적이 아니라 이타적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소위 '죄수의 딜레마'는 이기심의 한계나 맹점을 지적하는 이론으로 애용되곤 한다.
이기적인 행위는 서로 공멸하자는 것일 뿐 상호 간 협력적 행동만이 전체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타주의야말로 이기심의 진화한 형태일 뿐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시 보는 '죄수의 딜레마'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는 여러 가지 게임이론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모형이다.
중죄를 저지른 공범 두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의 고민은 이들이 범인이라는 심증은 확실하나 물증이 없다는 데 있다.
물증을 찾지 못하면 이들은 신통찮은 죄목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날 가능성이 크다.
말하자면 범인들의 자백만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경찰은 묘안을 짜낸다.
범인 A와 범인 B를 각각 다른 방에 집어넣고 심문하는 것이다.
그리곤 제안한다.
"네가 입을 다물고 있는데 옆 방에서 자백을 하면 그 놈은 무죄로 풀려나고 너만 중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네가 먼저 자백하면 너는 풀려나.
물론 저놈은 죄값을 받게돼."
경찰이 노리는 것은 두 사람을 이간질해 양쪽 모두에게서 자백을 이끌어 낸 후 무거운 벌을 내리는 것이다.
이제 A와 B는 각각 선택의 기로에 선다.
두 사람이 택할 수 있는 것은 '자백'과 '침묵'이다.
둘 다 입을 다물 경우 범인들은 둘 다 가벼운 처벌만 받는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상대방이 먼저 입을 연다면? 물론 '독박'을 쓰게 된다.
결국 범인들은 자신이 입을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한 중간길',즉 입을 여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A와 B가 상대방을 배려하면 서로에게 유리한 결과가 돌아오는 데도 불구하고 이기적 행동을 해서 결국 모두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리라는 예측에서 죄수의 딜레마는 '이기심'의 폐해를 보여주는 증거처럼 내세워져 왔다.
이기심은 공동선이 아닌 공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기심이 사회를 좋게 만든다'는 시장이론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예측은 어디까지나 '1회성'에 한한다.
같은 게임을 현실에서와 같이 반복해 실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이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를 내놓았다.
액설로드는 62명의 게임이론 전문가들에게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반복하는 게임전략을 제출하도록 했다.
또 모든 참여자가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참여자와 반복게임을 다섯번씩 치르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신만 하고 게임 상대방은 협조만 한다면 배신한 사람이 최고의 점수를 얻겠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모든 참여자는 이기적인 동시에 나름대로 합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배신을 적게 당하고 협조를 많이 얻어내는 전략을 꾸며야 한다.
실전 결과 최후의 승리자는 'Tit-for-tat(눈에는 눈)' 전략으로 밝혀졌다.
즉 처음에는 협조하고 다음 게임부터는 상대방이 선택한 전략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1차시기에 상대방이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면 2차시기에 나도 상대방을 배신하지 않는다.
만일 1차에 상대방이 배신을 했다면 2차시기에는 나도 배신한다.
양측 모두 '눈에는 눈' 전략을 쓸 때 가장 바람직한 결과가 얻어진다는 것이다.
'눈에는 눈' 전략을 진화론으로 비교하면 '적자(適者)'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힘이 센 자도,가장 비열한 자도 아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이기적) 남들과 가장 잘 협조하는(이타적) 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김정동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논문에서 "진실로 이기적인 자는 적절히 이타적인 자이며 이타적 행동은 주어진 상황 하에서 이기심을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 행위"라고 풀이한다.
◆이기심은 이타심을 낳는다
상호 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이기적 개인'이 자발적으로 남들과 협조하게 된다는 게 반복게임 모형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이다.
즉 이기심은 현실에서의 적용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이타적 외형으로 진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1회성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이기심이 공멸적 결과를 낳은 것은 상호 정보가 차단되어 있었고 더구나 완전경쟁시장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었다.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게임을 반복하게 되면 상대방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게 돼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고 시장마찰적 갈등이 해소될 수 있으며,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조금 정리해보자.무분별하게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며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남들은 자기방어를 위해 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인간은 자기에게 궁극적으로 이익이 된다면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협조를 할 경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에서 협조하는 것,즉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이기적인 사람에겐 당연한 일이다.
다시 말해 이타심이란 이기심의 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혜수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