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출제되는 논술 문제의 제시문은 고전 텍스트가 주류를 이룬다.

동서고금의 명문이나 학문적,교육적 가치가 있는 글들이 제시되는데,논술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그 속에 담긴 문제의식을 잘 도출해야 한다.

더구나 최근 출제되는 통합 교과형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제시문들 사이의 관련성을 비교 분석하는 '엮어 읽기'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그 과정을 통해 핵심적 문제의식을 이끌어내는 연습을 부단히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제시문으로 문학 작품이 제시되기도 한다.

이렇게 문학 작품이 제시될 때 어떤 점에 유의해서 읽어야 할까?

문학 작품은 독자들에게 정서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대로 느끼기만 해도 올바르게 감상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심화된 감상을 위해서는 작품 속에 담겨진 작가 의식을 제대로 파악하고,'암시된' 특정한 문제점을 밝혀내는 감상법이 필요하다.

논술에서도 이러한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출제되는 유형이 있다.

문학 제시문으로는 주로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 지문이 쓰이는데,문학은 인간 현실의 구체적 묘사를 통해 현실의 쟁점을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므로,장황한 작중 상황 속에 숨어 있는 문제점을 추리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동물 농장>에서 "복서의 죽음을 둘러싼 작중 상황이 현실의 어떤 문제점을 암시하는가?"처럼 묻는 방식이 이런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농장의 동물들이 티격태격하는 자질구레한 상황으로부터 인간 사회의 '지배와 피지배'의 메커니즘을 읽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암시적인 쟁점을 찾는 문제가 가장 어려운 유형이다.

이러한 유형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작자가 이 작품에서 우리에게 던져주는 문제의식이 무엇인가?"에 유의해 글을 읽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제의식이란 그것을 특별히 의식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제시문에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제시돼 있는데 그런 내용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떤 문제와 연관이 되는지,또 작가 의식을 대변하는 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즉 작중 상황을 '나의 이야기,주변의 이야기'로 바꾸어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문제의식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실전에 임했을 때도 '암시된 문제점'을 찾으라는 요구에 주목해 "작자가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현실의 문제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품이 암시·상징·풍자하고 있는 현실 관련성,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작자의 의도를 찾는 것은 때로는 자신이 하나의 작품을 창조하는 것과 같은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 다음 글은 어떤 부족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삶이 초래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술하시오.


이때 제시문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주어졌다.

1. 무질서의 팽배 ; 왕과 행정관을 죽이고 남의 아내를 강탈함

2. 이기심의 극단 ; 흉년에 이웃을 돌보지 않고,서로 폭리만 일삼음

3. 비인간적 심성 ; 병을 치료해준 의사에게조차 보답하지 않음



제시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흥미 위주로 읽지 말고,이 부족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에 대하여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제시된 내용으로 보아 '혼란' 혹은 '무질서'에 대한 내용이 기술돼 있을 것이라는 점은 알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보다는 이들의 어떤 태도가 혼란과 무질서를 초래했는지,그리고 그러한 혼란과 무질서가 결국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차근차근 찾아보고,그것들을 종합적으로 드러내야만 제대로 된 논술을 쓸 수 있다.

제시된 내용을 몇 개의 요소로 공통된 사안끼리 묶어 '문제의 원인'과 '문제의 해결'로 일반화하면 논술을 쓰기 위한 기본을 정리한 것이 될 수 있다.

즉 문학 작품이 제시문으로 주어졌을 때에는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가급적이면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추상적 가치 개념을 도입해 체계를 세우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 문제의 경우는 다음과 같이 개념화할 수 있다.


1. 사회적 규범 파괴 ; 약육강식의 논리

2. 공동체 사회 윤리 부정 ; 이기심에 따른 생존 논리

3. 자신이 한 약속과 신의를 버림 ; 자기 존재 부정으로 귀결됨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문제에서 제기하고 있는 핵심에 접근하기가 훨씬 용이하다.

제시문 전반에 걸친 무질서한 삶은 모두가 규율과 규제를 거부하고 자신의 이기적 욕망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부족원들의 이러한 태도는 결국 자기 파멸의 극한적인 상황을 몰고 온다는 점,즉 흉년에는 서로의 생존을 외면하고 자신의 생명을 맡길 의사와의 약속마저 저버린 결과는 기아와 질병을 만나는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이 부족의 삶은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을 극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오늘날 인간은 정치와 법 체제,다양한 사회적 규범들을 만들어 사회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 규범과 규약은 암묵적인 <동의와 계약>에 의해 성립했다.

다시 말해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양식과 신의'로써 그 약속을 지킬 때만이 사회 규범은 유효하게 되는 것이다.

이 제시문은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사회를 부정하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명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문학 제시문에서 논제의 핵심을 이끌어내고 있는데,그 핵심이 너무 철학적이고 어려운 것이 아니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실,교과서를 통해 정리할 수 있는 개념들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석록 원장 stonelee@megastud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