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이 생산성 향상으로 번창하고 있다지만 미국 경제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준으로 보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HSBC 홀딩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킹은 이 상황이 16세기 스페인 제국이 망해갈 때와 닮은 꼴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전 세계를 주름잡은 초강대국이었던 스페인이 쇄락의 길로 접어들었을 때의 경제상황이 오늘날 슈퍼파워 미국의 사정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필립 2세가 통치했던 시절(1556~1598년) 스페인은 필리핀을 정복하고 플로리다에 식민지를 건설했으며 포르투갈과 연합해 아프리카 브라질 동인도제도를 지배하는 세계제국을 이뤘다.

하지만 스페인 국민들이 전 세계 각지에서 수입해 오는 상품을 소비하는 데 정신이 빠져 스페인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엄청나게 불어났다.

이를 메우기 위해 스페인 정부는 당시 통화인 금과 은을 쏟아부었다. 결국 스페인은 영국과 네덜란드에 기술을 넘겨주고 쇠퇴하기 시작했다. 1588년엔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영국을 침공했다가 대패했다.

킹은 "과거 스페인은 오늘날의 미국과 너무 흡사하다"며 "그 때 스페인은 자신들이 소비할 물건을 만드는 것을 외국에 의존해 경제적 의존성을 키웠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경제국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7915억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1조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미국은 이 같은 적자를 달러화채권을 팔아 메우고 있다.

과거 스페인이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금과 은을 외국에 넘겼다면 미국은 매일 25억~30억달러를 해외에 빚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