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꿔씨(43·가명)는 생리구조는 여자로 태어났으나 어려서부터 "무슨 여자애가 저래?"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생김새부터 귀엽거나 예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고, 행동거지도 자유분방해 남자애들과 주로 어울렸다. 옷도 남자 옷을 입어야 마음이 편했고 혈기왕성한 20대에는 공사장 인부로 일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나씨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남자로 대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결국 마흔한 살이 되던 해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유방과 자궁을 절제하고 대신 인공고환 삽입술로 남성 성기까지 갖췄다. 호르몬을 계속 투여받아 더욱 남성스러워진 그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는 한 여성을 만나 함께 살기 시작했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법원에 호적상 성을 여자에서 남자로 바꿔달라고 신청했다. 그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한 번 선고받았을 뿐 전과나 신용불량 전력도 없다. 성전환을 통해 무슨 범죄를 저지를 의도 따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은 나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전환자에 대해 호적정정을 허용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나씨는 사건을 대법원까지 가져갔고, 대법원은 지난 22일 나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금까지 지방법원에서 호적정정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있지만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호적정정 여부를 둘러싼 법조계의 혼란도 깨끗이 정리됐다. 그동안 판사에 따라 들쭉날쭉하던 사법적 판단에 통일적인 기준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나씨는 타고난 성(Sex) 대신 본인이 원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던 성(Gender)을 갖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나씨처럼 호적상 성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숫자(1 또는 2)를 바꿔달라는 요청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기독교계는 "창조주가 결정한 성을 마음대로 바꿔 성에 대한 정체성에 큰 혼란이 불가피해졌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적지 않은 논란도 예상된다.
김병일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kbi@hankyung.com
언제부터인가 나씨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남자로 대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결국 마흔한 살이 되던 해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유방과 자궁을 절제하고 대신 인공고환 삽입술로 남성 성기까지 갖췄다. 호르몬을 계속 투여받아 더욱 남성스러워진 그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는 한 여성을 만나 함께 살기 시작했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법원에 호적상 성을 여자에서 남자로 바꿔달라고 신청했다. 그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한 번 선고받았을 뿐 전과나 신용불량 전력도 없다. 성전환을 통해 무슨 범죄를 저지를 의도 따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은 나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전환자에 대해 호적정정을 허용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나씨는 사건을 대법원까지 가져갔고, 대법원은 지난 22일 나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금까지 지방법원에서 호적정정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있지만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호적정정 여부를 둘러싼 법조계의 혼란도 깨끗이 정리됐다. 그동안 판사에 따라 들쭉날쭉하던 사법적 판단에 통일적인 기준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나씨는 타고난 성(Sex) 대신 본인이 원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던 성(Gender)을 갖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나씨처럼 호적상 성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숫자(1 또는 2)를 바꿔달라는 요청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기독교계는 "창조주가 결정한 성을 마음대로 바꿔 성에 대한 정체성에 큰 혼란이 불가피해졌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적지 않은 논란도 예상된다.
김병일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