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공개됐을때 논술선생님도 악! 수리ㆍ통계 결합 '다면사고형' 준비해야
연세대학교 문제가 공개됐을 때 학생들뿐만 아니라 논술 선생님들도 당황했어.문제가 잘못됐다는 의미가 아니라,선생님들이 감당하기에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지.특히 수학에서 손을 뗀 지 10년은 더 됐을 선생님들은 삼각형의 무게중심이니 하는 개념을 활용해 논술을 쓰라는 질문에서 무릎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어.어쩌면 학생들보다도 더 큰 좌절감을 느꼈을 거야.이 정도 난이도로 나온다면 학생 지도도 어렵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어.
이 때문인지 연세대 유형에 대해서 사실상 본고사라는 논란도 잠깐 있었던 것 같아.하지만 무게중심의 개념을 활용하는 문제를 본고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왜냐하면 그것은 중학교 2학년 때 나오는 개념이거든.
그리고 선생님이 느꼈던 체감 난이도는 높았지만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낮았을지도 몰라.논술 선생님들은 대부분 수학에서 손을 뗀 지가 벌써 15년이 넘었겠지만,학생들은 그렇지 않잖아? 오히려 수학에서 배운 개념을 사회 현상에 적용해서 유추해석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신선하게 느끼며 도전의식을 불태웠던 학생도 있었을 거야.
다수의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인가,혹은 공교육에서 지도 가능한 문제인가만을 기준으로 본고사 여부를 따지려 한다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는 없을 거야.대학입시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교 교육의 지향점을 제시하고,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목적도 있어.그런 의미에서 연세대 다면사고형 논술은 고교 교육을 선도하는 입시제도라고 생각해.
삼각형의 무게중심에 대한 것은 배경지식이기는 하지만 교과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상식에 속하고,더구나 제시문의 형태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납득할만한 수준인 것이지.객관식 수능에서 답안 찍기에만 익숙한 학생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문제이지만,학생 스스로 제시된 공식을 활용해 답안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자기주도형 학습 능력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인 문제야.
대학에서는 교수님이 고등학교에서처럼 이렇게 해라,저렇게 해라 알려주질 않거든.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에서 겪는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이고 연세대 논술은 그러한 학생들을 뽑기 위한 의도가 충분히 담겨져 있다고 생각해.
사실 연세대에서 말하는 자기주도형 학습 능력이나 창의력은 공부시간과는 별 상관이 없어.이것은 차라리 수업 방식의 문제야.연세대에서 토론과 논쟁을 강조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야.평소에 토론과 논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하라는 거야.토론과 논쟁은 오래됐지만 가장 검증된 사고훈련 방법이거든.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데 최상의 방법이지.포트폴리오처럼 펼쳐진 교과지식이 아닌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시도하면서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연세대를 격려하고 싶어.
앞으로 이런 문제가 계속 출제되고,대학 논술의 표본이 된다면 공교육도 지식의 전달보다는 학생의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한 방향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거든.바람직하기는 하지만 다면사고형 논술을 지도할만한 준비가 학교에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연세대를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야.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연세대를 탓할 게 아니라 그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 옳아.
지난주 고려대 모의 논술고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논제를 먼저 분석하고,제시문을 독해하라고 했던 거 기억하지? 모든 논제는 교수님이 묻고자 하는 질문과 조건이 있는데,질문에 대해 답변하지 않으면 논점 누락,정확하게 답변하지 않거나 잘못 답변하면 논점 일탈,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감점사유가 돼. 때문에 논제의 세심한 분석은 논술 학습의 출발점이야.앞으로 논제가 나오면 질문에는 번호를 매겨서 개요를 짜거나 글을 쓸 때 질문에 대한 답변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검토해 보도록 해.그리고 조건에는 알파벳을 달아서 반영하는 것이 좋겠고.일종의 테크닉인데 논제를 단순하게 분석하는 연습이야.특히 요즘처럼 논제를 여러 개로 나누어서 평가하는 과정평가형 논술에서는 더 큰 의미를 지니는 방법이야.자,그럼 본격적으로 연세대 논술을 분석해볼까?
논제 2번에서 질문과 조건을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아.
[ A <문제 1>의 삼각형 T의 각 꼭지점을 사회의 여러 집단으로 가정하고,(1) 제시문 (나)에 나타난 사회현상을 (2)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B 제시문 (다),(라)와 <문제 1>의 삼각형 무게 중심 O의 이동을 참조하여 논술하시오. ]
질문부터 확인하자.
많은 학생들이 질문 (1)과 질문 (2)를 하나의 요구사항으로 생각하는데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분명히 구분해야 해.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1)제시문 (나)에 나타난 사회현상을 분석하라.(2)제시문 (나)에 나타난 사회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논하라고 할 수 있거든.어때? 독립적인 질문이지? 이것에서 끝나면 분석 비판능력을 묻는 종래의 논술문제와 다를 바가 없는데 조건이 붙었지.A와 B가 그것인데,삼각형의 세 꼭지점을 사회의 여러 집단으로 가정하고 제시문 (다),(라)와 <문제 1>에서 밝힌 무게중심의 이동에 관한 답변을 참조하라는 거야.
제시문 (나)에 나타난 사회현상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해소하는 대안을 논하라 했겠지.특히 제시문 (나)의 사회현상을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밝혀주어야 다음 논의로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어.제시문 (다)와 (라)는 문제 해결방법에 관한 것이고,제시문 (가)는 삼각형의 무게중심 O의 이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세 꼭지점과 무게중심 간의 특성을 유추해석하라는 요구사항을 보여주고 있어.수리적 해법을 사회문제에 적용해 문제해결 관점을 제시할 것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창의적인 답안을 요구한다는 것,짐작할 수 있지? 그럼 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따라 제시문을 분석해보자.
사회 양극화 현상을 수리적으로 해석해야지!
[ 제시문 (가) ]
제시문의 주어진 정의에 따라 무게중심의 좌표를 설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야.삼각형의 무게중심이 특정한 꼭지점으로 이동할 경우 꼭지점의 값은 결과적으로 다른 두 꼭지점의 2분의 1 값으로 수렴하게 되지.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어.정삼각형에 가까운 형태의 삼각형에서 무게중심의 이동이 있는 경우 삼각형의 세 꼭지점 간의 거리는 멀어지지만,처음부터 왜곡되어 있던 삼각형의 경우는 오히려 꼭지점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야.
[ 제시문 (나) ]
지니계수의 추이와 소득 5분위 배율과 관련한 통계 자료야.모두 자주 활용되는 유명한 통계자료들이지만,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해석하는 방법이 제시문에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을 거야.1997년에서 1998년으로 넘어가면서 급격하게 지니계수가 올라간 후 떨어지지 않고 있어.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것은 부자와 빈자 사이의 격차가 심해졌음을 뜻해.소득 5분위 배율은 전체 조사가구를 소득 순으로 5등분해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의 평균 소득을 가장 낮은 1분위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이기 때문에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 격차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소득 5분위 배율에서도 1997년에서 1998년으로 넘어가면서 급격하게 소득격차가 커졌고,이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어.1997년과 1998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거야.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사회 현상은 소득 격차에 기초한 양극화라고 할 수 있겠어.
[ 제시문 (다) (라) ]
제시문 (나)에서 말하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해야 하는 것이 우선 제시문 (다)와 (라)야.
제시문 (다)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비례적 평등과 수량적 평등 중에서 상황에 따라 적용되어야 하는 평등의 종류가 다르며,그에 맞는 정치형태를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비례적 평등은 각 개인의 공적을 비교해 고려하는 것이고,수량적 평등은 모든 사람을 대등하게 다루는 것이야.고교 평준화 정책과 관련해 성적에 따라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비례적 평등이라면,일정 성적만 되면 누구나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한 것이 수량적 평등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례적 평등은 피말리는 경쟁을 유도하지만 수량적 평등은 개인의 취향과 능력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지.
제시문 (라)는 정약용의 여전제인데,현재의 불평등을 없애고 사회 전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동경작을 통한 공동배분을 요구하고 있어.일할 사람에게 토지를 소유하게 하자고 주장함으로써 토지 소유의 평등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거야.두 제시문 모두 무조건적이고 기계적인 자원 배분을 통한 평등이 아니라 능력과 노력에 따른 차등을 두는 공정한 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논하려면 양극화의 원인과 문제점 등을 분석하는 것이 우선일 거야.IMF 이후 대량실업과 기업의 연쇄부도는 임금 수입에 의존하던 중산층의 몰락을 야기했어.특히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의 비율도 높아졌고.사회적 불만과 불안은 심각한 사회 위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가족해체,자살,범죄 등 사회적 병리가 확산되고 사회적 갈등은 깊어만 가.
이는 다시금 경제의 발목을 잡고 역동성을 해치는 악순환을 야기하지.
특히 중하위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은 심각한 상황이야.이런 상황에서 국가 발전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거야.양극화는 양쪽으로 몰린다는 의미잖아.
양극화는 부자가 많아진다는 의미보다는 가난한 자가 많아진다는 의미에 가까워.이것은 중산층의 몰락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이지.중산층은 민주주의 체제를 건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비판적 공중에 해당해.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다수는 부를 소유한 소수의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갖기 쉽고,이는 계층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사회적 안정을 해칠 수 있어.양극화에 대한 대응이 절실한 거지.
결국 양극화는 중산층의 몰락과 빈자와 부자 간의 격차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사회적 불평등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때문에 그것에 대한 나름의 견해가 제시문 (다)와 (라)에 적시되어 있어.가장 중요한 것은 빈곤층이나 중하위 계층이 중산층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계층이동 가능성을 열어두는 작업일 거야.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적응능력과 성과를 반영하는 것이 계층이동이라면 활발한 계층이동 자체가 사회 전반의 건강상태를 반영하는 증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
무게중심은 도형의 균형점에 해당해.삼각형의 세 꼭지점을 사회의 특정 계층이라 가정하면 무게중심을 특정 꼭지점으로,즉 특정 계층으로 현저하게 이동시킬 경우 각 계층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익은 줄어들며,세 꼭지점 간의 거리는 급격하게 멀어지는 거야.특정 계층으로 이익이 몰릴 경우 계급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지.특히 꼭지점 간의 거리는 사회적 갈등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어.거리가 멀면 소통이 힘들어지고,소통이 없다면 상호 간의 이해는 어려운 것이지.
삼각형의 세 꼭지점을 국가,기업,노동자라고 해석하고 외환위기 이후 삼각형의 무게중심의 변화를 유추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일 거야.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같은 것들을 예로 들면서 무게중심이 기업쪽으로 치우쳤다는 주장을 하면서 스웨덴과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노동자쪽으로 무게중심을 조금은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해석 방법일 거야.실직한 노동자에게 재취업에 필요한 직업 훈련을 실시해 고생산성 산업부분으로 이동시키는 프로그램이 구체적인 대안일 것이고.
삼각형의 무게중심이 특정한 꼭지점으로 이동할 경우 꼭지점의 값은 결과적으로 다른 두 꼭지점의 2분의 1 값으로 수렴해.그런데 무게중심을 한 사회를 지탱하게 하는 힘의 균형점이라고 할 때 무게중심이 특정 꼭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어.예를 들어 납작하게 눌린 삼각형 모양의 경우 무게중심이 각이 적은 꼭지점 쪽으로 이동하는 경우 정삼각형에 근접한 형태로 변모하게 되지.이 경우 꼭지점의 거리가 가까워지게 되기 때문에, 계층 간의 갈등과 충돌이 완화되고 많은 소통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할 수 있어.
반대로 정삼각형 형태에서 특정 꼭지점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경우 무게중심이 꼭지점에 다가갈수록 삼각형의 좌우 꼭지점은 현저하게 멀어져.사회적 갈등과 불안정성을 증대시킨다는 의미로 유추해석할 수 있는 거지.극단적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경우 좌표값이 0에 수렴하므로 결과적으로는 특정한 계층만의 배려나 심각한 양극화가 사회 전체의 부를 축소시킨다고 해석할 수도 있어.결국 무게중심을 어떤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냐는 세 꼭지점에 해당하는 사회 계층 간의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해야하는 거야.
구체적인 대안에서 경제는 시장 논리에 맡기되 사회정책 기능은 강화하자고 하거나,일자리 창출을 통한 안정적 수입원을 제공하자는 주장,'재산세 누진제'나 '저소득층 감세' 등의 조세제도를 이용한 강력한 재분배 정책의 실행,사회적 안전망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의 확충,교육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등을 이야기할 수 있겠고,이러한 것들을 무게중심 개념을 이용해 설명해야겠지.꼭지점을 상층·중층·하층으로 설정하고 누진세를 적용해 상층의 자원을 하층에 배분하는 무게중심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고.
남태균 Sㆍ논술원장 ok@nonsul.com
연세대학교 문제가 공개됐을 때 학생들뿐만 아니라 논술 선생님들도 당황했어.문제가 잘못됐다는 의미가 아니라,선생님들이 감당하기에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지.특히 수학에서 손을 뗀 지 10년은 더 됐을 선생님들은 삼각형의 무게중심이니 하는 개념을 활용해 논술을 쓰라는 질문에서 무릎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어.어쩌면 학생들보다도 더 큰 좌절감을 느꼈을 거야.이 정도 난이도로 나온다면 학생 지도도 어렵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어.
이 때문인지 연세대 유형에 대해서 사실상 본고사라는 논란도 잠깐 있었던 것 같아.하지만 무게중심의 개념을 활용하는 문제를 본고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왜냐하면 그것은 중학교 2학년 때 나오는 개념이거든.
그리고 선생님이 느꼈던 체감 난이도는 높았지만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낮았을지도 몰라.논술 선생님들은 대부분 수학에서 손을 뗀 지가 벌써 15년이 넘었겠지만,학생들은 그렇지 않잖아? 오히려 수학에서 배운 개념을 사회 현상에 적용해서 유추해석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신선하게 느끼며 도전의식을 불태웠던 학생도 있었을 거야.
다수의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인가,혹은 공교육에서 지도 가능한 문제인가만을 기준으로 본고사 여부를 따지려 한다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는 없을 거야.대학입시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교 교육의 지향점을 제시하고,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목적도 있어.그런 의미에서 연세대 다면사고형 논술은 고교 교육을 선도하는 입시제도라고 생각해.
삼각형의 무게중심에 대한 것은 배경지식이기는 하지만 교과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상식에 속하고,더구나 제시문의 형태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납득할만한 수준인 것이지.객관식 수능에서 답안 찍기에만 익숙한 학생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문제이지만,학생 스스로 제시된 공식을 활용해 답안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자기주도형 학습 능력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인 문제야.
대학에서는 교수님이 고등학교에서처럼 이렇게 해라,저렇게 해라 알려주질 않거든.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에서 겪는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원하는 인재이고 연세대 논술은 그러한 학생들을 뽑기 위한 의도가 충분히 담겨져 있다고 생각해.
사실 연세대에서 말하는 자기주도형 학습 능력이나 창의력은 공부시간과는 별 상관이 없어.이것은 차라리 수업 방식의 문제야.연세대에서 토론과 논쟁을 강조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야.평소에 토론과 논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하라는 거야.토론과 논쟁은 오래됐지만 가장 검증된 사고훈련 방법이거든.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데 최상의 방법이지.포트폴리오처럼 펼쳐진 교과지식이 아닌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시도하면서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연세대를 격려하고 싶어.
앞으로 이런 문제가 계속 출제되고,대학 논술의 표본이 된다면 공교육도 지식의 전달보다는 학생의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한 방향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거든.바람직하기는 하지만 다면사고형 논술을 지도할만한 준비가 학교에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연세대를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야.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연세대를 탓할 게 아니라 그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 옳아.
지난주 고려대 모의 논술고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논제를 먼저 분석하고,제시문을 독해하라고 했던 거 기억하지? 모든 논제는 교수님이 묻고자 하는 질문과 조건이 있는데,질문에 대해 답변하지 않으면 논점 누락,정확하게 답변하지 않거나 잘못 답변하면 논점 일탈,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감점사유가 돼. 때문에 논제의 세심한 분석은 논술 학습의 출발점이야.앞으로 논제가 나오면 질문에는 번호를 매겨서 개요를 짜거나 글을 쓸 때 질문에 대한 답변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검토해 보도록 해.그리고 조건에는 알파벳을 달아서 반영하는 것이 좋겠고.일종의 테크닉인데 논제를 단순하게 분석하는 연습이야.특히 요즘처럼 논제를 여러 개로 나누어서 평가하는 과정평가형 논술에서는 더 큰 의미를 지니는 방법이야.자,그럼 본격적으로 연세대 논술을 분석해볼까?
논제 2번에서 질문과 조건을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아.
[ A <문제 1>의 삼각형 T의 각 꼭지점을 사회의 여러 집단으로 가정하고,(1) 제시문 (나)에 나타난 사회현상을 (2)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B 제시문 (다),(라)와 <문제 1>의 삼각형 무게 중심 O의 이동을 참조하여 논술하시오. ]
질문부터 확인하자.
많은 학생들이 질문 (1)과 질문 (2)를 하나의 요구사항으로 생각하는데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분명히 구분해야 해.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1)제시문 (나)에 나타난 사회현상을 분석하라.(2)제시문 (나)에 나타난 사회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논하라고 할 수 있거든.어때? 독립적인 질문이지? 이것에서 끝나면 분석 비판능력을 묻는 종래의 논술문제와 다를 바가 없는데 조건이 붙었지.A와 B가 그것인데,삼각형의 세 꼭지점을 사회의 여러 집단으로 가정하고 제시문 (다),(라)와 <문제 1>에서 밝힌 무게중심의 이동에 관한 답변을 참조하라는 거야.
제시문 (나)에 나타난 사회현상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해소하는 대안을 논하라 했겠지.특히 제시문 (나)의 사회현상을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밝혀주어야 다음 논의로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어.제시문 (다)와 (라)는 문제 해결방법에 관한 것이고,제시문 (가)는 삼각형의 무게중심 O의 이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세 꼭지점과 무게중심 간의 특성을 유추해석하라는 요구사항을 보여주고 있어.수리적 해법을 사회문제에 적용해 문제해결 관점을 제시할 것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창의적인 답안을 요구한다는 것,짐작할 수 있지? 그럼 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따라 제시문을 분석해보자.
사회 양극화 현상을 수리적으로 해석해야지!
[ 제시문 (가) ]
제시문의 주어진 정의에 따라 무게중심의 좌표를 설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야.삼각형의 무게중심이 특정한 꼭지점으로 이동할 경우 꼭지점의 값은 결과적으로 다른 두 꼭지점의 2분의 1 값으로 수렴하게 되지.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어.정삼각형에 가까운 형태의 삼각형에서 무게중심의 이동이 있는 경우 삼각형의 세 꼭지점 간의 거리는 멀어지지만,처음부터 왜곡되어 있던 삼각형의 경우는 오히려 꼭지점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야.
[ 제시문 (나) ]
지니계수의 추이와 소득 5분위 배율과 관련한 통계 자료야.모두 자주 활용되는 유명한 통계자료들이지만,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해석하는 방법이 제시문에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을 거야.1997년에서 1998년으로 넘어가면서 급격하게 지니계수가 올라간 후 떨어지지 않고 있어.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것은 부자와 빈자 사이의 격차가 심해졌음을 뜻해.소득 5분위 배율은 전체 조사가구를 소득 순으로 5등분해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의 평균 소득을 가장 낮은 1분위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이기 때문에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 격차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소득 5분위 배율에서도 1997년에서 1998년으로 넘어가면서 급격하게 소득격차가 커졌고,이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어.1997년과 1998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거야.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사회 현상은 소득 격차에 기초한 양극화라고 할 수 있겠어.
[ 제시문 (다) (라) ]
제시문 (나)에서 말하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해야 하는 것이 우선 제시문 (다)와 (라)야.
제시문 (다)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비례적 평등과 수량적 평등 중에서 상황에 따라 적용되어야 하는 평등의 종류가 다르며,그에 맞는 정치형태를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비례적 평등은 각 개인의 공적을 비교해 고려하는 것이고,수량적 평등은 모든 사람을 대등하게 다루는 것이야.고교 평준화 정책과 관련해 성적에 따라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비례적 평등이라면,일정 성적만 되면 누구나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한 것이 수량적 평등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례적 평등은 피말리는 경쟁을 유도하지만 수량적 평등은 개인의 취향과 능력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지.
제시문 (라)는 정약용의 여전제인데,현재의 불평등을 없애고 사회 전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동경작을 통한 공동배분을 요구하고 있어.일할 사람에게 토지를 소유하게 하자고 주장함으로써 토지 소유의 평등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거야.두 제시문 모두 무조건적이고 기계적인 자원 배분을 통한 평등이 아니라 능력과 노력에 따른 차등을 두는 공정한 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논하려면 양극화의 원인과 문제점 등을 분석하는 것이 우선일 거야.IMF 이후 대량실업과 기업의 연쇄부도는 임금 수입에 의존하던 중산층의 몰락을 야기했어.특히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의 비율도 높아졌고.사회적 불만과 불안은 심각한 사회 위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가족해체,자살,범죄 등 사회적 병리가 확산되고 사회적 갈등은 깊어만 가.
이는 다시금 경제의 발목을 잡고 역동성을 해치는 악순환을 야기하지.
특히 중하위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은 심각한 상황이야.이런 상황에서 국가 발전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거야.양극화는 양쪽으로 몰린다는 의미잖아.
양극화는 부자가 많아진다는 의미보다는 가난한 자가 많아진다는 의미에 가까워.이것은 중산층의 몰락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이지.중산층은 민주주의 체제를 건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비판적 공중에 해당해.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다수는 부를 소유한 소수의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갖기 쉽고,이는 계층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사회적 안정을 해칠 수 있어.양극화에 대한 대응이 절실한 거지.
결국 양극화는 중산층의 몰락과 빈자와 부자 간의 격차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사회적 불평등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때문에 그것에 대한 나름의 견해가 제시문 (다)와 (라)에 적시되어 있어.가장 중요한 것은 빈곤층이나 중하위 계층이 중산층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계층이동 가능성을 열어두는 작업일 거야.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적응능력과 성과를 반영하는 것이 계층이동이라면 활발한 계층이동 자체가 사회 전반의 건강상태를 반영하는 증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
무게중심은 도형의 균형점에 해당해.삼각형의 세 꼭지점을 사회의 특정 계층이라 가정하면 무게중심을 특정 꼭지점으로,즉 특정 계층으로 현저하게 이동시킬 경우 각 계층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익은 줄어들며,세 꼭지점 간의 거리는 급격하게 멀어지는 거야.특정 계층으로 이익이 몰릴 경우 계급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지.특히 꼭지점 간의 거리는 사회적 갈등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어.거리가 멀면 소통이 힘들어지고,소통이 없다면 상호 간의 이해는 어려운 것이지.
삼각형의 세 꼭지점을 국가,기업,노동자라고 해석하고 외환위기 이후 삼각형의 무게중심의 변화를 유추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일 거야.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같은 것들을 예로 들면서 무게중심이 기업쪽으로 치우쳤다는 주장을 하면서 스웨덴과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노동자쪽으로 무게중심을 조금은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해석 방법일 거야.실직한 노동자에게 재취업에 필요한 직업 훈련을 실시해 고생산성 산업부분으로 이동시키는 프로그램이 구체적인 대안일 것이고.
삼각형의 무게중심이 특정한 꼭지점으로 이동할 경우 꼭지점의 값은 결과적으로 다른 두 꼭지점의 2분의 1 값으로 수렴해.그런데 무게중심을 한 사회를 지탱하게 하는 힘의 균형점이라고 할 때 무게중심이 특정 꼭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어.예를 들어 납작하게 눌린 삼각형 모양의 경우 무게중심이 각이 적은 꼭지점 쪽으로 이동하는 경우 정삼각형에 근접한 형태로 변모하게 되지.이 경우 꼭지점의 거리가 가까워지게 되기 때문에, 계층 간의 갈등과 충돌이 완화되고 많은 소통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할 수 있어.
반대로 정삼각형 형태에서 특정 꼭지점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경우 무게중심이 꼭지점에 다가갈수록 삼각형의 좌우 꼭지점은 현저하게 멀어져.사회적 갈등과 불안정성을 증대시킨다는 의미로 유추해석할 수 있는 거지.극단적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경우 좌표값이 0에 수렴하므로 결과적으로는 특정한 계층만의 배려나 심각한 양극화가 사회 전체의 부를 축소시킨다고 해석할 수도 있어.결국 무게중심을 어떤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냐는 세 꼭지점에 해당하는 사회 계층 간의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해야하는 거야.
구체적인 대안에서 경제는 시장 논리에 맡기되 사회정책 기능은 강화하자고 하거나,일자리 창출을 통한 안정적 수입원을 제공하자는 주장,'재산세 누진제'나 '저소득층 감세' 등의 조세제도를 이용한 강력한 재분배 정책의 실행,사회적 안전망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의 확충,교육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등을 이야기할 수 있겠고,이러한 것들을 무게중심 개념을 이용해 설명해야겠지.꼭지점을 상층·중층·하층으로 설정하고 누진세를 적용해 상층의 자원을 하층에 배분하는 무게중심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고.
남태균 Sㆍ논술원장 ok@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