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 22일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Sex)을 거부하고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여성의 호적 정정 신청을 허가한 것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성인 젠더(Gender)를 법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 변경 신청은 그동안 대법원 판례가 없어 1, 2심에서 재판장에 따라 수용 여부가 제 각각이었지만 이번 판결로 통일된 법적 기준이 마련된 셈이다.
○성전환증이란
성전환증(Transsexualism)이 의학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50년대까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개념이 확립된 것은 20여년 전의 일이다. 1980년 미국 정신과학회는 성전환증을 "사춘기 이상의 환자가 자신의 선천적 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편함과 부적절함을 느끼며 반대 성징을 획득하려는 집착에 2년 이상 사로잡혀 있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1994년 제10차 국제질환 분류에서 성전환증을 성 정체성 장애의 하나로 분류해 "자신과 반대되는 성으로 살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그리고 자신의 신체를 선호하는 성의 신체에 가능한 일치되도록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고자 하는 욕구"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성전환 수술 외에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성적 장애가 바로 성전환증인 셈이다. 따라서 이는 이성의 옷에 호감을 갖는 의상도착증 같은 성도착증과는 다르며,동성에게 성적으로 이끌리는 동성애와도 다른 개념이다.
성전환증자의 숫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정신과학회는 1994년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전환증자가 3만명당 1명,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전환증자는 10만명당 1명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최소 1000명,최대 3만명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은 200여명이며 이들 중 80% 이상이 여성으로 성을 바꾸려는 남성들이다.
○호적 정정에 대한 그동안의 인식 변화
하지만 의학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아도 그동안 호적과 주민등록번호상에서 성을 바꾸기는 어려웠다. 호적상 성을 바꾸기 위해 가정법원에 가더라도 판사에 따라 허용해 주는 기준이 달라 판결이 들쭉날쭉했다.
가장 큰 원인은 민법이나 호적법에서 성의 개념을 정의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학계나 법조계에서 이론적인 진전은 있었다. 과거에는 생물학적인 성,특히 성염색체가 남녀를 구분짓는다는 성염색체설이 통설이었다. XY 성염색체는 남성,XX 성염색체는 여성이라는 이분법을 전제로 "성은 출생과 더불어 결정되고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의학과 발생학의 발달로 성염색체와 외부 성기 등 신체 외관 외에 정신적 내지 주관적인 성과 일반인의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회 통념에 따라야 한다는 사회통념설이 현재의 지배적인 학설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편에서는 자신을 여성으로 생각해 수술까지 받았지만 군에 소집돼 남성들과 군생활을 하거나 비정상인 취급을 받아 취업에 제한받는 등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높아져 갔다. 특히 2002년 대표적인 성전환 연예인 하리수씨의 호적 정정 신청이 허가가 나고,이어 김홍신 전 의원이 '성별의 변경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달라진 현실에 법을 맞추라"는 압력은 정점에 달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내용
대법관 13명 전원이 재판에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2일 찬성 8 대 반대 2(3명은 출장 등으로 불참)로 신청인의 호적 정정을 허용했다. 이번 결정의 밑바탕에는 질서 유지나 공공복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헌법 정신이 깔려 있다.
재판부는 "출생 시에는 그 사람의 정신적,사회적 성을 인지할 수 없으므로 통념상 생물학적 성에 따라 법률적 성이 평가되지만 이후 한결같이 생물학적 성에 불일치감과 위화감을 갖고 반대 성에 귀속감을 느끼면서 신체적,사회적 영역에서 전환한 성 역할을 수행한다면 전환한 성이 성전환자의 법률적 성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민의 신분관계를 빠짐없이 기재하는 호적의 기재 사항 중 진정한 신분 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게 있다면 이를 반영해야 한다며 성별도 정정할 수 있는 요소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외국의 입법 흐름도 언급했다. 유럽의 경우 초기에는 성전환자의 성 변경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입법이나 판례를 통해 이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상당수의 주에서 이를 허용하는 법을 두고 있으며,일본은 하급심에서 서로 엇갈리는 판결을 하다 2003년 특별법을 제정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했다.
○여전히 까다로운 조건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도 불구,성전환 수술을 받은 모든 사람에게 호적 정정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혼자의 경우 남편,부인이나 자녀들이 성전환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호적 정정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결혼을 했다면 반대 성으로 살려고 했던 의지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전환증은 기본적으로 정신과 질환이며 따라서 정신과에서 우선적으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한다. 수술을 하려면 2년 이상 정신과 진료를 지속적으로 받았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게 입증돼야 하고 신체 외형도 원하는 성에 어울려야 한다. 범법 기록이 없고,범죄 이용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이 정신과 치료로 입증돼야 한다. 병역을 기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거나 어떤 진단이나 치료도 받아보지 않고 스스로 성전환증이라고 생각해 수술을 받았다면 호적 정정은 불가능하다.
○성전환증이란
성전환증(Transsexualism)이 의학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1950년대까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개념이 확립된 것은 20여년 전의 일이다. 1980년 미국 정신과학회는 성전환증을 "사춘기 이상의 환자가 자신의 선천적 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편함과 부적절함을 느끼며 반대 성징을 획득하려는 집착에 2년 이상 사로잡혀 있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1994년 제10차 국제질환 분류에서 성전환증을 성 정체성 장애의 하나로 분류해 "자신과 반대되는 성으로 살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그리고 자신의 신체를 선호하는 성의 신체에 가능한 일치되도록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고자 하는 욕구"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성전환 수술 외에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성적 장애가 바로 성전환증인 셈이다. 따라서 이는 이성의 옷에 호감을 갖는 의상도착증 같은 성도착증과는 다르며,동성에게 성적으로 이끌리는 동성애와도 다른 개념이다.
성전환증자의 숫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정신과학회는 1994년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전환증자가 3만명당 1명,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전환증자는 10만명당 1명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최소 1000명,최대 3만명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은 200여명이며 이들 중 80% 이상이 여성으로 성을 바꾸려는 남성들이다.
○호적 정정에 대한 그동안의 인식 변화
하지만 의학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아도 그동안 호적과 주민등록번호상에서 성을 바꾸기는 어려웠다. 호적상 성을 바꾸기 위해 가정법원에 가더라도 판사에 따라 허용해 주는 기준이 달라 판결이 들쭉날쭉했다.
가장 큰 원인은 민법이나 호적법에서 성의 개념을 정의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학계나 법조계에서 이론적인 진전은 있었다. 과거에는 생물학적인 성,특히 성염색체가 남녀를 구분짓는다는 성염색체설이 통설이었다. XY 성염색체는 남성,XX 성염색체는 여성이라는 이분법을 전제로 "성은 출생과 더불어 결정되고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의학과 발생학의 발달로 성염색체와 외부 성기 등 신체 외관 외에 정신적 내지 주관적인 성과 일반인의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회 통념에 따라야 한다는 사회통념설이 현재의 지배적인 학설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편에서는 자신을 여성으로 생각해 수술까지 받았지만 군에 소집돼 남성들과 군생활을 하거나 비정상인 취급을 받아 취업에 제한받는 등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높아져 갔다. 특히 2002년 대표적인 성전환 연예인 하리수씨의 호적 정정 신청이 허가가 나고,이어 김홍신 전 의원이 '성별의 변경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달라진 현실에 법을 맞추라"는 압력은 정점에 달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내용
대법관 13명 전원이 재판에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2일 찬성 8 대 반대 2(3명은 출장 등으로 불참)로 신청인의 호적 정정을 허용했다. 이번 결정의 밑바탕에는 질서 유지나 공공복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헌법 정신이 깔려 있다.
재판부는 "출생 시에는 그 사람의 정신적,사회적 성을 인지할 수 없으므로 통념상 생물학적 성에 따라 법률적 성이 평가되지만 이후 한결같이 생물학적 성에 불일치감과 위화감을 갖고 반대 성에 귀속감을 느끼면서 신체적,사회적 영역에서 전환한 성 역할을 수행한다면 전환한 성이 성전환자의 법률적 성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민의 신분관계를 빠짐없이 기재하는 호적의 기재 사항 중 진정한 신분 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게 있다면 이를 반영해야 한다며 성별도 정정할 수 있는 요소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외국의 입법 흐름도 언급했다. 유럽의 경우 초기에는 성전환자의 성 변경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입법이나 판례를 통해 이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상당수의 주에서 이를 허용하는 법을 두고 있으며,일본은 하급심에서 서로 엇갈리는 판결을 하다 2003년 특별법을 제정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했다.
○여전히 까다로운 조건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도 불구,성전환 수술을 받은 모든 사람에게 호적 정정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혼자의 경우 남편,부인이나 자녀들이 성전환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호적 정정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결혼을 했다면 반대 성으로 살려고 했던 의지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전환증은 기본적으로 정신과 질환이며 따라서 정신과에서 우선적으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한다. 수술을 하려면 2년 이상 정신과 진료를 지속적으로 받았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게 입증돼야 하고 신체 외형도 원하는 성에 어울려야 한다. 범법 기록이 없고,범죄 이용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이 정신과 치료로 입증돼야 한다. 병역을 기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거나 어떤 진단이나 치료도 받아보지 않고 스스로 성전환증이라고 생각해 수술을 받았다면 호적 정정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