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이 2007학년도 또는 2008학년도부터 적용될 논술 예시문항을 잇달아 발표했다.

개별 과목의 문제해결 능력이 아닌 통합적 사고를 평가하는 데 무게를 실었고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 제재를 선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제재를 뽑았다고 해도 실제 논제는 사회 현안과 관련된 생각을 전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시사 이슈를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어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2차 논술 예시문

서울대가 최근 발표한 2차 인문계열 예시문항의 경우 지난해 발표했던 1차 문항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1차 때는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언어적 사고력과 수리적 사고력을 통합해 측정하는 형태의 문제가 출제됐다.

반면 2차 인문계열 예시문항의 경우 사회·역사·예술·문학 등 문과 교과 내 '통합형'이 출제됐다.

자연계열은 1차와 유사한 형태를 유지했다.

고등학교 교과서 지문과 주제를 적극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수리문항은 풀이와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닌 논리적 설명을 요구하는 방식이어서 교육부가 제시한 논술 가이드라인의 틀에 맞추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1차 예시문항에는 로크의 서양 고전 '통치론'과 미국의 경제학자 칼 폴라니의 '거대한 변환'이 교과서 지문과 함께 출제됐다.

당시 서양 고전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2차 예시문항에는 조선시대 문인인 권헌의 '묵매기(墨梅記)'와 이익의 '논화형사(論畵形似)' 등이 지문으로 나와 동서양 고전을 안배했다.

사진,도표,그림 등 다양한 자료가 논제 지문으로 출제되는 최근 논술시험 추세대로 서울대 예시문항에서도 그림 자료가 지문으로 대거 사용됐다.

글로 쓰여지지 않은 자료를 해석하는 능력으로 사고력을 평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서울대에 응시하려는 수험생들은 방대한 양의 제시문을 분석하고 여러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따라서 분량이 많은 글쓰기를 꾸준히 연습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 2007학년도 논술 모의고사

고려대는 지난 10일 새로 개발한 통합논술 형식을 도입한 모의고사를 실시했다.

서울대와 연세대는 2008학년도부터 새로운 논술시험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고려대는 이번 2007학년도 수시 1학기 전형부터 통합논술을 실시하게 된다.

지난해까지 고려대는 인문계·자연계 학생들 모두에게 언어논술과 수리논술로 구분해 논술시험을 치렀다.

언어논술은 이해력,분석력,표현력을 중심으로, 수리논술은 수리적 기본개념을 이해했는지 여부와 수리적 사고력,분석력 등을 평가했다.

반면 이번에 실시한 논술모의고사는 언어논술 수리논술을 구분하지 않은 통합형으로 출제됐다.

이번 논술모의고사에서는 인류의 과학 기술 발전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논하도록 했다.

각각의 제시문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제시문 (나),(라),(마)는 핵폐기물,황사와 지구온난화 등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환경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제시문 (가)는 자원 고갈과 생태계 파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다)는 인간 기술을 문제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제시문 (바)는 환경과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제시문 (다)의 요지를 정리하고 (다)의 입장에서 (나),(바)의 견해를 비판하면 무난할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각각의 지문의 성격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어야 짜임새 있는 답을 할 수 있다.

상당수 학생들은 상반된 주장을 절충하곤 하는데 적어도 고려대 시험에서 만큼은 이 방법을 버려야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세대 2008학년도 논술예시문항

연세대는 지난 1일 2008학년도부터 수시와 정시,인문계와 자연계에 모두 적용될 논술예시문항을 발표했다.

수학적 문제 해결력보다 수리적 연상을 논리적으로 사회현상과 관련시켜 분석력과 창의력을 얼마나 발휘하는지를 측정하는 데 무게를 뒀다.

수리와 언어의 통합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연세대 논술문제는 사회 양극화 등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대안을 수리적 풀이과정과 연계해 논리적으로 서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슈에 대해 충분한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수리적 풀이과정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답을 하기 힘든 만큼 수학의 개념을 파악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 예시문항에서는 스티븐 존슨의 '유전자 언어'(The language of genes)와 통계청에서 발표한 '총 출생아수와 연령층별 인구비율'에 관한 도표 등 2개 제시문을 줬다. 인문계와 마찬가지로 자료를 완전히 해석하고 지문을 모두 파악해야 문제를 정확히 풀어낼 수 있다.

자연계 역시 수리적 능력과 언어적 능력을 동시에 평가하려는 의도가 강한 만큼 평소 수리적 개념을 언어적 의미로 전환하는 훈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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