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에서 고득점을 맞는 방법은 간단하게 말해서 세 가지다.
첫 번째 재미있거나,둘째,치밀하거나,셋째 재미있고 치밀하거나.
재미있다는 것은 제시문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분석해내거나,차별화된 주장을 하거나,독창적인 논리 전개를 하는 경우이지.치밀함은 주장을 설득력 있게 구성해나가는 논증력을 말하는 것이고.
대학에서 말하는 학원 논술이란 치밀함은 있을지라도 재미요소가 거의 없는 논술을 의미해.학생의 문제의식이 아닌 강사의 문제의식,논술 학습서에 나열된 문제의식을 암기하여 풀어내는 논술은 절대 재미있을 수가 없어.살아온 환경이 다르고,내면이 다르기에 학생 수만큼의 문제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똑같은 문제의식의 스펙트럼을 거친 답안이 대부분의 논술을 차지하고 있으니 채점하는 교수님으로서도 괴로운 노릇이겠지.
재미있는 글이란 내 생긴 모습대로의 논술을 쓰는 것이야.그런 의미에서 독창적인 답안은 화려한 배경지식이 아닌,자신에 대한 응시에서 시작하는 거야.다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치열한 사고훈련 과정을 거쳐야 해.사고력 향상을 위한 사고훈련에 충실한 학생들은 논술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든 고득점을 얻게 마련이야.
이번 고려대 모의논술 문제는 예상보다 쉬웠다는 평가가 많았어.하지만 논술의 하수와 고수는 이런 평이한 문제에서 오히려 분명히 구분된단다.
하수는 제시문이 친숙하다는 이유로 쉽다고 생각하지만 고수는 친숙한 주제일수록 돋보이는 답안 작성이 더욱 어렵다는 점을 알기에 오히려 긴장하는 거야.쉬운 주제가 나오면 모두들 웃으며 시험장에서 나오지만 최종 합격자 수는 정해져 있어.누군가는 떨어진다는 얘기야.평균 40 대 1이 넘는 고대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는 논술은 어떤 것이겠어? 남들과 차별화된 답안이 가장 큰 경쟁력일 거야.익숙한 주제는 출제위원이 채점할 필요가 있는 답안의 수를 줄이려 작정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아.쉬운 주제일수록 차별화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고,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묻고자 한다는 거지.
출제된 제시문이 평이한 경우 학생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제시문에 대한 인상만으로 글을 쓰려 한다는 거야.똑같은 출전이라 하더라도 어떤 제시문과 결합되어 있는가,인용된 부분이 어디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알아야 해. 특히 각 제시문은 출제위원이 심혈을 기울여 추려낸 것들이기 때문에 제시문의 모든 단락은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어.일부는 논제의 답을 적시하기도 하고,논술의 발판이 될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이지.또한 쟁점의 범위를 한정함으로써 채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도 해.특히 이번 고려대 논술 모의고사에서 제시문 (가)를 전혀 활용하지 않은 논술도 상당수 눈에 띄는데 유력하게 사용할 쟁점을 제공했는데도 활용하지 못한 셈이지.
또한 고려대는 수시전형에서 전통적으로 창의력보다는 분석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해왔어.이번 논제에서도 그러한 전통은 이어지는데 논제 1번은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 (다)와 (나),(바) 제시문 간의 대립각을 분명하게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논술에 정답은 없다고 하더라도 오답은 분명히 판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어.요지를 파악하는 문제처럼 분석능력을 묻는 부분은 감점방식으로 채점하고 자신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부분은 가점방식으로 채점하는 경우가 많아.
보통 시험장에서 제시문보다는 논제를 먼저 훑어볼 필요가 있어.제시문을 보는 순간 선입견 때문에 논제의 요구사항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따라서 논제를 읽고 논제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답변해야 할 사항에 번호를 매긴 후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는다는 느낌으로 제시문을 읽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야.그럼 논제부터 함께 분석해보자.
[논제 1]을 중심으로
기존의 고려대 수시 유형과는 다르게 '인간과 환경의 관계'라는 공통된 주제를 친절하게 밝혀주고 있어.그리고 논제에서는 대략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첫 번째가 (다)의 요지를 밝히라는 거야.글쓴이가 종국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추리란 얘기인데,이 질문은 '(나)와 (바)의 견해에 대해 각각 반론을 제기하라'는 두 번째 질문과 이어지는 것이지.(다)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나)와 (바)의 견해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밝혀낼 수 있을 거야.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어.반론을 제기한다는 것은 두 주장 간의 대립각을 분명히 세운다는 의미이거든.반론을 제기하면서 상대방의 유력한 주장을 비판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주장과 논거의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지.당연한 이야기라고?그렇게 상식적인 것이 막상 글을 쓸 때는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야.
그런데 논제의 (1)과 (2)의 요구사항에 답하다 보면 정작 (3)의 답변을 하나의 완결된 논술문으로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될 거야.왜냐하면 (1)과 (2)의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은 글쓴이의 생각을 이해하고 분석한 바에 따라 추론하는 것이지 나의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야.많은 학생들이 (1)과 (2)의 요구사항을 (3)과 전혀 무관하게 논술했는데 이는 글의 완결성 면에서 문제가 많아.하나의 논제로 출제된 이상 하나의 논술로 답변하는 것이 타당하고,이는 통일성 있는 논술을 전제하는 것이야.다만 가끔 완전히 독립적인 질문으로 전제하고 글을 써내려가도 합격하는 아이들이 있는데,이것을 별도 논제인 것처럼 답변한 것이 옳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돼.차라리 채점기준표상의 내용 배점 부분에서 많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거야.글의 통일성에 할당된 점수를 일정부분 감점당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할 만한 점수를 내용배점에서 얻은 것이지.
[논제 4]를 중심으로
황사에 대한 사전 지식을 요구했다면 그건 논술 문제가 아니라 과학문제겠지.황사의 원인에 대한 배경지식을 요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황사와 관련한 충분한 정보가 이미 제시문 속에 단편적 지식의 형태로 숨겨져 있어.그것을 찾아내고 종합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발전시키는 창의적 능력을 묻고자 하는 문제야.여기서 "위의 제시문들을 활용하여"는 제시문 속에 흩어져 있는 쟁점과 단편적 사실들을 이용하라는 의미인 것이지.
황사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바로 들어가기 보다는 황사의 원인과 대책 마련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특성 등을 간단히 언급한 후 그에 기초하여 대책을 논하는 것이 바람직해.원인 분석 없이 대책이 나올 수는 없잖아.이 논제의 경우 400자 내외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데,황사의 원인과 대책 마련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 등을 언급한 후 구체적인 대안으로 이어지는 두 단락으로 구성하면 매끄러울 거야.형식적인 부분에서 파격을 시도하기 보다는 내용으로 승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점 잊지 말고.그럼 논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논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제시문을 분석해보자.
그러면 논제 1번은 어떤 방향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을까?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주장은 제시문 (다)의 '기술중심주의',(바)의 '생태론',그리고 탈자본주의 환경론으로 나눌 수 있어.기술중심주의는 과학기술 자체가 중립적이며 환경과 관련한 문제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입장은 일단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난 이후에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한계를 지니지.또한 생태론은 환경파괴의 원인을 주로 과학기술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현재 누리고 있는 문명의 혜택을 어느 정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다분히 낭만적인 구호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어.
제시문 (바)의 경우도 구체적인 근거 제시에 미흡하지.탈자본주의 환경론은 환경문제가 자본주의 과잉생산에 원인이 있다고 하면서 보다 많은 잉여를 만들어내기 위해 불필요한 욕망과 소비를 창출해내는 과정에서 자연파괴가 가속화된다는 주장이야.환경문제라는 특수한 영역을 체제문제로 바꾸어버리는,환원주의적 입장에 서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지.그런데 제시문 (가)는 자본주의를 통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탈자본주의 환경론과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어.
기술을 포기할 수 없고,그렇다고 기술로 인한 환경문제에 눈감을 수도 없고.이런 상황에서 기술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자라고만 주장하면 추상적 절충에 해당하기 때문에 설득력 없는 공허한 글이 되고 말아.보통 절충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논제에 따라서는 절충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어.단순히 잘하자는 의미의 추상적 절충이라면 문제가 되지만,글 전체의 맥락 속에서 구체적인 지점을 밝혀주는 절충은 이 글에서도 여전히 타당할 수 있다는 점 잊어서는 안 돼.
예를 들어 제시문 (바)에서 찾고자 하는 생물학적 방제도 결국 넓게 보면 기술의 일부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여,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이기에,어떤 방향으로 기술을 이용하느냐에 달려있으며 이는 결국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자연관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도 그럴 듯한 진술이겠지.
논제 4번과 관련해서 황사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어.첫째는 황사 자체를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둘째는 황사가 기왕에 일어났을 때 환경파괴를 막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겠지.제시문을 아무리 읽어봐도 후자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어려운 것 같아.그러니까 일단 황사를 막기 위한 방법을 제시문에서 찾아봐야겠어.갑자기 과학문제가 된 것 같지?하지만 그에 대한 답변은 제시문 (라)에 나와 있어.네 번째줄에 '사막화로 인한 황사'라고 명시되어 있잖아.
원인에서 대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특성 같은 것이 제시문 (라)와 (마)에 나오는데 환경문제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이야.때문에 주로 경제적 이해관계가 문제되는데 해결방안에 대한 시사점은 제시문 (가)에 있어.황사의 원인인 사막화를 막는 방법이 조림사업을 포함한 생태환경 복원사업이고,이 작업 자체가 탄소권을 통한 이익창출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문제 해결 과정에 근접한 것이지.다만,탄소권을 확립하여 시장가치로 인정하겠다는 국제적 합의가 있어야 탄소권이 의미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해.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추가하자.고려대 논술은 3시간 동안 총 4문항을 풀이한다.
실전 모의고사를 치른 학생들은 느꼈겠지만 체감 시간이 매우 짧아.특히 배점이 높은 1번 문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나머지 40점 배점된 문항에 시간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아.고려대 논술 모의고사를 풀이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전과 같은 조건에서 시간을 배분하는 연습도 필요한 거야.논제에 대한 친숙함뿐만 아니라 허둥대지 않는 침착함도 빠르게 변화하는 입시제도에서는 실력이고 경쟁력인 것이지.
남태균 S.논술 원장 ok@nonsul.com
첫 번째 재미있거나,둘째,치밀하거나,셋째 재미있고 치밀하거나.
재미있다는 것은 제시문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분석해내거나,차별화된 주장을 하거나,독창적인 논리 전개를 하는 경우이지.치밀함은 주장을 설득력 있게 구성해나가는 논증력을 말하는 것이고.
대학에서 말하는 학원 논술이란 치밀함은 있을지라도 재미요소가 거의 없는 논술을 의미해.학생의 문제의식이 아닌 강사의 문제의식,논술 학습서에 나열된 문제의식을 암기하여 풀어내는 논술은 절대 재미있을 수가 없어.살아온 환경이 다르고,내면이 다르기에 학생 수만큼의 문제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똑같은 문제의식의 스펙트럼을 거친 답안이 대부분의 논술을 차지하고 있으니 채점하는 교수님으로서도 괴로운 노릇이겠지.
재미있는 글이란 내 생긴 모습대로의 논술을 쓰는 것이야.그런 의미에서 독창적인 답안은 화려한 배경지식이 아닌,자신에 대한 응시에서 시작하는 거야.다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치열한 사고훈련 과정을 거쳐야 해.사고력 향상을 위한 사고훈련에 충실한 학생들은 논술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든 고득점을 얻게 마련이야.
이번 고려대 모의논술 문제는 예상보다 쉬웠다는 평가가 많았어.하지만 논술의 하수와 고수는 이런 평이한 문제에서 오히려 분명히 구분된단다.
하수는 제시문이 친숙하다는 이유로 쉽다고 생각하지만 고수는 친숙한 주제일수록 돋보이는 답안 작성이 더욱 어렵다는 점을 알기에 오히려 긴장하는 거야.쉬운 주제가 나오면 모두들 웃으며 시험장에서 나오지만 최종 합격자 수는 정해져 있어.누군가는 떨어진다는 얘기야.평균 40 대 1이 넘는 고대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는 논술은 어떤 것이겠어? 남들과 차별화된 답안이 가장 큰 경쟁력일 거야.익숙한 주제는 출제위원이 채점할 필요가 있는 답안의 수를 줄이려 작정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아.쉬운 주제일수록 차별화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고,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묻고자 한다는 거지.
출제된 제시문이 평이한 경우 학생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제시문에 대한 인상만으로 글을 쓰려 한다는 거야.똑같은 출전이라 하더라도 어떤 제시문과 결합되어 있는가,인용된 부분이 어디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알아야 해. 특히 각 제시문은 출제위원이 심혈을 기울여 추려낸 것들이기 때문에 제시문의 모든 단락은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어.일부는 논제의 답을 적시하기도 하고,논술의 발판이 될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이지.또한 쟁점의 범위를 한정함으로써 채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도 해.특히 이번 고려대 논술 모의고사에서 제시문 (가)를 전혀 활용하지 않은 논술도 상당수 눈에 띄는데 유력하게 사용할 쟁점을 제공했는데도 활용하지 못한 셈이지.
또한 고려대는 수시전형에서 전통적으로 창의력보다는 분석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해왔어.이번 논제에서도 그러한 전통은 이어지는데 논제 1번은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 (다)와 (나),(바) 제시문 간의 대립각을 분명하게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논술에 정답은 없다고 하더라도 오답은 분명히 판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어.요지를 파악하는 문제처럼 분석능력을 묻는 부분은 감점방식으로 채점하고 자신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부분은 가점방식으로 채점하는 경우가 많아.
보통 시험장에서 제시문보다는 논제를 먼저 훑어볼 필요가 있어.제시문을 보는 순간 선입견 때문에 논제의 요구사항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따라서 논제를 읽고 논제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답변해야 할 사항에 번호를 매긴 후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는다는 느낌으로 제시문을 읽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야.그럼 논제부터 함께 분석해보자.
[논제 1]을 중심으로
기존의 고려대 수시 유형과는 다르게 '인간과 환경의 관계'라는 공통된 주제를 친절하게 밝혀주고 있어.그리고 논제에서는 대략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첫 번째가 (다)의 요지를 밝히라는 거야.글쓴이가 종국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추리란 얘기인데,이 질문은 '(나)와 (바)의 견해에 대해 각각 반론을 제기하라'는 두 번째 질문과 이어지는 것이지.(다)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나)와 (바)의 견해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밝혀낼 수 있을 거야.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어.반론을 제기한다는 것은 두 주장 간의 대립각을 분명히 세운다는 의미이거든.반론을 제기하면서 상대방의 유력한 주장을 비판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주장과 논거의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지.당연한 이야기라고?그렇게 상식적인 것이 막상 글을 쓸 때는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야.
그런데 논제의 (1)과 (2)의 요구사항에 답하다 보면 정작 (3)의 답변을 하나의 완결된 논술문으로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될 거야.왜냐하면 (1)과 (2)의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은 글쓴이의 생각을 이해하고 분석한 바에 따라 추론하는 것이지 나의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야.많은 학생들이 (1)과 (2)의 요구사항을 (3)과 전혀 무관하게 논술했는데 이는 글의 완결성 면에서 문제가 많아.하나의 논제로 출제된 이상 하나의 논술로 답변하는 것이 타당하고,이는 통일성 있는 논술을 전제하는 것이야.다만 가끔 완전히 독립적인 질문으로 전제하고 글을 써내려가도 합격하는 아이들이 있는데,이것을 별도 논제인 것처럼 답변한 것이 옳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돼.차라리 채점기준표상의 내용 배점 부분에서 많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거야.글의 통일성에 할당된 점수를 일정부분 감점당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할 만한 점수를 내용배점에서 얻은 것이지.
[논제 4]를 중심으로
황사에 대한 사전 지식을 요구했다면 그건 논술 문제가 아니라 과학문제겠지.황사의 원인에 대한 배경지식을 요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황사와 관련한 충분한 정보가 이미 제시문 속에 단편적 지식의 형태로 숨겨져 있어.그것을 찾아내고 종합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발전시키는 창의적 능력을 묻고자 하는 문제야.여기서 "위의 제시문들을 활용하여"는 제시문 속에 흩어져 있는 쟁점과 단편적 사실들을 이용하라는 의미인 것이지.
황사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바로 들어가기 보다는 황사의 원인과 대책 마련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특성 등을 간단히 언급한 후 그에 기초하여 대책을 논하는 것이 바람직해.원인 분석 없이 대책이 나올 수는 없잖아.이 논제의 경우 400자 내외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데,황사의 원인과 대책 마련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 등을 언급한 후 구체적인 대안으로 이어지는 두 단락으로 구성하면 매끄러울 거야.형식적인 부분에서 파격을 시도하기 보다는 내용으로 승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점 잊지 말고.그럼 논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논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제시문을 분석해보자.
그러면 논제 1번은 어떤 방향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을까?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주장은 제시문 (다)의 '기술중심주의',(바)의 '생태론',그리고 탈자본주의 환경론으로 나눌 수 있어.기술중심주의는 과학기술 자체가 중립적이며 환경과 관련한 문제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입장은 일단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난 이후에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한계를 지니지.또한 생태론은 환경파괴의 원인을 주로 과학기술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현재 누리고 있는 문명의 혜택을 어느 정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다분히 낭만적인 구호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어.
제시문 (바)의 경우도 구체적인 근거 제시에 미흡하지.탈자본주의 환경론은 환경문제가 자본주의 과잉생산에 원인이 있다고 하면서 보다 많은 잉여를 만들어내기 위해 불필요한 욕망과 소비를 창출해내는 과정에서 자연파괴가 가속화된다는 주장이야.환경문제라는 특수한 영역을 체제문제로 바꾸어버리는,환원주의적 입장에 서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지.그런데 제시문 (가)는 자본주의를 통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탈자본주의 환경론과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어.
기술을 포기할 수 없고,그렇다고 기술로 인한 환경문제에 눈감을 수도 없고.이런 상황에서 기술을 좋은 방향으로 활용하자라고만 주장하면 추상적 절충에 해당하기 때문에 설득력 없는 공허한 글이 되고 말아.보통 절충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논제에 따라서는 절충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어.단순히 잘하자는 의미의 추상적 절충이라면 문제가 되지만,글 전체의 맥락 속에서 구체적인 지점을 밝혀주는 절충은 이 글에서도 여전히 타당할 수 있다는 점 잊어서는 안 돼.
예를 들어 제시문 (바)에서 찾고자 하는 생물학적 방제도 결국 넓게 보면 기술의 일부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여,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이기에,어떤 방향으로 기술을 이용하느냐에 달려있으며 이는 결국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자연관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도 그럴 듯한 진술이겠지.
논제 4번과 관련해서 황사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어.첫째는 황사 자체를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둘째는 황사가 기왕에 일어났을 때 환경파괴를 막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겠지.제시문을 아무리 읽어봐도 후자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어려운 것 같아.그러니까 일단 황사를 막기 위한 방법을 제시문에서 찾아봐야겠어.갑자기 과학문제가 된 것 같지?하지만 그에 대한 답변은 제시문 (라)에 나와 있어.네 번째줄에 '사막화로 인한 황사'라고 명시되어 있잖아.
원인에서 대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특성 같은 것이 제시문 (라)와 (마)에 나오는데 환경문제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이야.때문에 주로 경제적 이해관계가 문제되는데 해결방안에 대한 시사점은 제시문 (가)에 있어.황사의 원인인 사막화를 막는 방법이 조림사업을 포함한 생태환경 복원사업이고,이 작업 자체가 탄소권을 통한 이익창출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문제 해결 과정에 근접한 것이지.다만,탄소권을 확립하여 시장가치로 인정하겠다는 국제적 합의가 있어야 탄소권이 의미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해.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추가하자.고려대 논술은 3시간 동안 총 4문항을 풀이한다.
실전 모의고사를 치른 학생들은 느꼈겠지만 체감 시간이 매우 짧아.특히 배점이 높은 1번 문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나머지 40점 배점된 문항에 시간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아.고려대 논술 모의고사를 풀이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전과 같은 조건에서 시간을 배분하는 연습도 필요한 거야.논제에 대한 친숙함뿐만 아니라 허둥대지 않는 침착함도 빠르게 변화하는 입시제도에서는 실력이고 경쟁력인 것이지.
남태균 S.논술 원장 ok@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