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포퓰리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1920∼60년대 남미를 휩쓸었던 포퓰리즘은 최근 남미 정치의 주류로 다시 자리를 잡았고 러시아 폴란드 등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로도 확산되는 중이다.

각국의 높은 빈부 격차와 장기화하는 고실업률에 직면한 정치 지도자들이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손쉬운 수단으로 포퓰리즘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들이다.

포퓰리즘(Populism·대중영합주의)이란 일반 대중을 정치적 투쟁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를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는 정치체제를 말한다.

소수의 지배집단이 통치하는 엘리트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포퓰리즘의 어원은 1891년 미국에서 결성된 포퓰리스트당(Populist Party),즉 인민당(People's Party)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포퓰리스트당은 1792년에 창당된 민주당과 1854년에 결성된 공화당에 대항하기 위해 농민과 노조원을 규합해 설립된 제3의 정당으로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좌파 과격주의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치인들은 통상 반대편 정치세력 또는 정치 엘리트들의 저항에 직면할 때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고,그 대중적 지지를 권력 유지의 기반으로 삼으려 한다.

독재로 산업화의 기반을 닦은 브라질의 제툴리오 바르가스(1930∼45),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1950∼54)과 '에비타'로 불리는 그의 두 번째 부인 에바 두아르테,1952년 볼리비아 민족혁명의 지도자 비트로 파즈 에스텐소로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주로 후진 개도국에서 유행했던 포퓰리즘이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자주 거론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참여정부가 국민의 불만과 원한을 조직해 정치적 지지기반을 만들어가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적'과 '우리'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통해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구 시대의 개발독재에 대한 대중적 불만을 재조직하려는 점도 그런 징후라는 것이다.

평준화를 강조하는 교육정책과 부자들을 적대시하는 부동산정책도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소위 포퓰리즘이 진정한 민주적 여론과 과연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자. 다수의 의견은 항상 옳은지, 또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지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도 알아보자.

강동균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