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독일 경제에 희망이 될 것인가.

'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 9일 막오른 '2006 독일 월드컵'이 침체에 빠진 독일과 유럽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폭제가 되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 내에서는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론과 무용론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월드컵 특수 '뜰 것!'

독일 경제는 지난 4년여 동안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했다. 실업률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수준인 10% 이상으로 치솟아 있고 경제 성장은 거의 정지 상태다. 불안한 국민들은 호주머니를 좀처럼 열지 않았다. 하지만 월드컵 분위기를 타고 경제가 미약하게나마 소생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기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월드컵 개막 전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월드컵이 독일에 약 50억유로(약 6조400억원)의 경제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월드컵 기간 중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독일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방문객들은 하루 평균 150유로가량을 지출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전제 아래 이번 월드컵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5% 포인트 끌어 올릴 것이라는 게 도이체방크측의 관측이다.

올해 독일 경제성장률 전망치(0.9%)를 감안하면 월드컵이 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되는 셈이다. 독일상공회의소도 월드컵과 관련해 6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민소득도 0.3%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독일의 명물인 맥주와 소시지가 경제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조사에서는 이번 월드컵 기간 중 맥주와 소시지가 약 21억5000만유로(약 2조6000억원) 이상 팔릴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팀이 결승전에 진출할 때까지 매 시합에서 20세 이상 독일 국민들이 맥주 1잔씩을 마시고 여기에 해외 관광객 약 100만명이 평균 5일 동안 머물면서 매일 맥주 한 잔을 마신다는 전제다. 맥주 안주로 함께 팔릴 소시지를 포함하면 21억5000만유로어치가 되리라는 것. 이는 독일의 GDP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리는 규모다.

이 밖에 컬러TV 등 월드컵 관련 가전 제품 판매에 힘입어 소매업 판매가 증가하고,수출도 늘어나리라는 '희망론'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유수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독일인들은 월드컵이 경제 저성장을 벗어날 발판이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월드컵이 어떤 나라에 돌아갈지에 대한 승패 향방은 물론 개최국 독일의 경기 부양 효과도 큰 관심거리"라고 전했다.

월드컵 효과 '글쎄올시다~'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각국의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지만 정작 독일 내 월드컵 특수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슬슬 나오고 있다. 게다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관련 인사를 위해 예약했던 호텔 객실의 절반 이상을 해약해 현지 숙박업계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경제전문 통신인 블룸버그는 "월드컵으로 아디다스 필립스 등 다국적 기업들만 주요 시장에서 특수를 누릴 뿐 개최국인 독일의 월드컵 경제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독일 기업들에 월드컵 특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베를린 소재 경제연구기관인 DIW는 그리스가 2004년 올림픽으로 인해 오히려 그 해 관광객이 줄어들었던 점을 지적하며 월드컵으로 인해 오히려 일반 관광객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월드컵이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생긴 일자리도 대부분 임시직에 불과해 월드컵 특수 기대를 희석시킨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드레스덴 은행 역시 "독일 경제규모가 2조달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월드컵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미약한 수준"이라며 "월드컵이 독일의 경제성장률을 불과 0.1%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월드컵 마스코트인 '골레오' 인형 제작업체인 뮌헨 소재 완구업체 니시는 지난달 16일 파산을 신청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