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개발'과 '환경'이 서로 대립하며 반목과 충돌을 거듭해 온 지는 오래다.

개발과 환경은 보완될 수 없는 완전히 상반된 개념으로 인식돼 왔다.

개발은 곧 환경 파괴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갈등과 타협을 거치며 개발과 환경은 이제 대립의 개념에서 벗어나 양립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이 사용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둘 사이의 간격은 적지 않게 큰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개발과 환경의 조화는 진정 불가능한 것일까.

○개발은 곧 환경 파괴

개발은 환경을 훼손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후진국의 환경 파괴 상황을 보면 오히려 경제발전(개발) 없이는 환경 보호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무분별한 산림 훼손으로 신음하고 있는 남미 브라질의 아마존강 일대 열대우림이다.

지구 산소의 20%를 만들며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지역은 2004년 1년 동안에만 2만6000㎦의 밀림이 벌판으로 변했다.

이대로 가면 50년 뒤엔 브라질 크기의 숲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마존 일대를 황폐화시키는 주범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기업의 공장이 아닌 인근 농민들이다.

농민들은 주요 농산품인 대두(大豆)를 생산하고 가축 방목지를 넓히기 위해 앞다퉈 나무를 자르고 있다.

돈벌이가 되는 콩을 심기 위해 밀림에 불을 지르기도 하고 아름드리 나무를 통째로 베어내기도 한다.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함으로써 아마존강 지류의 생태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경의 질 개선을 위해서도 경제성장 필요

지속가능경영원이 1990∼200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의 1인당 국민소득과 환경 질 변화를 최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환경의 질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와 환경적 여건(인구,국토면적 등)이 비슷한 영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7300달러가 된 1990년부터,네덜란드는 1만5400달러가 된 1987년부터 폐기종,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대기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1000달러에 달했던 1997년부터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이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1900∼1970년 미국의 연간 이산화황 배출량은 1000만t에서 3000만t으로 3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1972년 3200만t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대기청정법 도입의 영향으로 이산화황 배출량은 1999년 1900만t으로 급감했다.

미세먼지의 총 배출량도 1950년 1700만t에서 2003년 400만t으로 줄었다.

○지구 환경은 정말 나빠지고 있는가

환경주의자들은 인간이 개발을 통해 산림을 훼손하고,공기를 오염시키며,하천과 바다를 더럽히고 있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지구 환경 파괴를 멈추지 않으면 마침내 인류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환경주의자의 주장처럼 지구는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가.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그러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환경론자들이 제기하는 환경 위기가 과장돼 있다고 반박하는 통계자료도 많다.

몇 해 전 출간돼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비외른 롬보르의 '회의적 환경주의자'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그린피스 회원으로 활동했고 환경문제에 적잖은 관심을 가졌던 덴마크의 통계학자.

회의적 환경주의자에 따르면 환경론자들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생물종 절반이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지난 50년간 멸종률은 0.7%에 불과했다.

농경사회 이후 전세계 산림의 3분의 2가 줄었다고 환경론자들이 주장하지만 실제는 20%가 사라졌을 뿐이다.

또 환경론자들의 주장에 따라 지구온난화를 막을 교토의정서가 발효됐지만 사실 이에 필요한 사업비 1년치만 있으면 개도국에 위생시설과 깨끗한 물을 제공,200만명을 살리고 5억명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미국에서 농약으로 인해 암에 걸려 사망한 사람은 전체 암 사망자의 1%에 불과하다.

환경론자의 주장대로 농약 사용을 금지하면 연간 20명 정도가 죽음을 피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추가 비용은 연간 200억달러(20조원)에 달한다.

비외른 롬보르는 개발이 환경 파괴를 가져온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 잘 계획된 개발은 오히려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동균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kdg@hankyung.com


GNP 5000弗 이하서는 환경오염 악화...1만弗 넘으면 개선

[ 환경 쿠즈네츠 곡선의 비밀 ]

산업이 고도로 발전하면 흔히 환경 오염물질 배출량이 증가해 환경이 나빠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경제학자는 세계 각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과 환경과의 관계를 새로운 가설로 설명한다.

소득수준이 낮은 저개발국,다시 말해 경제개발이 안 되고 있는 나라는 환경도 열악해지지만 개발이 충분히 진행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환경도 점차 좋아진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가난한 나라의 하천이 깨끗하지 못한 것처럼 경제가 성장해야 환경도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경제성장과 환경오염의 상관관계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로 1995년 발표된 그로스만(Grossman,GM)-크루거(Krueger,AB) 가설을 들 수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 이하 단계에서는 경제성장이 진행됨에 따라 공장 등이 늘어나면서 환경오염도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상당히 이뤄져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 이상에 이르면 경제성장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환경오염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서 도출한 역 U자형 곡선을 환경 쿠즈네츠 곡선(Environmental Kuznets Curve:EKC)이라고 부른다.

이는 환경 수준에 대한 수요가 대단히 소득 탄력적이라는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보다 높은 수준의 환경을 요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환경쿠즈네츠 곡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례는 여러 나라에서 관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계천 복원을 한 사례로 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