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신흥재벌을 '올리가르히'라고 부른다.
올리가르히는 과두정치를 뜻하는 '올리가키'의 러시아어다.
이들은 대부분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국영 기업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시장 논리보다는 정경유착을 통해,즉 권력과의 밀착을 통해 부를 쌓은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이유로 올리가르히는 '세계적 기업인'으로 대접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요즘 40대 초반의 두 올리가르히가 글로벌 비즈니스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철강업체인 세버스탈의 알렉세이 모르다쇼프 회장(41)과 러시아 최대 갑부로 영국의 명문 축구팀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40)가 그 주인공이다.
모르다쇼프 회장은 현재 자신이 오너로 있는 세버스탈과 세계 2위 철강사인 아르셀로의 합병을 통해 '글로벌 철강왕' 자리를 넘보고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최대 철강사인 에브라즈 지분 40%를 30억달러(약 2조8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두 사람 모두 세계 철강업계를 휩쓸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 전쟁(생글생글 6월5일자 '글로벌 이슈' 참조)의 한 복판에 서 있다.
31세에 철강회사 CEO 올라
민영화 바람타고 '승승장구'
[ 알렉세이 모르다쇼프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모르다쇼프 회장에 대해 "아르셀로와 세버스탈 간 합병의 최대 수혜자"라며 "그동안 러시아 밖에선 무명에 가깝던 그가 이제 러시아를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아르셀로와 세버스탈이 합병하면 미탈스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철강업체로 도약하는데다 모르다쇼프 회장은 아르셀로의 지분 32%를 확보한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모르다쇼프 회장은 세버스탈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1965년 세버스탈의 본거지인 체레포베츠시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도 여기서 일했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모르다쇼프가 모스크바와 성페테르스부르크의 중간쯤에 위치한 체레포베츠시의 '사실상 지배자'라고 밝혔다.
레닌그라드 공학·경제학연구소를 졸업하고 1988년 세버스탈의 이코노미스트(경제전문가)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민영화 바람을 타고 1996년 31세의 나이에 세버스탈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다.
세버스탈 경영을 통해 그는 막대한 부를 쌓았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모르다쇼프가 76억달러의 재산을 보유,세계에서 64번째 갑부라고 밝혔다.
모르다쇼프는 세버스탈 경영 과정에서 보여준 강한 추진력으로 '탱크''강철인간'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크렘린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4년 대선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임을 이끌기도 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푸틴 대통령도 세버스탈과 아르셀로 간 합병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영국 뉴캐슬의 노스움브리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그는 러시아 내 대표적인 친영파(親英派)로 분류된다.
체레포베츠에서 보드카 판매를 줄이기 위해 '펍'(영국식 술집)을 지었다는 일화도 있다.
국영 석유회사 사들여 '떼돈'
영국 축구팀 '첼시' 구단주
[ 로만 아브라모비치 ]
아브라모비치는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 11번째 갑부다.
재산은 18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직 KGB(옛 소련의 정보기관)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
러시아 유태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대학을 중퇴하면서 일찍부터 사업에 손을 댔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이뤄진 개혁·개방은 그에게 절호의 기회가 됐다.
국영 석유회사와 알루미늄 회사를 헐값에 인수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특히 지난해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산업 국유화 조치에 순응해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석유회사 시브네프티의 지분 76%를 국영 에너지 회사 가즈프롬에 넘기면서 막대한 현금을 챙기기도 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극동 추코트카주(州)의 주지사도 맡고 있다.
2000년 선거를 통해 5년 임기의 주지사에 당선된 그는 당시 시브네프티 본사 사무실을 추코트카로 옮기고 개인 재산을 주 경영에 쏟아 붓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 인기를 모았다.
그는 현재 주지사를 연임하고 있다.
부와 권력을 모두 거머쥔 것이다.
그의 성공 비결은 몸을 최대한 낮추는 처세술 덕분으로 알려져 있다.
'크렘린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는 권력과 맞서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
언론에도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정치적 언행을 삼갔다.
심지어 주지사이면서도 주로 영국에 머물고 있다.
축구와의 인연은 남다르다.
2003년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있던 첼시 구단을 인수해 세계적 명문 구단으로 키워냈다.
구단 인수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는 과정에서 그가 쏟아부은 돈은 4억달러에 달한다.
첼시는 지난 시즌 50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시즌 1억4000만파운드(약 240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것도 모두 부자 구단주를 두고 있는 덕분.
우리에게 친숙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외국인 최초의 러시아 대표팀 사령탑으로 영입한 것도 아브라모비치의 작품이다.
히딩크 감독은 독일 월드컵 직후부터 2년간 200만유로(한화 23억원)의 연봉을 받고 러시아 대표팀을 지휘할 예정이다.
모든 보수는 아브라모비치가 부담하기로 했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올리가르히는 과두정치를 뜻하는 '올리가키'의 러시아어다.
이들은 대부분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국영 기업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시장 논리보다는 정경유착을 통해,즉 권력과의 밀착을 통해 부를 쌓은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이유로 올리가르히는 '세계적 기업인'으로 대접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요즘 40대 초반의 두 올리가르히가 글로벌 비즈니스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철강업체인 세버스탈의 알렉세이 모르다쇼프 회장(41)과 러시아 최대 갑부로 영국의 명문 축구팀 첼시의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40)가 그 주인공이다.
모르다쇼프 회장은 현재 자신이 오너로 있는 세버스탈과 세계 2위 철강사인 아르셀로의 합병을 통해 '글로벌 철강왕' 자리를 넘보고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최대 철강사인 에브라즈 지분 40%를 30억달러(약 2조8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두 사람 모두 세계 철강업계를 휩쓸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 전쟁(생글생글 6월5일자 '글로벌 이슈' 참조)의 한 복판에 서 있다.
31세에 철강회사 CEO 올라
민영화 바람타고 '승승장구'
[ 알렉세이 모르다쇼프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모르다쇼프 회장에 대해 "아르셀로와 세버스탈 간 합병의 최대 수혜자"라며 "그동안 러시아 밖에선 무명에 가깝던 그가 이제 러시아를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아르셀로와 세버스탈이 합병하면 미탈스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철강업체로 도약하는데다 모르다쇼프 회장은 아르셀로의 지분 32%를 확보한 최대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모르다쇼프 회장은 세버스탈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1965년 세버스탈의 본거지인 체레포베츠시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도 여기서 일했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모르다쇼프가 모스크바와 성페테르스부르크의 중간쯤에 위치한 체레포베츠시의 '사실상 지배자'라고 밝혔다.
레닌그라드 공학·경제학연구소를 졸업하고 1988년 세버스탈의 이코노미스트(경제전문가)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민영화 바람을 타고 1996년 31세의 나이에 세버스탈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다.
세버스탈 경영을 통해 그는 막대한 부를 쌓았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모르다쇼프가 76억달러의 재산을 보유,세계에서 64번째 갑부라고 밝혔다.
모르다쇼프는 세버스탈 경영 과정에서 보여준 강한 추진력으로 '탱크''강철인간'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크렘린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4년 대선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임을 이끌기도 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푸틴 대통령도 세버스탈과 아르셀로 간 합병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영국 뉴캐슬의 노스움브리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그는 러시아 내 대표적인 친영파(親英派)로 분류된다.
체레포베츠에서 보드카 판매를 줄이기 위해 '펍'(영국식 술집)을 지었다는 일화도 있다.
국영 석유회사 사들여 '떼돈'
영국 축구팀 '첼시' 구단주
[ 로만 아브라모비치 ]
아브라모비치는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 11번째 갑부다.
재산은 18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직 KGB(옛 소련의 정보기관) 출신이라는 설도 있다.
러시아 유태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대학을 중퇴하면서 일찍부터 사업에 손을 댔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이뤄진 개혁·개방은 그에게 절호의 기회가 됐다.
국영 석유회사와 알루미늄 회사를 헐값에 인수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특히 지난해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산업 국유화 조치에 순응해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석유회사 시브네프티의 지분 76%를 국영 에너지 회사 가즈프롬에 넘기면서 막대한 현금을 챙기기도 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극동 추코트카주(州)의 주지사도 맡고 있다.
2000년 선거를 통해 5년 임기의 주지사에 당선된 그는 당시 시브네프티 본사 사무실을 추코트카로 옮기고 개인 재산을 주 경영에 쏟아 붓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 인기를 모았다.
그는 현재 주지사를 연임하고 있다.
부와 권력을 모두 거머쥔 것이다.
그의 성공 비결은 몸을 최대한 낮추는 처세술 덕분으로 알려져 있다.
'크렘린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는 권력과 맞서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
언론에도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정치적 언행을 삼갔다.
심지어 주지사이면서도 주로 영국에 머물고 있다.
축구와의 인연은 남다르다.
2003년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있던 첼시 구단을 인수해 세계적 명문 구단으로 키워냈다.
구단 인수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는 과정에서 그가 쏟아부은 돈은 4억달러에 달한다.
첼시는 지난 시즌 50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시즌 1억4000만파운드(약 240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것도 모두 부자 구단주를 두고 있는 덕분.
우리에게 친숙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외국인 최초의 러시아 대표팀 사령탑으로 영입한 것도 아브라모비치의 작품이다.
히딩크 감독은 독일 월드컵 직후부터 2년간 200만유로(한화 23억원)의 연봉을 받고 러시아 대표팀을 지휘할 예정이다.
모든 보수는 아브라모비치가 부담하기로 했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