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올초까지 분당 집값이 왜 많이 올랐어요"라고 묻는다면 어떤 답이 가장 많을까.

아마 "판교신도시가 분양되면서 수혜가 예상됐기 때문"이라는 답이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판교는 분당 집값을 올린 2차적인 이유,즉 주식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단순한 '호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즉 기본적인 시장거래의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면 현재 시장 가격보다 누군가 더 비싼 가격에 사고,또 그 가격에 사려는 수요가 계속 존재해서 집값이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시세 외에 호가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일반 상품은 그냥 얼마 짜리(시세)라고 지칭하며 호가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에서 호가는 일반화된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이 호가의 개념을 제대로 알아야 집값이 어떻게 오르고 내리는지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호가(呼價)는 말그대로 '부르는 가격'이다.

매도 호가는 팔려고 부르는 가격,매수 호가는 사려고 부르는 가격이다.

그런데 어떤 한 상품을 두고 이 매수 및 매도 호가는 서로 다른 것이 일반적이다.

공산품 등 표준과 규격에 의해 동일하게 만들어진 상품이라면 팔려는 측과 사자는 측 모두 큰 편차가 없는 적정 가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그 가치에 대한 생각이 저마다 달라 호가가 필요한 것이다.

실제 같은 지역 내 같은 아파트의 같은 평형이라고 해도 층이나 향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서울 대치동의 A아파트 30평형에 대해 팔려는 사람은 10억원(매도 호가)을 받고자 하지만,사자는 사람은 9억원(매수 호가)이 아니면 사지 않겠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양측 간에는 1억원의 호가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이 경우 이 아파트의 시세는 얼마라고 말해야 할까.

부동산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매도 호가를 시세로 간주하고 있다.

즉 A아파트 30평형의 시세는 10억원이라고 시장에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A아파트 30평형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는 11억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당장 팔 생각은 없지만 12억원을 준다면 팔겠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즉 매도 호가는 가격대별로 여러 개가 다르게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시세는 어떻게 오르고 내릴까.

만약 A아파트를 재건축한다는 발표가 나오고 누군가가 10억원에 나온 매물을 사버렸다고 하면 그 다음 매도 호가가 바로 시세가 된다.

차순위 매도 호가가 11억원이라면 시세가 1억원 뛴 것이다.

재건축 발표로 10억원에 팔려던 집주인이 호가를 11억원으로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여도 마찬가지 결과가 된다.

반대로 정부 규제에 못 견딘 A아파트 30평형 집주인들이 10억원보다 싼 9억원에 매물을 내놓는다면 시세는 9억원이 된다.

즉 매도 호가가 1억원 내리면서 시세가 1억원 하락한 것이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주택은 다른 상품처럼 자주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몇 가구만 거래되거나 혹은 급매물로 나와도 매도 호가 즉 시세가 빠르게 움직이게 된다.

최근 몇 년간 강남 등지의 집값이 적은 거래량으로도 급등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최근 종합부동산세 등 정부가 쏟아낸 메가톤급 규제에도 강남의 상당수 아파트가 견조한 시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특성에 기인한다.

시장 상황은 크게 나빠졌지만 아직 호가를 낮춘 매물이 본격적으로 출회되지 않기 때문에 시세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강남 등에서 최근 매수 및 매도 호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변화의 조짐을 점치게 한다.

사자는 사람들이 매수 호가를 계속 낮추고 있어 결국 매도 호가도 떨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매도 호가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시세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서욱진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 venture@hankyung.com


[ 집은 일반 상품일까? 공공재일까? ]

'주택은 일반 상품일까 아니면 공공재일까.'

주택의 성격에 대한 의견은 다양할 수 있다.

물론 시장경제 체제에서 주택은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인 것이 분명하다.

자동차 등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가격을 높이거나 내리면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은 공공재의 성격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주택가격은 금융이나 소비 등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일반 상품과 똑같이 간주할 수 없다는 것.특히 한국에서는 주택은 공공재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국토 면적이 좁아 주택을 무한정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데다 농경사회의 전통으로 땅이나 집에 대한 애착이 유별난 것도 원인이다.

따라서 한국처럼 수요는 많고 공급은 한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장에만 맡길 경우 여러 가지 왜곡과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강남 등 인기지역의 주택 가격은 과도하게 오른 것이 사실이다.

강·남북의 집값 격차가 벌어지면서 사회적인 위화감이 조성되고 일반 서민들의 근로의욕도 꺾이고 있다.

정부가 3·30대책 등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며 시장에 개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주택도 상품의 원리에 따라 다루어야만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국토의 3%도 안되는 면적만 주택지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1%포인트만 더 활용해도 엄청난 공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서울 등 대도시 아파트를 고층화할 경우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각종 규제는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집값을 잡는 유일한 옳은 처방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강남 아파트가 급등한 것도 정부가 어설프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당초 기대보다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정반대의 근거와 주장들이 맞서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이 문제를 놓고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