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 거품이 끼었는지 여부를 어떻게 따져볼 수 있을까.'

평당 5000만∼6000만원이 넘는 강남 인기지역의 A아파트의 시세에 거품이 끼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혹은 최근 몇년간 판교신도시 재료로 두 배 가까이 오른 분당 집값은 터무니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거품이 끼었다면 시세의 어느 정도가 거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값에 거품이 끼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버블은 '내재가치(fundamental value)에 비해 시장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을 뜻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나 내재가치에 비해 높은 것이 버블이라는 기준은 아직 없다.

따라서 집값이 버블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논란도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론 적정가치를 어느 정도 따져볼 수 있다.

장래 임대수익 등을 감안해 부동산의 적정가치를 평가하는 기법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 외에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너무 많아 설득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가령 서울 강남 대치동 아파트 가격에서 학원 등의 교육 프리미엄이 차지하는 가치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결국 간접적인 데이터로 거품 여부를 가늠해볼 수밖에 없다.

거품론을 주장하는 정부가 단골로 인용하는 '연평균 소득대비 집값'(PIR)이 좋은 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PIR는 각 지역 평당 부동산 가격에 33을 곱한 숫자를 도시근로자 가구의 연평균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 것.33은 4인 가족이 살 만한 33평 아파트를 상정한 것이다.

PIR가 커질수록 소득,즉 저축을 통해 사기 힘들 정도로 집값이 올랐다는 말이 된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 집값 거품이 곧 붕괴할 것이라며 근거로 이 PIR를 들었다.

PIR가 현재 18.9에 달해 1990년 말의 21.7에 근접했다는 것.88올림픽 등으로 급등세를 탔던 집값은 1990년 말 PIR 21.7로 정점을 찍고 이후 10년 가까이 하강 곡선을 그렸다.

즉 현재 집값은 소득 대비 측면에서 1990년대 말과 같은 꼭지점에 다달았다는 게 재경부측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100%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동안 국민 소득수준이 대폭 늘었고 주거문화 수준도 크게 바뀌었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주거환경이 좋은 곳은 더 오르고,그렇지 못한 곳은 오히려 더 내리는 양극화 현상도 적절하게 감안하지 못했다.

그러나 완전히 무시해도 좋은 데이터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PIR 외에도 집값 거품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징후가 여럿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들 수 있는 것이 너무 가파른 상승률이다.

중대형 평형이 평당 3000만원을 넘은 분당의 경우 판교 재료가 나오기 전인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오른 것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적정 이상의 초과상승이 이뤄졌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상당수인 이유다.

최근 들어 더 극심해지고 있는 부녀회나 동호회 등의 가격 담합도 거품을 확신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특별한 호재없이도 가격이 '쑥쑥' 오르고 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담합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싼 매물이 나와도 중개업소에서 시세를 내리지 못하게 하고,아예 처음부터 급매물이 나오지 못하게 막는 등 시세를 조종하는 사례가 흔하다.

여기에는 특정 아파트의 시세를 조종하는 투기세력이 개입하는 것도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혹은 아니다는 등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거품 여부,즉 적정가격을 확실히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PIR나 시장의 여러 징후들은 현재 강남 등 일부지역 집값에 어느 정도 거품이 낀 것은 사실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해주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참고: 부동산과 달리 주식시장에서는 확실하다고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이 여럿 존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가수익비율 즉 PER(Price Earnings Ratio)다.

주가(가격)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는 이 지표는 업종 평균과 비교해 더 높으면 고평가,더 낮으면 저평가라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 외국도 '집값 버블' 논란...대부분 금리로 잡아 ]

집값 버블 논란은 한국에서만 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도 부동산시장에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다.

최근 미국 주택건설업체의 체감 경기가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냉각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버블 논쟁도 불거지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보다 선진국들의 부동산 가격이 최근 수년 동안 더욱 크게 올랐던 터여서 버블 후유증 역시 세계적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예들 들어 프랑스는 지난 수년 동안 매년 15%의 초급등세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평균 3%대에 비기면 로켓을 쏘아올린 형국이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를 보는 시각이나 정부 정책은 크게 다르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은 세계적인 부동산 버블 현상은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진행되면서 투기자금이 대거 부동산시장에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정책 역시 부동자금의 흡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바로 금리 인상이다.

금리를 올려 시중 자금줄을 조이고 투기자금에 대한 이자 비용을 높여가면서 투기를 관리한다.

우리나라는 금리보다는 행정적 조치로 집값을 잡으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우리나라가 행정 조치나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는 것에도 이유는 있다.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가격은 잡을지 몰라도 이 과정에서 경제 활동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런 이유로 투기세력에 대한 국지적 처방,다시 말해 특정 지역을 상대로 한 정책을 선호하게 됐다.

바로 이것이 부동산시장을 둘러싸고 감정적 논란을 증폭시킨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