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사거리의 가로수마다 현수막이 빈틈 없이 걸려 있다.

등교길엔 색색의 옷을 맞춰 입은 사람들이 신호 대기 중인 차 창문을 두드리고 명함을 건넨다.

기호를 외쳐대며 확성기 소리를 높이는 홍보 차량의 소음은 수업하고 있는 교실까지 들린다.

5·31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화려한 간판과 현수막이 수십 명이나 되는 후보들의 기호를 내세우며 '소중한 한 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여느 선거보다 유난히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보인다.

달라진 선거 방식과 선거 운동 방법 때문이다.

선거 방식은 기존의 소선거구제에서 중선거구제로 개편됐고,후보자들의 거리 유세 선거 운동도 과거보다 확대됐다.

그러나 중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 도입은 홍보 부족으로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롭게 바뀐 '1인 6표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유권자가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히 몇 명인지 가늠하기도 힘든 후보자 숫자 역시 유권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호가 중복되고 후보자가 수십명씩 되는 탓에 후보자를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보다 다양한 의사를 반영할 수 있고 군소정당의 정계 진출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후보자의 인물이나 정견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데,이번 선거가 그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거리 유세 선거 운동 방법도 기존의 방식과 크게 달라졌다.

후보자 수도 너무 많은데다 선거 운동 방법이 다양해진 덕분에 유권자들은 각양각색의 선거 유세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선거 운동 방법을 다양화한 것이 오히려 지나친 선거 유세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과도한 유세와 대결로 유권자들의 정치 회의가 심화되고 선거 기피 현상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선거 제도 개편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선거 제도 개편은 날로 하향세를 보이는 투표율을 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제도를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홍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새로운 제도를 제대로 알리고 실행할 때에야 새 제도의 긍정적 취지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소리만 커진 선거운동이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를 이끄는 것이 아니다.

물론 유권자들도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외면하고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 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우리 지역의 의견을 대변하고 시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한지연 생글 기자(서울 양정여고 3년) kwsiriu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