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포함된 정보들을 올바르게 비교하려면 두가지 원칙을 확인해야 한다.

첫째,비교를 할 때 비교되는 특성이 같아야 하고 둘째,비교되는 특성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서로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비교를 하는 경우 두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어떤 요인 때문에 차이가 생기는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첫 번째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예부터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교통사고 사망자에 대한 경찰의 피해 집계와 정부의 대외적 공식 자료인 통계청 집계가 크게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올 들어서도 경찰은 교통사고 사망자가 9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며 교통안전캠페인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94년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경찰 자료는 1만87명인 데 반해 통계청 자료는 1만4773명으로 4686명이나 차이가 난다.

이렇게 사망자 수가 차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찰은 사고 발생 72시간 이내의 피해만을 통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통계청은 전국 행정 기관에 접수된 1년간의 주민 사망 신고를 원인별로 분석해 집계한다.

따라서 통계청의 숫자가 항상 클 수밖에 없다.

경찰 인력이나 업무 과다를 고려할 때 경찰에게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를 사고 몇 달 이후까지 추적해 통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따라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혼선 논란을 빚을 필요 없이 통계청 자료를 이용하면 된다.

통계청 수치와 경찰 수치의 차이는 교통 사고로 인한 부상의 정도가 심해 사고 직후에 사망하지 않아도 사고로 인해 1년 이내에 사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또 다른 예를 보자.미국 안전협회에 따르면 가장 사고를 잘 내는 운전자는 20대다.

사고자를 연령별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대 운전자가 전체 사고의 31.6%를 차지해 가장 높았으며 △30대 23.3% △40대 16.2% △50대 9.4% △60대 11.0% △20대 이하 8.5%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10대 동생보다는 20대 형들이 자동차 사고뭉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분석에 따른 비교는 연령층별로 운전자 숫자가 같다는 가정 하에서만 가능하다.

실제로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들의 수는 연령별로 크게 다르며 전체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연령층별로 차이가 나는 주 원인도 운전자의 숫자가 연령층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체 사고 중에서 30대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32.0%로 가장 높고,10대는 4.5%,20대는 26.8%,40대는 22.2%,50대는 9.4%,그리고 60대 이상은 4.9%로 나타난다.

이 비율만 갖고 30대 운전자가 가장 사고를 잘 낸다고 비교할 수 없는 이유는 역시 연령대별로 실제로 운전하는 사람들의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올바른 결론을 끄집어내기 위해 지켜야 할 두 번째 원칙은 위에서도 말했듯 비교되는 특성 이외의 조건은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한 식빵회사가 자기 회사의 빵은 칼로리가 낮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정부가 실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회사 식빵의 칼로리도 역시 다른 회사 제품과 같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그 회사는 칼로리가 차이난다고 선전을 했을까?알고 보니 칼로리를 조사할 때 자기 회사의 식빵은 얇게 썰어 조사했고 다른 회사 제품은 두껍게 썰어서 조사했던 것이다.

그러니 칼로리 차이는 조사한 빵의 양의 차이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나라 예도 살펴보자.우리나라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보도가 수 차례 나온 바 있다.

차량 1만대당 사망자 수는 17명으로 세계 5위이고,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23명으로 세계 3위라는 통계다.

이 부끄러운 기록의 주범으로는 우리의 철저하지 못한 안전의식이 단골로 지목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다른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승용차의 대당 연평균 주행거리는 94년도를 기준으로 2만5000km라고 한다.

이는 일본(1만km)의 2배가 넘는 거리이며 국토가 넓어 장거리운행이 불가피한 미국(1만6000km)보다도 훨씬 긴 거리다.

차를 많이 굴리면 사고 발생 빈도도 그만큼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따라서 주행거리당 사고 발생률을 비교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도로 여건 또한 다르다.

우리나라의 도로 여건은 매우 열악해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도로 중에서 사고 위험성이 높은 급커브,급경사 구간이 634곳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도로가 위험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우리나라 도로는 위험하다.

우리나라 도로는 안전과는 인연이 멀다.

단순한 정치적·정책적 결정으로 급조되는 도로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행정 조직상 도로 설계 부서는 교통안전에 무관심하며 관심을 갖기도 어렵게 되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로에서 사고가 안 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신부용,'고통이냐 교통이냐',현암사,1993년,54쪽)

교통안전시설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뒷골목 구석까지 교통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 다른 예도 있다.

해마다 대학입시가 끝나면 어느 고교가 몇 명의 서울대학교 합격자를 냈는가 하는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큰 뉴스로 다뤄진다.

심지어 이 숫자를 기준으로 어느 고등학교가 명문고인지를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여러 다른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어리석은 비교다.

평준화고교와 비평준화 고교,지방과 대도시의 학력 격차,서울 강남과 강북의 학력 격차 등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격자 숫자만을 단순 비교하는 것으로 그 고교의 수준을 평가할 수는 없다.

서울 지역의 소위 8학군에 속한 고교의 경우 명문대학 진학 가능성이 높은 연합고사 성적 우수자(200점 만점에 190점 이상)를 같은 규모의 강북에 비해 10배나 더 배정받는다.

더욱이 합격자 수를 비교할 때 학급 수가 15학급 내지 20학급인 8학군의 대규모 고교와 5학급 정도밖에 안되는 소규모 학교를 그냥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올바르지 않은 비교가 그대로 고교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