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빛과 그림자
4년 전인 2002년 6월. 한국팀의 월드컵 4강 진출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한반도는 붉은 물결로 뒤덮인 기쁨과 흥분의 도가니였다.

정부는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찬양하는 데 선봉에 섰고,국책연구기관과 언론들은 월드컵의 유·무형 경제효과가 '수십조원'에 달한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월드컵 효과에 대해서는 반론도 적지 않다.

월드컵이 끝나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풀릴 기미가 없고,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취업을 걱정하는 젊은이들을 짓누르고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 사회는 다시 흥분으로 끓어오를 조짐이다.

기업들은 '월드컵 특수'를 만들어내기 위해 '올인'하고 있고, 방송이나 신문도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시시콜콜 전해가며 분위기를 띄우는 데 동참하고 있다.

예의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론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에 '월드컵의 마술'은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계한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 생산성은 떨어지고 그 와중에 경제·정치·사회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국가 이미지 제고,기업 홍보 효과 등 흔히 거론되는 무형의 가치 역시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스포츠 이벤트 등으로 생성된 '호감'을 실질적인 국가 경쟁력이나 기업 매출 성장으로 이어가려면 치밀한 전략에 따른 사후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이유다.

축구 실력은 경제 실력이 아니다.

국가 위상도 결코 아니다.

월드컵은 신나는 지구촌 축제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월드컵에 기꺼이 흥분하고 일상을 온통 바치고 있다.

축구가 단순한 운동 경기는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월드컵의 열기 뒤에 감춰진 그늘로 들어가 보자.

김혜수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