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실업률을 미국과 단순 비교할 수 있나

통계학자 스티븐 캠벨이 "비교를 하는 것은 삶에 있어서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이다"라고 말했듯이 어떤 대상을 비교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매우 일상적인 행위중의 하나이다.

예를 들면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남의 것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행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남이 하니까 하기도 하고 남이 하지 않으니까 하기도 한다.

그림·경치·음악 등을 비교할 때는 대부분 주관적인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지만 숫자가 포함된 정보나 주장을 비교하거나 평가할 때는 상대적으로 쉬운 듯하다.

왜냐하면 주관적인 느낌이 아닌 객관적인 숫자의 크기를 재기만 하면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숫자를 포함한 정보들을 비교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쉽다.

구체적인 예를 들기에 앞서 먼저 올바른 비교를 하기 위해 꼭 확인해야 할 두 가지 원칙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첫째,비교를 할 때는 비교되는 특성이 같아야 한다.

즉 비교되는 특성에 대한 정의가 동일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을 미국이나 일본의 실업률과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각 나라마다 실업에 대한 정의가 다르므로 그 상대적인 크기를 직접 비교할 때는 이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자기 집에서 경영하는 사업체나 직장에서 주당 18시간 이상 일을 하면 월급을 받지 않더라도(무급 가족 종사자라고 함) 취업자로 계산하는 데 비해,일본에서는 1시간 이상,미국에서는 15시간 이상 일을 하면 취업자로 취급하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행 '알기 쉬운 경제지표 해설' 1995,245쪽에서 인용)

둘째,비교되는 특성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서로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요인 때문에 차이가 생기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미국과 스페인 전쟁 동안 미 해군의 전사율은 1000명당 9명이었고,같은 기간의 뉴욕시의 사망률은 1000명당 16명이었다.

이 숫자를 이용해서 해군에 들어와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해군에서는 선전을 했다.

그러나 뉴욕시에는 환자 노인 어린아이 등이 당연히 섞여 있고 해군은 건강한 청년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올바른 사망률을 비교하려면 다른 조건도 유사해야 한다.

즉 뉴욕에 살고 있으면서 해군의 신체검사 기준에 통과할 만한 건강한 청년들의 사망률과 해군의 사망률을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Huff Darrell 'How to Lie with Statistics' 1954,83쪽에서 인용)

이 두 가지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비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이 원칙이 지켜졌는지를 미리 판단하지 않으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한다.

1940년 미국 남부지방에 훈련소를 짓고 있던 미 육군은 그 지역에서 일년에 수십만명에 이르는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그 당시 말라리아는 다른 지역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는 병이었다.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육군은 말라리아 전문가를 초빙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원인은 간단한 것이었다.

남부지방에서는 말라리아가 감기나 몸살을 나타내는 일상용어였다.

그러니까 말라리아 발생률과 감기 발생률을 비교하고서는 그 차이에 놀라 법석을 떨었던 것이다.

(Campbell 'Flaws and Fallacies in Statistical Thinking' New Jersey,1974,100쪽에서 인용)

또 다른 사례로 한국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가정폭력에 관한 통계도 들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40% 이상의 주부들이 남편으로부터 상습적인 구타를 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여자만 맞는 것이 아니라 남편들 중에도 무려 15%가 아내의 폭력에 시달린다는 발표였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가정폭력의 정의가 다르게 적용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 남편에 의한 폭력 경험

◆ 아내에 의한 폭력 경험

손,발,몽둥이 사용 ; 45.3%

남편을 밀친다 ; 11.3%

닥치는 대로 때림 ; 9.1%

물건을 던진다 ; 7.0%

칼 등의 흉기 사용 ; 4.7%

뺨을 때린다 ; 2.6%

발이나 주먹 사용 ; 1.4%

남자의 폭력은 모두 구타의 정도가 상당히 심한 것들뿐이다.

그런데 여자의 폭력 15%에는 물건을 던지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포함시켰으며 그 중에서 남편을 밀치는 '가벼운' 신체 접촉이 11%나 차지했다.

(김찬호 '사회를 본다 사람이 보인다' 1994,86쪽에서 인용)

이처럼 기준이 틀린 비교 수치를 발표하는 것은 기사를 좀 더 흥미있게 하기 위해서거나 아니면 남편들도 아내에게 맞고 산다는 것을 억지로 강조하려는 의도 때문일 것이다.

광고에도 왜곡한 통계 비교가 종종 활용된다.

다음은 스웨덴 볼보(Volvo) 자동차 선전의 일부분이다.

… 통계에 따르면 평균 미국인은 일생에 50년 동안 운전을 하고,약 3년마다 차를 바꾸므로 평생 약 15대의 차를 소유한다.

그런데 튼튼한 차로 유명한 볼보는 평균 11년 동안 주행을 하므로 볼보를 구입하면 평생 4.5대의 차만을 소유하면 된다. …

미국인이 평균 3년마다 차를 바꾸는 것은 아직 타고 다닐 수는 있지만 싫증이 나서 새 차로 바꾸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볼보의 수명이 11년이라는 말은 차를 오래 타고 다니다 폐차 처분할 때까지의 시간인 것이다.

따라서 이 비교는 '수박이 딸기보다 크다'라고 선전하는 것과 같은 속임수다.

예전에 미국에서 유명한 강력범들의 감옥인 알카트라스라는 감옥에서는 죄수 한 명당 매일 (당시로서는 비싼) 8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이를 알게 된 한 상원의원은 "차라리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뉴욕의 최고급 호텔)에 죄수들을 묵게 하는 것이 더 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공정하지 않다.

알카트라스에서 죄수 한 명을 유지하는(먹이고 입히고 감시하는 것 포함) 데 드는 총 비용과 호텔 방에서 하룻밤 잠만 자는 비용을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