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책임은 단 하나,즉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라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미국 시카고학파의 거장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공방에 대해 이같이 일갈했다.

프리드먼이 말하는 기업의 경제적 성과란 바로 이윤 창출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이윤을 내고 이를 통해 회사를 키워 사람들을 더 많이 고용하고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사회공헌 요구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왜곡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돈과 인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처럼 여론에 떠밀려 억지로 돈을 내놓는다면 더 이상 순수한 의미의 사회공헌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간의 생활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좋은 상품을 생산하고 이윤을 창출하며 고용을 늘리는 등 기업 본연의 활동 자체가 가장 강력한 사회 공헌이라는 사례는 도처에 널려 있다. 1981년만 해도 인구 7만명에 불과했던 전남 광양시가 25년이 지난 현재 인구 14만여명의 도시로 성장한 것도 기업의 힘이었다.

1981년 포스코가 이 도시에 광양제철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다른 도시들이 인구 감소로 활력을 잃어갈 때 이 지역엔 사람들이 몰렸고 지역 주민들은 공공연하게 "포스코 덕분에 먹고 산다"는 말을 하고 있다.

포스코가 2004년 한 해 동안 납부한 지방세는 총 436억원으로 이는 광양시가 거둬들인 전체 세수의 절반이 넘는 55.8%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업들은 이렇게 본연의 역할을 다 하고도 국민의 존경을 기대하기 힘들다.

수많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은 기업의 목적이 이윤창출이 아니라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고 답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물론 편법 상속,비자금 조성과 같은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하지만 삼성그룹 현대·기아차그룹이 우리 경제와 국민 생활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에 비하면 너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게 재계와 학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 4대 그룹 임원은 "150년 동안 6대째 경영세습을 하면서도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이 최근 받고 있는 여론의 질타는 가혹하다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발렌베리그룹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과 유럽 최대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 등을 거느린 스웨덴의 국민기업이다.

발렌베리그룹이 150년 동안이나 국민들에게 성원을 받는 이유는 사회공헌 때문이 아니라 스웨덴 최대의 과세 규모와 고용 창출 등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현재 발렌베리 가문이 지배하는 기업은 스웨덴 GDP의 30%에 이르고 스웨덴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40%가량을 차지한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주주(shareholer)의 이익에서 벗어나 소비자,지역사회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선진국의 금융회사 사이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만 선택적으로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가 확산되는 것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론의 압박에 밀린 사회공헌은 기업에도,사회에도 결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기업은 환경 및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기업 본연의 역할을 등한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책임의 우선순위는 첫째가 본업,둘째가 윤리경영,셋째가 사회공헌"이라며 "사회공헌의 적정 규모는 세전 이익의 2% 정도"라고 덧붙였다.

구자홍 동양시스템즈 사장도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해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거나 종업원과 주주에게 임금 및 배당을 주지 못하는 것이 죄 중에서도 가장 큰 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