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은?
"우리 회사는 농촌에 공장을 지어 농민 500여명을 공장 근로자로 고용했어요. 농사 지으면서는 매년 빚만 안 지면 성공이라던 사람들이 공장에 취직하고는 한달에 적어도 100만원 넘게 벌어갑니다.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있고요. 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꾸리고 직원들한테 월급을 주고 번 돈만큼 세금을 내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하는 게 우리 회사의 사회적인 책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최근 기자와 만난 중견 제조업체 사장 A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최근 공장이 위치한 지역의 시민단체로부터 사회공헌활동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요구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개인 돈으로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쌀 1000만원어치를 사들여 결식 아동들에게 기부했지만 다른 회사에 비해 액수도 적고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다며 질타를 당하기도 했다.

A씨는 원재료값 폭등으로 회사가 2년 전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를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놓아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 사회공헌에 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올해초 개인 돈 8000억원을 사회공헌 기금으로 내놓고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도 지난 4월 현대차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도중 1조원 상당의 계열사(글로비스) 주식을 내놓는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잇달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돈을 기부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는 사회공헌활동이 '준조세'처럼 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참여정부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지배구조와 경영행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고도 있다.

기업 입장에선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A씨의 말처럼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공헌은 회사를 성장시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더 많은 세금을 내며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데 있다.

우리 학생들도 이번호 생글생글과 함께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무엇이고 사회공헌 활동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생각해 보자.

유창재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