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 급증하여 부부 세 쌍 가운데 한 쌍이 이혼하는 현실에서 이혼하면 8~10년 일찍 죽는다는 조사 결과가 방송과 신문 지면을 장식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높아지는 이혼율에 경종을 울리는 내용으로 판단했는지 매스컴에서는 상세한 통계 수치까지 인용해 가며 이 내용을 매우 요란하게 다뤘었다.

과연 이혼하면 빨리 죽는지,즉 이혼이 사망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수명을 단축시키는지 해당 기사 내용을 분석해 보자.

1999년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천성수 교수가 대한보건협회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혼 남녀의 평균 수명이 배우자가 있는 남녀보다 8~10년 짧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논문은 1995년도 인구센서스 자료,인구동태 자료,사망 원인,통계 연보,생명표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분석한 결과를 보면 남성의 평균 수명은 배우자가 있는 경우 75세였고 이혼자의 경우 65세였다.

여성 평균 수명은 배우자가 있는 경우 79세,이혼자 71세로 이혼 남녀의 평균 수명이 각각 10년과 8년씩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을 쓴 천 교수는 평균 수명이 차이 나는 원인에 대해 '이혼자의 경우 심리적 갈등을 해소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평균수명 차이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논문은 사망한 사람들을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과 이혼한 사람들로 나누어서 평균 수명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자(사망자)의 평균 수명을 70세로 보고 이 사람들의 결혼 연령을 평균 30세로 본다면 이 사람들은 40년 전,그러니까 1950년대 후반에 결혼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혼은 결혼 후 10년 안쪽에서 많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혼한 시기는 대개 1960년대 중반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60년대 중반을 한번 생각해 보자.그 시절에 이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혼하면 난리가 나는 것처럼 여기던 시절이었고 웬만한 일에도 여자가 삼종지도의 인내력을 발휘해 참아낼 것을 종용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시절에 실제로 이혼했다는 것은 결혼을 지속할 수 없는 어떤 중대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 중에는 배우자의 건강상 문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논문의 결론을 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혼해서 일찍 사망한 것이 아니라 원래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이혼했고 일찍 사망한 것일 수도 있다.

당시의 관습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추정이 더욱 설득력 있지 않을까?

누누이 강조하지만 통계 수치의 차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할 때에는 어떤 것이 원인이고 어떤 것이 결과인지 확실히 단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난 회에 언급했듯 고교생의 흡연과 성적 불량을 분석했더니 흡연자의 성적이 더 낮았다는 것을 '담배를 피우면 성적이 떨어진다',즉 '흡연이 성적 불량의 원인이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공부를 못하니까 고민이 되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혼율과 관련된 다른 분석을 보자.우리나라 이혼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통계에 따르면 1997년도엔 9만3000쌍이 이혼했으나 98년에는 12만4000쌍이 이혼해서 3만1000건이 증가했다.

이혼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1년의 자료를 보면 혼인 건수는 32만건이며 이혼 건수는 13만5000건으로 2.4쌍이 결혼할 때 한 쌍이 이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의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2.8로서 이는 1995년의 1.5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한편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간하는 '숫자로 본 세계'에 실린 세계 60개국의 조이혼율을 비교해 보면,미국이 4.7건으로 1위이고 △쿠바 4.1건 △러시아 3.9건 △캐나다 3.1건 △영국 2.9건 △독일 2.2건 △프랑스 1.9건 △싱가포르 1.6건 △쿠웨이트 1.5건 △일본 1.3건이다.

이처럼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서구의 나라들보다 우리 이혼율이 높아졌다는 점을 들어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관이 붕괴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단순 수치 비교만으로 우리의 이혼율이 서구의 여러 나라들보다 높다며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수치 비교 외에도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이혼율을 우리와 비교하기 위해서는 '결혼 전 동거'가 자유로운 프랑스의 결혼 행태를 감안해야 한다.

프랑스는 제도적으로 동거를 법률혼과 마찬가지 효력을 갖도록 인정하고 있다.

시민연대협약(PACS)이라고 하는 법률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의 1998년 통계를 보면 부부는 1억1238만 쌍이며 동거 커플은 242만 쌍이다.

또한 동거 커플 중에서 30%가 10년 이상 동거 중이다.

이처럼 동거가 자유롭고 법적으로 보호되는 프랑스의 이혼율과 혼전 동거가 아직은 예외적인 우리나라의 이혼율을 단순 비교해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관이 붕괴되고 있다고 분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부의 이혼에 대해 관용적이지 않은 인식이 여전히 높다.

더욱이 여성에겐 이혼으로 인해 경제적·법적·사회적·관습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그러한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여성이 자기 개인의 소중함을 우선시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회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봉건적인 가정 윤리를 대신할 현대적 가족·가정에 관한 패러다임을 만들고 공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