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5월2일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700조원 중 280조원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증시는 외국인 비중이 높기로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든다.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증시만 보면 멕시코에 이어 2위 수준이다.

외국인의 비중이 이처럼 높다보니 외국인 자금은 곧 국내 증시의 바로미터나 다름없다.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 주식가격이 오르고,자금이 빠져나가면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국내 외국인투자법상 '외국인'으로 등록된 투자자는 개인이나 연기금도 있지만 대부분 외국계 펀드다.

외국계 펀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PEF(사모주식투자펀드)와 뮤추얼펀드가 그것이다.

PEF는 사모(私募) 방식으로 소수의 기관이나 고액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수천억원대의 자금을 모은다. 이들은 보통 기업을 인수합병(M&A)한 뒤 나중에 비싼 값에 되파는 방식으로 높은 수익을 낸다.

최근 외환은행 매각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론스타가 대표적인 PEF다.

뉴브리지나 칼라일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에 비해 뮤추얼펀드는 대부분 자금을 공개적으로 모집한다. 투자도 대부분 공개된 주식이 주 대상이다. 상장된 기업의 지분을 매입한 후 주가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매도해 투자 수익을 올린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이름이 익숙한 캐피털그룹이나 템플턴 피델리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뮤추얼펀드는 국내 증시의 '5%룰'(5% 이상 지분 취득시 5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는 제도)에 따라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나 '경영참여' 둘 중 하나로 밝혀야 하지만,목적이 무엇이든 직접 M&A보다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린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외국인은 장기투자자?

외국인은 주로 장기투자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펀드는 모두 8448개에 이른다.

물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장기 투자하는 롱텀(long-term) 펀드들.한국 증시와 기업들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믿고 돈을 오랜 기간 묻어두겠다는 전략으로 들어왔다. 뮤추얼펀드인 캐피털그룹이나 템플턴 피델리티 등이 그런 사례다.

그러나 롱텀펀드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 세계 주식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펀드들의 숫자가 급증하면서 수익률 경쟁이 치열해지자 투자행태가 갈수록 단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도 일반 뮤추얼펀드 수익률이 저조해지자 연기금과 같은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까지 단기 투자 성향의 사모 헤지펀드들에 돈을 맡기려는 풍조가 강해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유가증권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외국계 펀드 중 4분의 1 이상이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펀드로 추정된다.

이들 펀드는 단기간에 대규모 물량을 사들이며 주가를 띄운 뒤 곧바로 팔아 차익을 챙기는 '치고 빠지기'식 투자를 즐겨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주범으로 지적된다.

◆외국인 자금흐름 어떻게 아나

국내 증시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한 외국인의 자금흐름을 알지 않고서는 주식투자에서 성공하기 힘든 시대가 돼버렸다.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의 경우 외국인 자금흐름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우선 매일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 실리는 외국인 순매매 내역을 참고하자.그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주로 어떤 종목을 얼마만큼 사고 팔았는지가 자세하게 나온다.

외국인 매매 내역은 주간·월간단위로도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외국인의 자금흐름을 국제적인 시각에서 보려면 '한국 관련 해외펀드'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

AMG데이터(www.amgdata.com)에는 매주간 전 세계 주요 펀드들의 자금 유출입 현황이 실린다.

이 가운데 한국관련 해외펀드로는 '글로벌 이머징 마켓펀드(GEM)'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펀드(Asia ex Japan)'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한국 관련 해외펀드라고 해서 모두 한국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한국 관련 해외펀드란 한국 증시를 투자 대상의 일부로 편입한 해외펀드로,이 펀드로 돈이 들어오면 그 중 일부가 한국으로 투자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가령 4월 마지막주(4월24∼28일) 한국 관련 해외펀드로는 모두 30억6600만달러가 유입됐으나 이 가운데 한국 증시에 투자된 돈은 4억1800만달러에 머물렀다.

한국 관련 해외펀드 추이는 매주 토요일자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 실린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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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 트레이드' 란]

외국인 자금흐름과 밀접한 용어 중 하나가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도 외국인 자금을 분석하는 기사 중 캐리 트레이드란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캐리 트레이드란 투자자가 저금리 국가에서 돈을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나라의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거래를 말한다.

투자대상국의 수익률이 통화 가치를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을 경우 금리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차입통화에 따라 △달러 캐리 △엔 캐리 등으로 구별된다.

과거 몇 년간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시장 증시에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도 미국과 일본의 저금리를 배경으로 한 캐리 자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들 캐리 자금은 주로 단기차익을 노리는 매크로 헤지펀드들에 의해 움직이며 금리와 환율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투자 대상국 증시를 뒤흔들기도 한다.

실제 최근 들어 미국 유럽 등이 잇따라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캐리 자금 청산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제로금리를 포기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엔화 약세와 저금리를 배경으로 낮은 금리의 엔화자금을 조달해 신흥시장에 투자됐던 엔 캐리 자금들이 대거 주식과 채권 등을 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