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4월25일 대일(對日) 특별 담화를 통해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독도 문제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더불어 한·일 양국의 과거사 청산과 역사인식,자주독립의 역사와 주권수호 차원에서 정면으로 다뤄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조용한 외교'를 독도관리의 기본 정책으로 삼았던 정부가 일본의 수로측량 시도를 계기로 태도를 180도 바꾼 셈이다.

○'조용한 외교' VS '적극적 외교'

"시마네 현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의 날'을 제정한 것은 정말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그렇게 해야 먼 도서지역에서 어업을 하는 어민들에게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지역 의원들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방조하는 것도 예산 및 지방선거의 재선과 관련이 깊습니다.

한국의 과잉 대응으로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홍보비는 280만엔에서 천문학적 액수로 뛰었습니다.

한국이 시마네 현을 도와준 셈입니다.

독도와 관련,부적절한 발언을 했던 주한 대사 역시 수혜를 입었습니다.

현재 그는 한국 대사보다 요직인 독일 대사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는 독도 발언에 대한 한국 국민의 반응이 컸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일본의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며 한국을 자극하는 사건이 있은 후 박춘호 사이버독도해양청장은 일본의 움직임을 이같이 분석했다.

박 청장은 "한국이 과잉 대응을 하면 이득을 보는 것은 일본뿐"이라며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생각한 외국인들마저 '한국이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은 뒤가 켕기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케시마의날 사건에 대한 박 청장의 발언을 보면 한국 정부가 독도와 관련해 '조용한 외교'를 펼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실효적으로 섬을 지배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 분쟁에서 이겨도 득이 될 것이 없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배하지 못하고 있는 쪽은 가급적 분쟁을 유발시킬수록 유리하다.

조금이라도 영토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 그 자체가 업적이 된다.

실효적으로 섬을 지배하는 국가와는 반대로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국제적으로 분쟁지역에서 실효적 영유권을 가진 나라가 요란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드문 것도 이러한 규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용한 외교는 일본의 움직임이 일정 수위 이하일 때만 효력을 발휘하는 한계가 있다. 대통령이 독도 정책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말한 것도 '일본의 주장이 도를 지나쳤으며 이미 국제적으로 분쟁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용한 외교를 펼칠 경우 한국이 일본에 굴복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독도 관련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시작될 일본과의 배타적경제수역(EEZ,뭍으로부터 200해리) 협상에서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적극적 외교'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보수파,"독도는 중국 견제 위한 교두보"

일본이 한·일 관계를 '벼랑 끝 상황'으로 몰아넣는 의도는 무엇일까.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 등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독도 인근 해저 지명을 한국 명칭으로 변경하려는 데 대한 대응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한국 정부도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지속적 침탈 기도를 어업이나 지하자원 확보 같은 경제적 시각에서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한국 정부가 독도 인근 해역에서 해저 지명 변경을 위해 해저지형을 탐사한 것은 1996~2000년이다.

문제를 제기하려면 그때 했어야지 탐사 이후 6년이나 지난 지금 제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른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에서 독도 문제는 러시아와 분쟁 중인 북방 영토,중국과 갈등을 빚는 센카쿠(댜오위다오) 등 다른 갈등 지역에 비해 관심사에서 한참 뒤처졌다.

그런 독도 문제를 불과 1년 만에 러시아와 분쟁 중인 북방영토,센카쿠 수준으로 격상시킨 것은 일본 보수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상당 부분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미·일 동맹이 느슨해지고 있는 와중에 한국이 반일 친중 국가가 되면 일본의 안보 최전선은 독도가 된다.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한 일본 보수파들이 국제정세를 일본에 유리하게 돌리기 위해 독도 영유권을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해양수산부의 관계자는 "섬나라 일본은 지정학적 위치상 지진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고 고립에 대한 공포도 적지 않다"며 "일본의 정치권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이 같은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독도에 대해 무리한 주장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