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換率(원·달러 환율)이 연일 下落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달러당 10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은 연초부터 급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940원대까지 墜落했다.

불과 4개월 만에 무려 60원 가까이 하락했다.

○환율이 떨어지면

환율이 이처럼 떨어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전에는 1달러를 바꾸려면 1000원을 주어야 했지만 지금은 940원만 주면 바꿀 수 있게 됐다.

우리가 해외 여행을 할 때는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하는데 이때 환율이 떨어진 만큼 원화를 적게 주어도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아진 것이다.

해외에 나가있는 자녀에게 돈을 보내주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도 환율이 떨어진 만큼 돈을 적게 부쳐도 좋으니 이익이 된다.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해 한국에서 파는 수입업자도 그만큼 이익을 본다.

수입업자는 국제시장에서 1달러짜리 물건을 사올 때 전에는 우리 돈 1000원을 주어야 했지만 이제는 940원을 주면 된다.

그만큼 국내 판매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물건을 사서 쓰는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해외에서 부품을 사들여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도 같은 이유로 이익이 된다.

이런 효과를 종합하면 물가 하락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수출하는 기업은 절대 불리하다.

1달러짜리 물건을 만들어 해외에 팔아야 하는 기업은 전에는 1000원을 받았지만 이제 940원밖에 받지 못한다.

만일 이 상품을 만드는 데 원가가 950원이 든다면 전에는 1달러에 50원이 남았지만 이제는 10원씩 손해를 본다.

바로 이 때문에 환율 하락이 수출을 많이 해야 하는 우리나라에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수출을 중단해야 할 지경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대기업들도 연초에 세웠던 올해 사업계획을 전면 修正하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로 환율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환율 왜 떨어지나

환율은 기본적으로 두 나라 通貨 간의 교환 비율이다.

환율은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달러화에 대한 需要와 供給에 따라서 결정된다.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고,달러화에 대한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하락한다.

이렇게 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려는 세력(수요)보다 달러를 팔려는 세력(공급)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수출이 사상 유례없는 호조를 보인 덕에 막대한 규모의 경상수지 黑字를 내왔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달러가 흔해져서 가격이 떨어지고 달러가 떨어진 만큼 원화의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달러 약세도 한몫

원화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달러가 떨어지고 있다.

달러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달러화 약세(환율 하락)를 유도함으로써 자기 나라의 수출을 늘리려고 한다.

그 결과 미국 달러화는 2004년을 전후해 약세로 轉換하기 시작했고,국제금융시장의 전문가들은 이를 본격적인 '약 달러 시대'의 서막으로 이해했다.

더구나 최근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달러화 가치가 더 하락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採擇했다.

그러자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또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데는 이 같은 국제금융시장의 기조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위안화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원화를 강세로(환율은 떨어지는) 밀어가고 있다.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도 덩달아 강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책은 어떻게

위에서 살펴본 대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원·달러 환율 하락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출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즉 한국은 수입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환율 하락으로 인한 '得'보다 '失'이 더 많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급락할 때마다 "정부가 나서서 적정 수준의 환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진다.

2004년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는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원·달러 환율을 떠받쳐 왔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환율을 浮揚하는 정책은 오래 가기 힘들다.

각종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외환당국은 지난해부터 해외 부동산 취득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달러화가 해외로 다시 많이 빠져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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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읽기

·換率(환율) ·下落(하락) ·墜落(추락) ·修正(수정)
·通貨(통화) ·需要(수요) ·供給(공급) ·優勢(우세)
·黑字(흑자) ·交易(교역) ·流入(유입) ·路線(노선)
·轉換(전환) ·終結(종결) ·採擇(채택) ·得失(득실) ·浮揚(부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