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관계가 있지만 어느 것이 원인이고 어느 것이 결과인지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원인과 결과가 시간에 따라 뒤바뀌기도 하고,양쪽이 동시에 원인이면서 결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광고와 매출액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흔히 사람들은 광고를 많이 하면 매출액이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 변수는 서로 상호작용을 해 원인도 되고 결과도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현실에 가깝다.

즉 광고가 매출액을 늘리면 다시 매출액 증가로 인해 광고비를 더 지출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광고를 더 하게 된다.

광고를 더 하게 되면 매출액도 다시 늘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광고가 매출액 증가의 원인일 수 있지만 나중에는 매출액 증가가 광고 증가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개인소득과 개인이 보유한 주식 수와는 상관관계가 있다. 이 상관관계도 서로 원인과 결과가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즉 소득이 많을수록 주식을 많이 사게 되지만 주식을 많이 사면 다시 배당 등으로 소득이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호 작용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므로 소득이나 주식보유 수는 모두 원인도 되고 결과도 되는 것이다.

남태평양에 있는 뉴 헤브리디스(New Hebrides) 섬 주민들은 몸의 이가 건강의 원인이라고 믿고,건강하려면 이를 몸에 많이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이가 있지만 환자에게는 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과거 수세기에 걸친 경험과 관찰을 토대로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판명된 바에 따르면 이 섬에는 이가 득실거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에 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가 옮기는 열병에 걸리게 되면 체온이 올라가서 이가 살기 어려운 조건이 되므로 이가 환자의 몸에서 달아나는 것이었다. 즉 건강하면 이가 꼬이고,이는 열병을 옮기고,열병은 이를 쫓아내고,이가 없어지면 열병이 낫고,건강해지면 다시 이가 꼬이는 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므로 원인과 결과는 뒤죽박죽으로 뒤엉키는 것이다.

뉴 헤브리디스섬 주민들처럼 불충분한 정보를 갖고 잘못된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일이 우리 생활 속에서 종종 일어난다. 심지어는 전문성이 있는 학술연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명확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더라도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것은 이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두 변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더라도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상관관계로부터 상식과 동떨어진 원인추정을 하기 쉽다. 실제로는 다른 요인이 원인이 되고 상관이 있는 두 변수는 단지 결과로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교회 수가 늘어나면 범죄 발생률이 증가한다. 그렇다면 교회가 범죄증가의 원인이 된다는 말인가? 진짜 원인은 인구 증가에 있는 것이다. 인구가 늘어나면 교회도 많아지고 범죄도 증가하는 것이다.

라인강변에 있는 프랑스 도시 스트라스부르그(Strasburg)에서는 황새의 둥지 수와 출생률 간에는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이 상관관계가 '황새가 어린아이를 물어온다'는 옛 전설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인구가 증가하면 출생률도 늘어나고,또 주택이 증가하므로 황새가 둥지를 틀 곳도 늘어나는 것뿐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장로교 목사 월급과 쿠바 하바나의 럼(rum)주 가격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목사들이 술 무역을 해서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거의 모든 물가와 월급이 올라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냉장고 보급률과 위암환자 수도 큰 상관관계가 있다. 냉장고에서 보관된 음식을 먹는 것이 위암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어리석은 일이다. 소득이 늘어 냉장고 보급도 확대되고 평균수명도 높아지며 의료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당국에 보고되는 위암환자 수는 증가하는 것이다. 즉 '시간의 흐름'이라는 제3의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한 의학논문에서 우유를 마시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놀라운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우유가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미국 동북부와 중부 남부의 여러 주,그리고 스위스에서는 암이 놀랄 만큼 자주 발생하는데 우유를 마시지 않는 스리랑카에서는 암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논문의 근거자료였다. 또한 우유를 많이 마시는 영국 여자들이 거의 마시지 않는 일본 여자들보다 18배나 더 많이 암에 걸린다는 사실이 증거로 추가됐다. 그러나 조금만 파헤쳐 보면 이런 결과를 다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암이란 주로 중년 이후가 되면 걸리기 쉬운 병이다 그런데 처음에 예를 든 미국의 여러 주나 스위스는 평균수명이 길어 노년층이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또한 조사 당시 영국 여자들의 평균수명은 일본 여자들보다 12년이나 길었던 것이다. 평균수명이 길면 당연히 암에 걸리는 사람 수가 많아지는 것이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명백히 나타내는 경우에도 그것을 해석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즉 흡연이 폐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사실을 너무 단순화해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흡연이 폐암발생의 유일한 원인인 것처럼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폐암환자 중에는 흡연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15%나 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폐암에는 여러 가지 다른 중요한 원인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암협회 대변인이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는 담배소비 감소와 관계가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는 금연이 폐암으로 인한 사망감소의 유일한 원인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담배소비감소 이외에도 다른 중요한 원인들이 폐암으로 인한 사망감소에 작용한 것이다. 공장의 공기오염물질 배출 규제,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공기여과기를 이용한 사무실과 집에서의 공기정화,건강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정기적인 건강진단으로 인한 폐암 조기 발견,폐암 치료방법 발달 등도 폐암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데 한몫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성급한 단순화의 오류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용 전'과 '사용 후'의 사진을 보여주는 광고일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흔히 등장하는 비만치료에 대한 광고에는 사용 전의 뚱뚱한 모습과 사용 후의 날렵한 모습이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두 사진의 인물이 동일한 사람인지는 확인하기도 어렵고 대부분의 경우 사용 전 사진은 흐리게 나온다. 또한 이런 변화의 유일한 원인이 바로 특정한 치료제(치료방법)라고 주장한다. 사진에 등장한 사람이 이 치료제 외에도 살을 빼기 위해 동시에 행했던 여러 가지 노력(식사조절,운동 등)의 공(功)까지 모두 특정한 치료제(치료방법)가 차지한다.

이러한 왜곡적인 주장은 광고뿐 아니라 정치인의 주장이나 사람들 간 대화 속에서도 흔히 나타나므로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jhkim@knd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