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년에서 배우는 과목을 미리 공부하는 이른바 아너(Honour) 클래스 4년 연속 A,학교 신문 편집장,수차례 피아노 경연대회 참가,수학능력시험(SAT) 2400점 만점에 2200점.' 미국 메인주 폴머스 고등학교 12학년(고 3)인 윌 메이슨의 성적표다.

3∼4년 전이라면 미국 아이비리그(동부 사립명문대학)에 충분히 합격했을 법하지만 그는 올해 컬럼비아 대학 대기자 명단에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미국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 진학을 원하는 미 고교 졸업생 수가 증가한 데다 이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져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입학 경쟁률이 크게 치솟았다.

아이비리그 입학 문턱이 높아지는 것은 중국 인도와 함께 아시아계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이 아이비리그 입학생을 계속 늘려가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이비리그 경쟁률 치솟아

예일대는 올해 가을학기 입학 지원자 2만1099명 가운데 8.6%만 합격시켰다.

합격률은 역대 최저다.

경쟁률로 치면 11.6 대 1이다.

다른 아이비리그 명문대도 사정이 비슷해서 컬럼비아대가 9.6%로 한자릿수 합격률을 보였다.

MIT대와 브라운대의 합격률도 각각 13%와 13.8%에 그쳤다.

아이비리그에 버금가는 스탠퍼드대도 11%에 그쳤다.

18년 동안 대학 진학에 대한 자문업을 하고 있는 스티브 굿맨은 "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학생들에겐 올해가 가장 힘든 해"라며 "3∼4년 전만 해도 아이비리그에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줄줄이 낙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학 어려워진 이유

아이비리그 합격문이 좁아진 것은 우선 고교 졸업생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전미 대입 카운슬러협회(NACAC)에 따르면 미국 고교 졸업생 수가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65%가 대학 진학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입 지원자들이 여러 대학에 복수지원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도 합격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대학 입시 절차를 간소화시킨 '공통 지원(common application)제도'가 많은 대학으로 확산되면서 지원자들은 7장짜리 지원서를 작성해 이를 공통 지원제도를 채택한 대학들에 이메일로 발송하고 있다.

'한 해 5만달러(약 5000만원)를 들여서라도 하버드대나 프린스턴대 같은 명문대에 진학하겠다'는 학생들의 명문대 선호 현상이 심화된 것도 아이비리그를 향한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아이비리그를 나올 경우 다른 대학 졸업자보다 훨씬 더 많은 보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만달러 정도는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재력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가 늘어난 것도 경쟁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계 입학 동향

아이비리그에선 아시아계 돌풍이 거세다.

대학입시 컨설팅 회사인 아이비석세스에 따르면 지난해 하버드대 입학생의 18%가 한국 중국 인도 등 아시아계 학생이었다.

2004년 또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한 아시아계 비중은 펜실베이니아대가 23%에 달했고 컬럼비아대(16%) 예일대(14%) 프린스턴대(13%) 등도 15% 안팎을 기록했다.

스탠퍼드대 24%,버클리 캘리포니아대 47% 등 아이비리그 대학이 아닌 명문대학의 아시아계 비율은 오히려 더 높았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연령대 중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4%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이런 진학률은 거의 '기록'에 가깝다.

한국 학생들의 미 명문대 진학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원외고는 지난해 49명이던 해외 대학 입학자 수가 올해 59명으로 늘었고 민족사관고는 26명에서 49명으로 불어났다.

이 학생들의 대부분은 미국 유명 대학에 진학했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longrun@hankyung.com

--------------------------------------------------------------

[ '아이비리그' 란? ]

아이비리그(Ivy League)는 미국 동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학을 일컫는 말이다.

브라운(Brown) 컬럼비아(Columbia) 코넬(Cornell) 다트머스(Dartmouth) 하버드(Harvard)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프린스턴(Princeton) 예일(Yale)대학 등이다.

이들 대학에 담쟁이덩굴(Ivy)로 덮인 건물이 많은 데서 이 명칭이 생겼다.

아이비리그는 1946년 대학 간 스포츠 경기 리그의 명칭으로 사용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뉴욕만 시내(컬럼비아대)와 주(코넬대)에 하나씩 두 개의 대학이 포함돼 있고 나머지는 1개주 1대학이 원칙이다.

MIT가 아이비리그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하버드와 같은 주(매사추세츠)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비리그 8개 대학에 MIT와 스탠퍼드 대학을 합친 '아이비 플러스(+)리그'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아이비리그에서 아시아계가 두각을 나타내기 전에는 유대인이 이름을 떨쳤다.

유대인은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아이비리그 입학생의 약 20%를 차지해왔다.

유대인들은 미국 엘리트 진입 통로인 아이비리그 진학을 통해 미국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뉴욕과 워싱턴 대형 로펌(법률회사) 변호사의 40%가 유대인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신입생을 선발할 때 학업 성적을 우선 고려하지만 각종 과외활동과 개인의 경험 및 수상경력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자기소개서인 '에세이'를 통해 학생의 잠재력과 학업에 대한 열의 등을 평가하는데,잠재력을 중시하는 아이비리그에선 에세이 평가비중이 상당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