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논술 광풍이 불고 있다.

내신과 수능으로 변별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대학들이 해가 갈수록 논술고사 시행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수능,내신,대학별고사를 한꺼번에 준비해야 하는 굉장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간다는 교육부의 말은 오간데 없고,수험생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닥쳐있다.

이 중에서 수험생들의 가장 큰 부담은 대학별 논술고사다.

논술고사 시행이 오래되지 않은 데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논술 학원이라는 곳을 가도 기껏 배우는 것은 방대한 양의 배경지식과 정형화된 글의 틀뿐이다.

그렇다고 학교 교육을 통해 창의성을 배양시키기란 바늘구멍에 낙타가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내신과 수능공부 시키기도 바쁜 데 언제 한가로이 앉아 토론 '따위'를 할 수 있겠는가?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사회는 어려서부터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무척 버릇없는 행동으로 여겼다.

어른들은 "말대꾸를 한다"며 꾸짖었고,그저 순종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워왔다.

우리는 토론을 거쳐 절충안을 내놓는 과정보다 윗사람이 시키면 그저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여겨왔다.

이러한 문화와 교육환경에 익숙한 수험생들이 어떻게 대학에서 요구하는 '창의성'을 발휘해 논술문을 작성하겠는가? 결국 대입 논술에 유리한 학생은 우리나라의 문화적,윤리적 문제아인 것이다.

배우지도 않은 것을 평가받아야 하는 학생들은 논술 얘기만 들으면 머리 속이 캄캄한 정신적 공황상태로 빠져들고,이런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노린 달변의 논술 교사들과 업체만 신이 났다.

변별력을 갖춘 평가도 중요하고,창의적인 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인재를 평가하기 앞서 그 평가에 알맞은 교육을 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인재를 뽑는 기준보다 인재를 교육하는 적절한 과정 수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정민 생글기자(강원 춘천고 3년) puhaha2000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