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장.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5000m 계주에서 경기 막판 미국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태극기를 들고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던 대표선수들이 한가운데에 모여 코치에게 큰절을 올리는 모습이 TV를 통해 전 세계로 전해졌다.
속시원한 승리를 따낸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갈채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장면을 자세히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절을 하는 남자 쇼트트랙 선수는 후보선수까지 포함해 5명이어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4명의 선수밖에 보이지 않았다.
막판 대역전극의 주인공이자 3관왕에 오르게 된 그날의 히어로 안현수 선수가 빠져 있었던 것.안현수는 다른 4명의 선수가 코치에게 절하는 모습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볼 뿐이었다.
'파벌'이 달라 남자 대표팀 코치와는 같이 훈련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함께 힘을 합쳐 금메달을 따낸 순간조차 서로 기쁨을 나누지 못하는 이 장면은 쇼트트랙 팀원들 사이의 파벌 갈등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대표선수 선발을 놓고 벌이는 파벌 간의 힘겨루기는 오로지 경기력 향상에만 집중해야 할 어린 선수들에게 깊은 혼란과 마음의 상처를 주고 있다.
이런 문제는 비단 빙상계의 얘기만은 아니다.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