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에 속한 이들이 세금을 안 내는 것은 당연하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지하'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하가 아닌 '지상경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도 세금을 안 내는 이가 많다.
우선 면세점 이하의 소득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면세점은 국가가 기초생활에 꼭 필요하다고 인정한 소득수준 이하라고 판단하는 소득 지점이다.
이 소득 수준 이하에 있는 사람에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절반가량이 면세점 미달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고,소위 '유리지갑'으로 알려진 월급쟁이도 절반가량은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면세점 이상의 소득을 벌지만 그 이하라고 신고해 세금을 면제받거나 줄이는 사람도 많다.
이를 소득 탈루라고 한다.
대부분의 탈루는 고소득 자영업자에게서 나타난다.
정부는 자영업자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공평 과세'를 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왔으며 2005년부터는 현금영수증 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면세점 미달로 세금 안 내는 이가 절반
현재 면세점은 4인 가족 기준으로 근로자 1582만원,자영업자 508만원이다.
여기에 각종 세금 공제제도 등이 적용되면 실제로 세금을 내는 소득 분기점은 20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는 분석도 있다.
2004년을 기준으로 볼 때 근로소득세 부과대상인 근로자는 모두 1162만4000명이었지만 이 중 실제 세금을 낸 사람은 53.9%인 626만8000명에 불과했다.
즉 535만6000명은 아예 세금을 내지 않았다.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들이 내는 종합소득세를 보면 총 납세의무자는 436만3000명에 달하지만 이 중 실제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은 52.5%인 229만2000명이고 207만1000명은 과세 미달이다.
이렇게 임금근로자의 46.1%,자영업자의 48.8%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되면서 면세점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면세점이 이렇게 높아진 것은 역대 정부가 선거 때마다 인기를 얻기 위해 면세점을 계속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 1995년 68.8%였던 과세자 비율은 10년 새 50%대로 줄었다.
현재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은 소득세를 면제받는 저소득층이 납세 인구의 20~30% 선에 그친다.
이렇게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많다 보니 상위 소득자들의 세금 부담이 무거워지고 있다.
근로소득세는 연간 과세표준 4000만원을 초과하는 10%가 세금 전체의 78.5%를 부담하고 있다.
◆정부,면세점 점차 낮출 방침
정부는 현재 과세 대상을 넓히고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여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방안은 하반기에 발표할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에서 구체적으로 확정된다.
정부는 우선 전체 근로자의 53.9%에 불과한 과세자 비율을 앞으로 10~20년 동안 선진국 수준인 70~80%에 버금가도록 높여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4인 가족 기준으로 근로자 1582만원,자영업자 508만원인 면세점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0여년 이상 고정시켜 과세비율을 올리기로 했다.
"면세점을 고정시키면 해마다 소득이 높아지기 때문에 납세자 비율이 자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연간 매출액 2400만~4800만원인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세금계산서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를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수십여종에 이르는 각종 세금감면·비과세 혜택(2004년 기준으로 감면액 약 20조원)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가장 큰 문제는 탈루
지하경제가 아닌 '지상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로 인한 탈세다.
자영업자들은 실제 소득의 절반 정도를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현숙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3월 열린 '200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가구의 소득과 주택자산 분포 분석'에 따르면 국세통계연보상의 2003년 종합소득세 납세인원은 422만명이고 전체 결정세액은 6조2886억원으로 1인당 결정세액은 149만원이다.
그러나 자영업자 가구의 가구주 추정소득(실제소득)을 기초로 한 1인당 결정세액은 357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수치를 근거로 계산하면 자영업자는 추정소득의 54.2%만 과세당국에 신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추정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에서 확인된다.
국세청이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탈세 혐의가 짙은 고소득 자영업자 422명에 대한 표본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이들의 평균 소득탈루율이 57%에 달했다.
즉 이들은 2003~2004년 2년간 5302억원의 소득을 올리고도 2286억원만 신고했다.
특히 웨딩홀·대형 사우나 등을 운영하는 기업형 자영업자는 평균적으로 실제소득의 26%만을 세무당국에 신고하고 있었다.
대신 이들 고소득 자영업자 1인당 평균 재산은 지난 10년 새 2.8배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 여러분! 돈도 많이 벌고 세금도 많이 냅시다.
김현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