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3월31일 A1면

오는 8월부터 재건축 아파트에 개발부담금이 부과돼 개발이익의 최대 50%가 환수된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권 재건축은 사실상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 달 5일부터는 강남권과 분당·일산 등 투기지역에서 6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할 때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주택구입자의 소득을 감안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의 40% 이내로 제한된다.

이렇게 되면 월급생활자들은 은행 대출로 집을 장만하기가 어려워져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8·31 부동산종합대책 후속으로 이 같은 내용의 '3·30 주택시장 합리화 대책'을 발표했다.

3·30 부동산대책에 따르면 전국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일부터 준공(입주) 때까지 집값(공시가격) 상승분에서 개발 비용과 시·군·구별 정상 집값상승률을 뺀 금액의 0~50%를 개발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강황식·이성태 기자 his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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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곧 쓰러질 것 같은 집에서 그대로 계속해서 살라는 말이냐"며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재건축을 막아야 집값이 안정된다"고 강조한다.

양측 모두 일리가 있지만 현실은 재건축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주택건설촉진법'을 2003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바꾸면서 재건축규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는 안전진단 기준부터 까다로워졌다.

종전에는 건물 일부에 금이 가고 녹물이 나오는 정도면 대부분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이제는 건물 구조 자체가 안전하지 못해야 이를 통과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재건축의 경우 건물을 짓고 나서(공사진행 정도 80% 이상) 분양하게 됨으로써 아파트 분양 시기가 2년 이상 연기되고,이로 인해 이자 등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땅 면적 대비 건축물 전체 면적)의 25%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는가 하면 전용 25.7평 이하 주택을 80% 이상 짓도록 규제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재건축 집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개발부담금까지 들고 나왔다.

한마디로 '재건축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재건축은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건축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2년 이후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뛴 데는 재건축이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의 가격이 오르면서 주변의 일반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상승해왔다.

낡은 재건축단지가,그것도 주로 10평형대여서 한 가족이 살기조차 비좁은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은 재건축 이후 30~40평형대의 새 집을 분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는 집을 늘려 가려는 수요자뿐만 아니라 짧은 기간에 집을 다시 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려는 투기꾼이 몰려들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를 마음대로 사고 팔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새로 짓는 집의 크기 등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집값 상승의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집 없는 사람들의 일하려는 의욕을 꺾어버리는가 하면 빈부격차로 인한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과도한 집값 상승은 주식시장이나 금융회사를 통해 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아버리게 된다.

◆재건축 규제 놓고 찬반논쟁 가열

하지만 문제는 집주인들이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 민간사업에 정부가 과연 '감 놔라 배 놔라'할 권한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아파트를 더 높이,더 많이 지을 수 있게 된 것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한도인 용적률 등 관련 건축제한을 완화해주거나 풀어줬기 때문이라며 재건축에 간섭할 권한이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8·31 대책을 우습게 보지 마라.재건축 차익을 전부 환수하겠다"며 칼날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올 하반기 안전진단을 통과하거나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설립하는 단지부터 최고 50%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제를 적용키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 후속조치를 마련했다.

이러한 정부 규제와 관련,재건축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재건축이 어려워지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집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집을 지을 수 있는 빈 땅이 부족해 재건축이 아니면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으로는 뒤돌아서면 가격이 다시 용수철처럼 반등,시장 전체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건축 대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강남에서 분당 용인으로,다시 수도권 전체로 불안증세가 도미노처럼 번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가 극약처방이라도 해야겠다는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과연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개발이익 100% 환수와 같은 발상은 시장경제의 논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재건축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강남지역과 강북 일부 한강변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가격이 들썩거리는 재건축 아파트가 없다.

강남지역의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재건축을 규제하니 풍선효과로 인해 일반아파트 가격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공급 확대가 시장 안정에는 더 긍정적일 수 있다는 얘기이고 보면 수요공급 원리에 충실하는 것 이상의 해법은 없는 것 같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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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8·31 대책=서민주거안정,부동산거래 투명화,투기수요 억제,주택 및 토지공급 확대 등을 위해 정부가 2005년 8월31일 내놓은 부동산안정대책.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과세를 강화하고 1세대 2주택에 대해 실거래가로 과세하며 강남지역의 안정적 주택 수급을 위해 국공유지를 택지지구로 개발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개발이익환수제=대규모 개발 사업을 맡아 시행하는 사업자가 개발에 따라 얻는 땅값 상승분의 일정액을 개발부담금으로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로,재건축 추진 시점부터 준공 때까지의 개발이익 중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물릴 예정이다.

◆토지공개념=토지의 소유와 처분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는 택지소유상한제,토지초과이득세,개발이익환수제 등 세 가지가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