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움직여라. 실수는 나중에 고쳐라."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이자 종합 인터넷 쇼핑몰 업체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42)이 늘 강조하는 행동 철학이다.

그는 1994년 아마존을 창업,당시로선 낯설기만 하던 인터넷을 새로운 쇼핑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인터넷 쇼핑의 개척자'다.

1999년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뽑힌 데 이어 2003,2004년에는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올해 최고의 경영인'으로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연봉 100만달러를 내던지다

1994년 월가(미국 뉴욕의 금융가)에 위치한 투자회사 디이샤우의 수석부사장실.한 젊은이가 메모지에 뭔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이제 막 30세가 된 제프 베조스였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뉴스를 접한 그는 인터넷을 통해 무엇을 판매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중이었다.

'레코드,CD롬,꽃,컴퓨터 소프트웨어,책…책이라…." 갑자기 머리 속이 번쩍하면서 메모지에 상품 이름을 적던 그의 손이 멈췄다.

30분 뒤 그는 사표를 쓰고 연봉 100만달러짜리 직장을 떠났다.

그 길로 집으로 간 그는 부인과 함께 이삿짐을 쌌다.

아내가 차를 모는 동안 그는 뒷좌석에서 노트북으로 사업계획서를 짰다.

차가 멈춘 곳은 시애틀.교외에 집을 빌린 그는 창고에서 '커대브러'(Cadabra.com)라는 인터넷 기업을 차렸다.

프로그래머 4명과 함께 중고 가구를 고쳐 만든 책상에서 밤낮으로 개발에 매달렸다.

한편으론 디이샤우 시절에 사귄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 자금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능력을 믿었던 지인들은 선뜻 200만달러를 모아줬다.

3개월쯤 후 그는 인터넷을 통해 책을 파는 기업을 출범시켰다.

출범 직후 회사 간판도 아마존으로 바꿔 달았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 서점은 이렇게 탄생했다.

아마존은 이후 급성장을 거듭,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세계 최대 서점으로 자리를 굳혔고 판매품목도 CD 비디오 의류 액세서리 등으로 확대했다.

최근에는 블루오리진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우주 여행 등 우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03년에는 창사 후 처음으로 흑자를 냈고 2004년에는 69억달러의 매출에 5억88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매출 규모는 오프라인 최대 서점인 반스앤노블(2004년 매출은 48억달러)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베조스 회장도 갑부가 됐다.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48억달러(2005년 기준)에 달한다.

◆소문난 '짠돌이 경영'

아마존이 세계적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했고 그 자신도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지만 베조스 회장은 '짠돌이 경영'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는 창업 초기 직원을 채용하면 직접 헌 문짝과 각목으로 직원들의 책상을 만들어줬다.

아마존 직원들은 지금도 그때와 같은 형태의 책상을 쓰고 있으며 베조스 회장 자신도 여전히 직원들과 같은 책상을 쓴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직접 만들지 않고 목공소에 주문하고 있지만….

이 같은 구두쇠 경영은 아마존이 오랜 기간 적자를 면치 못한 데 따른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소비자가 왕'이라는 베조스 회장의 경영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는 "(허름한) 책상은 근검 절약의 상징으로 아마존이 고객을 위해서만 돈을 지출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매우 빡빡한 근무 태도를 요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마존에서 연장근무는 일상사다.

복장에 대한 간섭도 별로 없어 언뜻보기엔 느슨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유·무형의 압력은 어느 회사보다 강한 편이다.

한번은 스톡옵션으로 백만장자가 된 직원들이 주가 움직임에 신경을 쓰는 것을 두고 "월스트리트는 잊어버려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중 누구도 당장 내일의 주가를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앞으로 5년 뒤의 주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5년 뒤를 위해 무엇을 할지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보안에 대한 집착도 유달리 강하다.

직원들에게는 기자들의 사소한 질문에도 절대로 대답하면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려놓고 있다.

판매량이나 베스트셀러 순위 같은 '1급 정보'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직원 수조차 밝히는 것을 꺼리고 있다.

조금이라도 라이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새 나가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