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통계] 41. 67퍼센트를 조심하라

실제 사례를 들어 보자.미국에는 3000여개의 대학이 있는 데 거의 모든 대학이 남녀공학이다.


20~30년 전부터 남자 혹은 여자대학이 성차별을 금지하는 추세에 따라 남녀공학으로 바꾸어 왔다.


전통이 오래된 남자대학에서는 동창회를 중심으로 여성의 입학을 강하게 반대했다.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대학에서도 논란 끝에 여성 입학을 허용했는 데 반대하는 쪽에서는 여학생의 33.3%가 교수와 결혼을 했다고 그 단점을 강조했다.


여학생의 33.3%가 교수와 결혼을 했다면 대단한 뉴스 같지만 실제로는 처음으로 입학한 세 명의 여학생 중 한 명이 교수와 결혼한 것이었다.


치안 예산을 올리고 싶은 어느 시골마을의 경찰 관리는 살인사건이 지난 한 해 동안 67% 증가했다고 근거를 댄다.


살인사건이 67%나 증가했다면 그 마을에 강력범죄가 극성을 부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살인사건이 3건에서 5건으로 증가한 것 뿐일 수도 있다. [(5-3)/3=0.67]


적은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퍼센트란 사람들을 오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퍼센트를 대할 때는 퍼센트가 계산된 실제숫자를 알려고 해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만일 실제숫자를 밝히지 않는다면 퍼센트로 속일 의사가 있다고 보아도 된다.


속일 의사가 없다면 퍼센트의 근거가 되는 숫자를 굳이 감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건강기구나 영양제,비만치료제등에 관한 광고를 보면 80% 내지 90%의 환자가 치료된다고 선전을 하지만,퍼센트 계산의 근거가 되는 숫자를 밝힌 경우는 거의 없다.


책을 읽다가도 아래와 같은 글을 대하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글쓴이는 일본 부부와 우리나라의 부부가 너무 대조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주로 40대 후반의 일본여성들에게 죽은 뒤 남편과 함께 묻히고 싶냐는 질문을 던진 결과 67%가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


정에 얽혀 내내 부부싸움을 되풀이하면서도 죽을 때는 당연히 부부라면 함께 묻히는 우리나라 부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윤여옥,일본은 없다,지식공작소,1994,193쪽)


글쓴이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전에 67%가 계산된 근거를 생각하게 된다.


3명 중 2명이 그렇게 대답했어도 67%이고,1000명 중 670명이 그렇게 대답했어도 67%이지만 글쓴이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은 후자가 훨씬 높다.


퍼센트를 제시할 때 굳이 근거가 되는 숫자를 숨길 의도가 없다면 읽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도 근거도 함께 나타내야 한다.


67%는 3명 중 2명만,6명 중 4명만 원하는 대로 응답을 하면 되기 때문에 자주 인용된다.


표본수가 적은 표본에서 이 정도는 우연에 의해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결과다.


심지어 67%가 될 수 있도록 표본을 선택하기도 한다.


로버트 후크(Robert Hooke)는 다음과 같이 "67%를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조사한 의사 중 67%가 X라는 치료제를 추천했다"라는 말은 의심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만일 X치료제의 제조회사가 3명의 의사를 조사해서 2명의 의사로부터 원하는 답을 얻었기 때문에 조사를 거기에서 그친다면 67%라는 숫자를 인용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 답을 이미 얻었을 때 구태여 돈을 더 들여 신뢰성이 있는 조사를 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조사대상의 크기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67%'에 대해서 '3명을 조사한 결과'라고 의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퍼센트에서 불필요하게 %에서 소수점 이하를 쓰는 경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광고비 비중이 11%라고 하는 것이 11.34%라고 하는 것보다 상대적인 크기가 명확하게 전달되므로 이런 경우에는 굳이 소수점 이하를 쓸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23.17% 혹은 15.35% 등은 상대적인 크기는 고사하고 읽기에도 불편한 숫자다.


그런데 가끔씩 이렇게 소수점 이하 두 자리까지 퍼센트를 표시하는 사람이 있다.


왜 일까?


소수점은 수학적,논리적이고 따라서 정확하다는 인상을 준다.


퍼센트에서 소수점을 쓰는 이유는 이러한 소수점이 갖는 정확하다는 인상을 이용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다.


말싸움에서 이기기 위해,혹은 자기주장을 설득력 있게 보이려고 소수점 이하 두 자리까지의 퍼센트를 사용하면 상대방은 그 신빙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 권위에 입을 다물게 된다.


그러나 퍼센트를 사용하는 이유는 간단하고 비교가 쉽기 때문이며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퍼센트를 나타내는 것은 읽기도 성가시고 원래의 퍼센트 사용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퍼센트의 표시는 소수점 이하는 반올림해서 사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예를 들어 기준이 커서 소수점 이하 한 자리도 큰 의미를 갖거나(국가예산의 13.5%,전체 수출액의 10.2% 등) 실업률,물가상승률 등과 같이 소수점 이하 한 자리도 중요할 때에만 퍼센트에 소수점 이하 한 자리를 사용할 수 있다.


소수점 한 자리까지 발표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을 굳이 소수점을 덧붙인 숫자들을 신문을 펼치기만 해도 쉽게 대할 수 있다.


어느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39.7%,반대가 27.4% 그리고 무응답이 32.9%라고 말하는 것보다 찬성이 40%,반대가 27% 그리고 무응답이 33%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명확하게 전달된다.


지난주의 사례에서 언급한 뉴스위크지의 기사에서 모택동이 정부관리의 임금을 300% 삭감했다고 해 망신을 당한 편집자는 나중에 300%가 아니라 66.67%라고 정정을 했는 데 그냥 67%라고 정정을 해도 무난한 것을 이번에는 정말로 정확한 숫자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소수점 이하 둘째 자리까지 퍼센트를 발표했다.


솥뚜껑보고 놀라는 격이다.


소수점을 굳이 사용한 퍼센트,특히 둘째 자리까지 표시된 퍼센트는 정확하다는 인상을 강요해 그 권위에 입 다물게 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오스트리아 재무부의 공식출판물에는 1951년도 살즈부르그 지역(Salzburg Province)의 인구가 오스트리아 전체 인구의 4.719303%라고 발표된 적이 있다.


소수점 6자리까지의 정확한 퍼센트를 발표하는 것은 이 수치가 엉터리로 만들어 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김진호 교수 jhkim@kndu.ac.kr


[ 약력 ]


△서울대 경영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전)KBS 선거예측조사 자문위원


△(현)국방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