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2006년 3월 15일자 A39면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서 양극화가 우리경제의 심각한 문제로 제기됨으로써 양극화가 올해의 중심 화두가 되고 있다.
양극화 해결의 핵심은 일자리 만들기에 있고,그 해법으로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증세도 제시되었다.
일부에서 양극화가 아니라 '빈곤화'나 '중산층의 몰락'이 문제라는 반론도 있지만 문제제기와 해법의 제시는 대체로 수긍이 간다고 하겠다.
경제적 양극화는 기업 간의 양극화,지역 간의 양극화,세대 간의 양극화,계층 간의 양극화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이러한 양극화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과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따른 불가피한 하나의 추세(trend)라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인류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후 세 번째로 맞은 디지털혁명(digital revolution)의 결과이기도 하고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디지털혁명은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global village)으로 연결시켜 승자가 독식(winner-take-all)하는 무한경쟁과 함께 중간계층이 배제되는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빌 게이츠나 손정의 같은 청년 백만장자를 탄생시킴과 동시에 중간층이 파괴됨으로써 양극화 현상을 배태하게 된 것이다.
지금 논의의 중심에 있는 소득의 양극화를 지니계수로 보면 0.3정도,5분위 배율로 보면 5정도로서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미국을 보면 소득의 지니계수는 0.4 정도이고,5분위 배율은 14 정도로 우리보다 훨씬 불평등하다.
문제는 우리의 경우 양극화의 정도가 점차 심화된다는 데 있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문민정부 5년은 평균으로 경제성장률 6.8%에 지니계수는 0.28,1998년부터 2002년까지 국민의 정부 5년은 평균으로 경제성장률 4.3%에 지니계수는 0.31,2003년부터 2005년까지 참여정부 3년은 평균으로 경제성장률 3.9%에 지니계수는 0.31이다.
참여정부 3년간 지니계수는 0.30,0.31,0.32로 계속 악화되었고,소득 5분위 배율도 5.22,5.41,5.43으로 같은 추세다.
양극화의 구조적 원인인 세계화와 탈중개화는 시대의 흐름이자 주어진 여건이고,순환적인 원인은 경제성장률의 저하에 있으며 올해 갑자기 대두된 것이 아니다.
심각성이 있다면 수준 자체가 아니라 추세에 있는 것이고,해결책은 경제를 고성장 추세로 돌려 세우는 것이다.
경제 성장의 핵심인 투자를 어렵게 하는,경쟁국에 없는 '불확실성'이 우리에게는 너무 많다.
대기업에 대한 출자규제,대기업들의 수십조원에 달하는 경영권 방어용 현금,노사갈등을 못 이긴 공장의 해외이전 등.
양극화 해결의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는 민간소비의 위축에 의한 성장 둔화로 지속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납세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증세의 또 다른 근거인 부동산가격 상승에는 주택공급의 부족과 함께 전국적인 개발공약과 공교육의 혼돈이 도사리고 있다.
또한 중앙은행이 저금리정책과 함께 통화를 방만하게 공급한 것이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한 결과를 초래했다.
"부동산투기 필패"를 호언하며 발표한 "헌법보다 개정하기 어려운" '8·31부동산대책' 이후의 부동산가격 상승이 증거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조달은 과도한 공무원 증원과 같은 방만한 지출의 축소로 마련하는 것이 정도다.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만들기는 경제 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양극화의 책임을 대기업이나 고소득자와 재산보유자에게 돌려서는 안 되고,양극화로 저성장의 책임이 가려져서도 안 된다.
책임 있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정책들이 필요할 때다.
< 세계화가 소수 승리자-다수 패배자로 양분? >
양극화 문제가 우리 시대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국정 최대 목표로 제시한 이후 양극화 논쟁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양극화를 초래한 원인은 여러가지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의 차이와 벌어들이는 소득의 차이,그리고 자산운용의 차이 등이 양극화를 낳는 주요 요인들이다.
1997년까지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내기도 했던 강만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은 양극화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세계화와 디지털화"를 꼽았다.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바뀌면서 승자가 독식하는 무한경쟁이 가속화됐고,이 과정에서 중간계층이 배제되는 탈중개화가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화에 대한 논란은 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 중 하나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세계화된 국가들에서는 빈곤이 사라지고 일자리가 많이 생겨났다"며 세계화의 이점을 강조했다.
토머스 L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맥도날드 체인점이 진출해 있는 국가들끼리는 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는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세계화의 장점을 옹호했다.
반면 한스 페터 마르틴과 하릴트 슈만은 공저 '세계화의 덫'에서 "세계화가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로 양분하고 있다"며 "지구촌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동시에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갈가리 찢어놓았다"고 비판했다.
국경이 사라진 거대한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쌓는 부(富)는 그 이전 시대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세계화된 기업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람들을 고용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세계화가 이 세상에서 더 많은 빈곤을 만들어냈다는 증거는 없다.
세계화의 진전은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의 일자리가 계속 늘어난 것만 봐도 세계화의 긍정적인 역할을 알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과 실업자를 양산한 사례는 많지만 세계 전체적으로 볼 때는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많은 중산층을 만들어냈다.
역사적으로 어느 사회든 양극화는 존재해왔다.
문제는 계층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경직돼 있는가 하는 문제다.
예컨대 인도의 카스트제도나 조선시대의 사농공상 사회에서는 '신분상승'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세계화와 디지털로 특징지워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기 때문에 '양극화'가 고착되지 않고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이동한다.
미국의 5대 갑부인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회장)와 워런 버핏(벅셔해서웨이 회장),폴 앨런(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마이클 델(델컴퓨터 회장),래리 엘리슨(오라클 회장)이 모두 '당대(當代)에 탄생한 부자'들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세계화 시대의 계층 이동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자유로워졌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hyunsy@hankyung.com
대통령의 신년연설에서 양극화가 우리경제의 심각한 문제로 제기됨으로써 양극화가 올해의 중심 화두가 되고 있다.
양극화 해결의 핵심은 일자리 만들기에 있고,그 해법으로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증세도 제시되었다.
일부에서 양극화가 아니라 '빈곤화'나 '중산층의 몰락'이 문제라는 반론도 있지만 문제제기와 해법의 제시는 대체로 수긍이 간다고 하겠다.
경제적 양극화는 기업 간의 양극화,지역 간의 양극화,세대 간의 양극화,계층 간의 양극화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이러한 양극화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과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따른 불가피한 하나의 추세(trend)라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추세는 인류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후 세 번째로 맞은 디지털혁명(digital revolution)의 결과이기도 하고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디지털혁명은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global village)으로 연결시켜 승자가 독식(winner-take-all)하는 무한경쟁과 함께 중간계층이 배제되는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빌 게이츠나 손정의 같은 청년 백만장자를 탄생시킴과 동시에 중간층이 파괴됨으로써 양극화 현상을 배태하게 된 것이다.
지금 논의의 중심에 있는 소득의 양극화를 지니계수로 보면 0.3정도,5분위 배율로 보면 5정도로서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미국을 보면 소득의 지니계수는 0.4 정도이고,5분위 배율은 14 정도로 우리보다 훨씬 불평등하다.
문제는 우리의 경우 양극화의 정도가 점차 심화된다는 데 있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문민정부 5년은 평균으로 경제성장률 6.8%에 지니계수는 0.28,1998년부터 2002년까지 국민의 정부 5년은 평균으로 경제성장률 4.3%에 지니계수는 0.31,2003년부터 2005년까지 참여정부 3년은 평균으로 경제성장률 3.9%에 지니계수는 0.31이다.
참여정부 3년간 지니계수는 0.30,0.31,0.32로 계속 악화되었고,소득 5분위 배율도 5.22,5.41,5.43으로 같은 추세다.
양극화의 구조적 원인인 세계화와 탈중개화는 시대의 흐름이자 주어진 여건이고,순환적인 원인은 경제성장률의 저하에 있으며 올해 갑자기 대두된 것이 아니다.
심각성이 있다면 수준 자체가 아니라 추세에 있는 것이고,해결책은 경제를 고성장 추세로 돌려 세우는 것이다.
경제 성장의 핵심인 투자를 어렵게 하는,경쟁국에 없는 '불확실성'이 우리에게는 너무 많다.
대기업에 대한 출자규제,대기업들의 수십조원에 달하는 경영권 방어용 현금,노사갈등을 못 이긴 공장의 해외이전 등.
양극화 해결의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는 민간소비의 위축에 의한 성장 둔화로 지속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납세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증세의 또 다른 근거인 부동산가격 상승에는 주택공급의 부족과 함께 전국적인 개발공약과 공교육의 혼돈이 도사리고 있다.
또한 중앙은행이 저금리정책과 함께 통화를 방만하게 공급한 것이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한 결과를 초래했다.
"부동산투기 필패"를 호언하며 발표한 "헌법보다 개정하기 어려운" '8·31부동산대책' 이후의 부동산가격 상승이 증거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조달은 과도한 공무원 증원과 같은 방만한 지출의 축소로 마련하는 것이 정도다.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만들기는 경제 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양극화의 책임을 대기업이나 고소득자와 재산보유자에게 돌려서는 안 되고,양극화로 저성장의 책임이 가려져서도 안 된다.
책임 있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정책들이 필요할 때다.
< 세계화가 소수 승리자-다수 패배자로 양분? >
양극화 문제가 우리 시대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국정 최대 목표로 제시한 이후 양극화 논쟁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양극화를 초래한 원인은 여러가지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의 차이와 벌어들이는 소득의 차이,그리고 자산운용의 차이 등이 양극화를 낳는 주요 요인들이다.
1997년까지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내기도 했던 강만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은 양극화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세계화와 디지털화"를 꼽았다.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바뀌면서 승자가 독식하는 무한경쟁이 가속화됐고,이 과정에서 중간계층이 배제되는 탈중개화가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화에 대한 논란은 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 중 하나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세계화된 국가들에서는 빈곤이 사라지고 일자리가 많이 생겨났다"며 세계화의 이점을 강조했다.
토머스 L 프리드먼은 그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맥도날드 체인점이 진출해 있는 국가들끼리는 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는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세계화의 장점을 옹호했다.
반면 한스 페터 마르틴과 하릴트 슈만은 공저 '세계화의 덫'에서 "세계화가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로 양분하고 있다"며 "지구촌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동시에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갈가리 찢어놓았다"고 비판했다.
국경이 사라진 거대한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쌓는 부(富)는 그 이전 시대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세계화된 기업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람들을 고용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세계화가 이 세상에서 더 많은 빈곤을 만들어냈다는 증거는 없다.
세계화의 진전은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의 일자리가 계속 늘어난 것만 봐도 세계화의 긍정적인 역할을 알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과 실업자를 양산한 사례는 많지만 세계 전체적으로 볼 때는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많은 중산층을 만들어냈다.
역사적으로 어느 사회든 양극화는 존재해왔다.
문제는 계층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경직돼 있는가 하는 문제다.
예컨대 인도의 카스트제도나 조선시대의 사농공상 사회에서는 '신분상승'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세계화와 디지털로 특징지워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기 때문에 '양극화'가 고착되지 않고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이동한다.
미국의 5대 갑부인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회장)와 워런 버핏(벅셔해서웨이 회장),폴 앨런(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마이클 델(델컴퓨터 회장),래리 엘리슨(오라클 회장)이 모두 '당대(當代)에 탄생한 부자'들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세계화 시대의 계층 이동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자유로워졌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hyunsy@hankyung.com